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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 Jul 18. 2023

더글로리와 올드보이

처절하게 더 처절하게

넷플릭스와 더글로리


더 글로리-글속에서는 편의상 글로리-를 보았다. 나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최대 장점은 구독자가 정한 시간에 시종을 연속하여 끊김없이 볼 수 있다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가입과 해지의 편의성은 덤이다. 그로 인해 단 한편의 영화,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한달 구독료를 지급하여 시청한 후, 다시 시청하고 싶은 단 한편의 영화, 드라마를 발견하기만 한다면 또 기꺼이  한달의 구독을 다시 한다.


 이번 구독은 글로리와 웬즈데이를 단 두편을 보기 위해서였다.  의외의 복병은 글로리가 전반기 시리즈만 공개되고 후반부 시리즈가 3월에 공개된다는 것이었다. 글로리 전반기 시리즈의 스토리는 학창시절 폭행, 상해가 일상적인 왕따의 피해자 주인공(송혜교 분)이 가해학생들에게 전생애를 바친 복수를 하는 과정이라고 한줄로 정리할 수 있다. 왕따, 학폭이라는 말로 가볍게 부르기에는 폭력의 수위가 극히 높아서 피해자의 전생애를 그대로 복수에 바치는 동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글로리에서 올드보이를 떠올린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떠올랐다. 올드보이에서의 주된 시점은 가해자(최민식 분)이고 가해자는 복수를 당하고 있는지도, 본인이 가해자였는지도 모른 채 복수를 당하는 반면 글로리의 주된 시점은 복수의 이유를 명확히 아는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피해자이다.


 글로리가 올드보이와 다른 또 하나는 올드보이가 치밀하게 계획된 복수가 틀어짐없이 완성되는 복수대상 선택불가형 잔혹극이라면 글로리는 복수계획의 성취에 우연과 돌발변수가 개입해 복수가 완성되어가는 복수대상 대응형 잔혹극이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 후반기 시리즈의 흥미유발요소 중 하나는 복수대상이 저항과 복수자의 응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이다. 


처절한 복수를 꿈꾸며


 하나 더 첨언하자면 글로리는 전반기 시리즈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복수를 당할 상황적, 환경적 토대를 만들었을 뿐 직접적인 물리력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아들에 의해 살해되는, 가해자들을 방조한 당시의 권력지향형 선생님 그리고 가해자 중에서 권력서열이 가장 낮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명확하지 않지만- 죽음을 당했을 뿐이다. 만약 후반기 시리즈에서도 피해자의 직접적인 물리력 없이, 피해자가 놓은 덫에 걸려 가해자끼리의 암투와 자중지란 사이에서 스스로 파멸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면 이 드라마의 또다른 미덕이 될 것이다.


 우리는 복수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도권 내에서 절차를 지킨 응보는 현실에서는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증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바란다면 이 드라마가 처절한 복수를 완벽하게 완성했으면 한다. 신파라는 한국적 망령에 벗어난다면 더할 나위없다.


 현실은 드라마에 개연성을 부여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비춰주기만 한다거나, 현실보다 밋밋한 결말이라면 무엇을 위해 이 드라마를 봐야할까? 처절하게 더 처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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