정연덕

by 김지숙 작가의 집

3. 핏줄에 대한 사랑

정연덕



현대의 가족은 가족이나 친족과의 유대가 약화된 사생활이 이루어지며 주로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어 정서와 감정의 유대가 발달되지만 가부장적 애정적 개인주의가 혼합된 양상을 보인다. 사회의 전문화와 변화로 소비 출산 양육의 기능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다원화된 가족 구성으로 생물학적 가족보다는 평등과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형태와 사랑의 변화가 나타난다.

인간의 욕구 중, 사람에 대한 집착으로 생기는 욕구로 전통사회 속에서는 친족 중심으로 생물학적 요소가 기반이 된 결합욕 소유욕 지배욕 등이 혈통주의와 관계 맺어 이루어졌다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동거 입양 재혼 동성애 무자녀 가족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는 핵가족화로 변화하는 가운데 사람에 대한 집착은 사물에로 투사되는 등 욕구의 형태는 다양화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여전히 혈연은 모호하지만 끈끈하게 다양한 욕구와 결합되어 오랜 세월,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되어 왔다.




옛 집터를 둘러보고

고향 뒷산 기슭을 오르다

용 바위골을 지나면 목이

터져라 불러대며 따라

오르던 눈이 큰 순이 얼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보이면

재미있다며 바위 뒤에 숨던 일

세월 속에 꽃처럼 피어나다‘

그놈들 해거름엔 내려온다’고

아버지가 그렇게 만류하셔도

힘겹게 따라

오르시던 길섶에

그때처럼 진달래꽃이 피어나고

손녀손자와 할머니묘소 가는 길에

자꾸만 숨이 차고 목메다

-정연덕 할머니묘소 가는 길」전문



『논어』의 안연편에는 ‘愛人은 仁之施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인을 베푸는 것이고) 知人은 知(智)之務라’(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지혜의 일이다)고 하였다. 공자는 인을 일상에서 발로되는 사랑으로 보았으며 ‘love’보다는 ‘배려 염려 걱정’의 ‘care에 가까운 사랑’ 혹은 ‘존경 공경’의 ‘respect’를 포함한다.(유가효 2010) 전통적 혈연 공동체는 혈연과 유교적 가치관에 바탕을 둔다. 이러한 가족관계는 ‘정’과 ‘의리’를 중요시 여기는 한편, ‘인’을 실천하는 주공간이 되어 왔다.

화자는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세월 속에 꽃처럼 피어’난다고 해서 혈연관계에서 오는 사랑을 떠올린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사랑은 육체적 감성적 공동체적 차원뿐만 아니라 도덕적 차원까지 영향을 미친다. ‘손녀손자와 할머니묘소 가는 길’에서는 생존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안정성이나 도덕적 규범에 대한 강한 결속력을 지닌 결과까지 포함하는 사랑이 나타난다.

이 사랑은 ‘목메다’라는 표현을 통해 사랑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용이하게 만드는 관계형성의 기초가 된 마음이 나타난다. 또 ‘창백한 아내의 보물 창고가 붉게 빛난다’(「고구려의 부경桴京을 만나다」)고 하여 아내의 삶을 긍정적으로 되새긴다. 상대에게 빠지는 사랑이 아니라 상대라는 단단한 땅에 발을 딛고 서는 사랑이다.(프롬 사랑의 기술)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대상을 만나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고 상대에게 주는 것이다. 삶에서 느끼는 불안과 절망 및 소외와 분리는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사랑에 대한 관점은 다양하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에는 또 다른 사랑을 낳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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