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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인 작가 Aug 03. 2024

엄마 나 사실 외톨이야

소외된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

첫째 아이는 키울 때 손이 많이 안 가는 아이였고 

토끼처럼 뭐든 알려주면 빨리 배우고 알아서 잘했으며

학교가서든 어디 나가서든 항상 인정받으며 칭찬받는 아이다.

고1이 된 지금도 알아서 공부하며 자기 몫을 똑 부러지게 해 

나에게는 걱정할 게 없는 너무나 감사한 아이다. 


나의 둘째 아이는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다행히 언어와 사회성은 높은 편이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무리가 없고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 언제나 사랑이 고파서 사람을 만나면 먼저 손을 내밀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망설임 없이 대화를 시작한다. 

인사를 잘하고 애교가 넘쳐서 주위 어른들한테 예쁨을 받는 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경계선 지능이어서 

일반지능의 친구들로 구성된 학교 수업은 수준이 높아서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있고 

개별반(예전에는 특수반이라고 불렀음)도 보내봤지만 개별반 수업을 받기에는 수업 수준이 낮고

선생님은 더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에게 신경을 써야 되기 때문에  

개별반 인원이 많은 경우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이 쪽도 저쪽도 끼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상태이다.


통계적으로 경계선 친구들이 한 반에 평균 3명 정도이고 IQ 70-84까지를 

경계선 지능이라고 가정할 때 경계선 지능은 100명 중 14명일 정도로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경계선 지능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인지도가 낮다.

겉으로 보기에는 발달지연이 별로 심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 지인들도 남들보다 조금 둔하고 느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으로 인해 생각보다 학교 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해 감내해야 되는 인내와 고통이 결코 가볍지 않다. 


1학년때는 같은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3학년 오빠와 그 오빠 친구들에게 

핸드폰을 뺏기고 그 친구들이 우리 아이에게 땅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 먹어보라고  

시키는 것을 우리 아이 같은 반 친구가 보고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해서 괴롭힌 아이들은 반성문을 쓰고 사과를 받았던 일이 있었다.


2학년때는 5학년  오빠가 편의점에서 2000원짜리 간식을 사주고는

나한테 빚을 졌으니 다음날 만원을 가져오라고 했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아 그 사실을 모르다가 

우리 아이는 그 오빠가 본인뿐 아니라  다른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돈을 뺏는 모습을 여러 번 보자

용기를 내어 평소에 친분이 있는 위클래스 선생님한테 이 사실을 알려서 그 아이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3학년때는 우리 아이가 수업에 따라가기 힘들어하니 개별반에서 수업을 받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국어, 수학은 개별반에서 수업을 하고 나머지 수업은 일반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다음부터 일반반 친구들은 우리 아이와 말을 섞지 않았고 

한 남자 친구는 우리 아이가 지나갈 때마다 씨 x이라면서 욕을 하고 

우리 아이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손을 잠깐 잡는 시늉을 하자 저리 가라며 

또다시 욕을 해서 그날밤 나에게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다음 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상담을 했던 일이 있었다. 


그 밖에도 밖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났을 때 우리 아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는데도

그쪽에서는 무반응이거나 피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고

"아는 척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고

학부모 참관 수업을 갔을 때 다른 엄마들이 우리 아이를 봤을 때 싸늘한 눈초리, 

우리 아이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들, 같이 섞이지 않으려는 모습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다 읽을 수 있었다.


그중 우리 아이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가장 힘들어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놀지 않기 때문이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깔깔 거리는 즐거운 시간인데 반해 우리 아이에게는 고문의 시간이다.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아무도 자신에게 걸어주지 않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 침묵의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다른 교실을 배회하거나 도서관에 가 있거나

위클래스(상담교실)에 놀러 가서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다. 

하루고민의 루틴 중 하나가 오늘은 쉬는 시간에 뭘 하지?이다. 


아이가 4학년 때 이사를 가게 되면서 전학을 갔는데 이곳의 학교는 

한 반 인원이 총 17명이고 여학생이 5명이 되지 않는다 

워낙에 소수이고 오래전부터 친한 무리가 형성되어 있어서 

낄끼빠빠가 되지 않는 우리 아이는 여학생 무리에는 끼지 못하고 

남학생 친구들 몇 명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 매일 학교를 가는 건 도전이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엄마 내가 오늘도 잘 해낼 수 있을까? "

"엄마가 속상할까 봐 말 안 했는데 사실 나 외톨이야."

"엄마 왜 같은 배속에서 태어났는데 언니는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는 아이로 태어났어?"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나는 억장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죄인이 된다.

한동안은 이 모든 게 내 탓이라며 나를 갉아먹으면서 나를 괴롭혔던 시간도 있었다.


한때는 학교 수업도 따라가지 못하고, 체중도 많이 나가며, 때때로 

손을 빠는 내 아이가, 학교에 가면 환영받지 못하는 내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든 시기가 있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이 공부를 시킬 때, 아이가 많이 먹을 때도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훈육을 시켜야 되는데 내 기대치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국엔 다 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이기 때문에 공부도 잘해야 되고 운동도 잘해야 되고 

예뻐야 하고 좋은 대학 가서 성공해야 된다는 욕심말이다.

그건 나의 만족이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트로피라는 생각이 든다.

정작 그 아이는 과연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지도 따져봐야 하는데도 말이다. 


지능이 좀 낮아도 뚱뚱해도 때때로 손을 빨아도 내 아이이기 때문에

그 존재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평균 아이들보다 느린 내 아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완벽하게 잘할 필요는 없다. 

1등이 있으면 꼴등이 있듯이 각각의 능력치 안에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

누구나 다 1등이 되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생에서 정답은 없다. 

꼭 1등만, 좋은 대학에 가서, 돈 많이 벌고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건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좀 모자란 듯해도 자기 능력껏 밥 벌이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 

어디 아프지 않고 나를 보고 애교 떨며 웃어주는 천사 같은 아이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침마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말한다

" 다른 친구들하고 절대 비교하지 마, 그리고 절대 기죽지 마

너는 네 속도대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야 

하지만 절대 포기는 하지 마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은 다해야 해."


아침에 일어나서 어려운 시험이 있거나 유난히 학교 가기 힘들어하는 날 

우리 아이는 나에게 말한다.

" 엄마, 쥬토피아에 try everything 틀어죠."




I messed up tonight

I lost another fight

I still mess up but I'll just start again

I keep falling down

I keep on hitting the ground

I always get up now

To see what's next


난 오늘 밤 망쳤어

또 한 번 져버렸어

아직 많이 망쳐져 있지만

그냥 다시 시작할 거야

난 항상 좌절해

항상 밑바닥을 쳐

나는 다음을 보기 위해

항상 일어나


Birds don't just fly

They fall down and get up

Nobody learns

Without getting it wrong


새들은 저절로 날지 않아

떨어졌다 다시 날아올라

아무도 실패 없이

배울 수는 없어


I won't give up, no I won't give in

Till I reach the end and then I'll start again

No I won't leave, I wanna try everything

I wanna try even though I could fail

I won't give up, no I won't give in

Til I reach the end and then I'll start again

No I won't leave, I wanna try everything

I wanna try even though I could fail


좌절하지 않을 거야 포기하지 않을래

끝을 보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손 놓지 않을래 모든 걸 시도해 보는 거야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도해 보고 싶어

좌절하지 않을 거야 포기하지 않을래

끝을 보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손 놓지 않을래 모든 걸 시도해 보는 거야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도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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