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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작가 Nov 25. 2024

스탬프가 찍힌 여권

나는 독일에서 몇 년간 살다가 얼마 전 포르투갈로 이사를 왔다.

포르투갈에 살며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5번이나 은행에 갔다.

인터넷으로 검색 후 일반적으로 필요한 서류들을 다 준비해 갔기에 한 번에 될 걸로 생각했지만 몇 번에 걸쳐 은행에서 요구한 서류들을 추가적으로 제출해야 했다. 

드디어 4번째 갔을 때 승인이 되었다며 몇 차례 싸인을 했고, 직원의 도움으로 온라인 뱅킹 앱까지 설치하고, 개좌 계설시 기본적으로 50유로 이상을 입금해야 한다고 하길래 20여분 씩이나 기다려 입금까지 했다. 그리고 체크카드는 4-5일 내로 배송이 될 거라 하기에 기분 좋게, 아니 엄청 후련한 마음으로 은행 문을 뽝~ 열고 나왔다. 

그런데 5일이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카드는 배송되지 않았다...

은행에 직접 찾아가려고 했던 찰나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한 가지 서류를 더 제출해야 한다고...

포르투갈 입국할 때 스탬프가 찍힌 여권 사본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독일에서 올 때 비행기가 아니라 자동차로 왔기 때문에 여권에는 스탬프가 찍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은행에 또 방문을 했다. 그 직원이 입국을 증명할 다른 서류를 경찰서에 가서 떼오라고 하길래(이제 그 서류가 진짜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 다음주에 경찰서까지 찾아 갔다. 그런데 경찰관이 그 서류는 여기서 떼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 ㅠㅠㅠㅠ

그 후로도 은행 직원과 여러 번 통화를 하고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결국 그 스탬프 찍힌 여권이 없어서 계좌 개설을 하지 못했다. 

아...... 계좌 하나 개설하는데 이렇게 험난할 줄이야...

이 땅에서도 여권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그런데 이 땅의 삶을 다 마치고 언젠가 천국에 들어갈 때에도 아무나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스탬프가 찍힌 하늘의 여권이 있어야 한다. 

그 스탬프가 바로 '예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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