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할 이유

그래, 너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

by 윤슬

우리 삶에, 그리고 그 삶 속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왜?"


"나 휴학하려고."

"왜?"


"나 알바 그만뒀어"

"왜?"


"나 헤어졌어"

"왜?"


"나 퇴사했어"

"왜?"


왜?라는 질문은 그 사람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속엔 타당한 이유를 대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있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맞는 타당한 이유를 찾아내 인과관계에 맞도록 설명해야 한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할 때도,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할 때도 남들의 상식 선에 맞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의 결정엔 표면적으로 드러내도 손색없는 이유까지 고려되곤 한다. 때론 그 이유가 상대에게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결론에 다다르면 "그냥"이라는 이유 없는 이유로 얼버무리기도 한다.


사실 왜?라는 질문은 원론적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살아가는 삶에 방향과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짧고도 간결한 질문이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 내가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나에게 던지는 '왜?'는 나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결정을 돕는다. 그 이유가 때론 완전함을 갖추지 못할 때도 있고,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점점 나의 결정에 그럴듯한 이유를 요구하고 나는 그에 맞도록 이유를 끄집어내어 또 그럴듯하게 전한다. 그럼에도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다듬어지고 깎여 어느새 전혀 다른 새로운 이유가 탄생한다.


나의 마음속 진정한 이유는 그렇게 말 못 할 이유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점점 "왜?"라는 질문이 두렵게 느껴진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무거워진 그 '이유'는 심연에 잠기게 되고, 밀도 없이 떠오른 부유물을 건져내 겨우 건네지만 돌아오는 건 '변명'과 '핑계'로 덧씌워져 부피만 커진 쓰레기였다.


나를 속여가면서까지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할 합당한 이유가 필요한가? 물론 이 사회에서 발생하고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현상과 결과에 논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인생에서까지 필요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선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그 이유들이 완벽하게 논리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냥 인정해 줄 수는 없을까? 완벽한 이유와 완벽한 판단과 완벽한 결정에 항상 완벽한 결과가 따르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나도 이제는 "왜?"라는 질문 대신, 이렇게 말해주려고 한다.


"잘했다!"

"언제나 너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해"

"이렇게 결정하고 말하는 데까지 고민하느라 애썼다. 고생했어."


그리고 지금껏 이렇게 말해줬던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항상 믿어주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작가의 이전글가장 '아름'다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