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과 판단은 틀렸던 걸까?
* 해당 글은 모든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필자가 한 스타트업을 다니며 느꼈던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내가 왜 스타트업을 선택했는 지를 생각해 보면 막연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아직은 도전을 해볼 나이였기 때문이었을까?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섰던 시간. 나는 늘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해내면서 회사생활 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5년이 넘어가니 막연히 걱정이 앞섰다. 이렇게 내가 큰 회사에서 이 작은 업무를 담당하면서 나이가 들면 나는 무능력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사실은 깊게 생각하지 않은 반복적인 업무에 지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저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성장! 스타트업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한 가지가 바로 "성장"이었다.
성장이란,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점점 커짐을 뜻한다고 한다. 또, 국어사전에 의하면 미숙한 존재에서 성숙한 존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회사에서의 성장이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으나, 업무 능력의 성장, 업무의 확장 등 업무적으로 해석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의 성장이란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책임이 포함된)하는 능력, 프로세스 없이도 업무를 어떻게든 해나가는 능력, 직무와 상관없이 어떤 일이든지 받아서 하는 능력, 리드의 부재에도 스스로 업무를 만들어서 해나가는 능력이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이렇지는 않겠으나, 필자의 첫 스타트업은 이러하였다.
나는 정말 "성장"이 하고 싶었다. 업무를 확장하고 그 확장된 업무를 잘 해내는 성장. 하지만 나에게 요구되는 건 내 직무와는 맞지 않는 여러 일들 뿐이었고, 내 업무를 모르는 사람들의 여러 무의미한 피드백들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을 잘 해내는 것보다는 스타트업다움이라는 이름 아래 요구되는 무조건적인 동의들 뿐이었다.
"우리는 분명 성장하고 있어요!" 매달 개선되는 이익률을 보며 내가 속한 조직은 외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좋아하고 있지 않았다. 회사의 성장은 고로 개인의 성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부 비용은 줄이고 조직원들은 리소스에 허덕이고 있었다. 저렇게 성장을 자축하는 순간에도 구성원들은 얼른 이 자화자찬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 남은 일들을 쳐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회사의 성장이 이익률로 증명되듯 구성원들은 본인의 근무환경이나 업무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보며 본인의 성장을 체감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회사의 성장과 별개로 개인의 성장은 멈춰있는 상태였다. 분명 회사는 성장하는데 구성원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걱정하고, 개인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적어도 본인이 속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속가능한 조직을 위해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