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you do is, who you are
4개월의 교육과 한 달의 적응기간이 마무리되었다.
만족스러운 생활이라 자부할 수는 없지만,
원하는 소정의 목표를 조금씩 달성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이제 새로운 삶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기에 접어든 나는, 문득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 있던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오늘의 글은 기술 혁신의 메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 호로위츠의 『최강의 조직』에 대한 이야기다.
벤 호로위츠는 말한다.
> “문화는 회사가 당신 없이도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학창 시절에 겪은 경험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가 없더라도,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 기대는 때론 성공했고, 때론 고통스러운 좌절로 돌아왔다.
내가 창업에 도전했을 때,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을 때도마찬가지였다.
나는 리더로서 구성원들이 내 철학과 방향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스스로 움직이길 바랐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젊은 꼰대’라는 별명이 붙더라.
나는 내가 떠난 자리에, 내가 없애고자 했던 문화가 되려 더 강하게 자리 잡은 것을 보며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분명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것은 내 의도가 왜곡된 결과였다.
벤 호로위츠의 수많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2가지를 리더를 준비하는, 역할을 다하는 당신에게 던진다.
1.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끝까지 유지하라
2.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는 문화를 설계하라
벤 호로위츠는 말한다.
문화는 ‘설계하고 유지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나는 ‘문화’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적이 없었다.
방향은 제시했지만,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나는 아직 미숙한 팀원들에게 조직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을 강요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너희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해.”
그런 생각을 했고, 자주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해.”
“내가 없어도 팀이 굴러가야 해.”
이 말들을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정작 나는 그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안 좋아질수록,
나는 더 많은 일에 직접 관여했고
내 목소리는 커졌고
의사결정은 더 독단적이고 감정적으로 변했다.
결국, 나는 '내가 만든 문화조차 지키지 못한 리더'가 되었다.
벤 호로위츠는 말한다.
“필요한 의사소통의 양은 신뢰 수준에 반비례한다.”
맞다.
나는 팀원들을 신뢰하지 못했다.
그리고 팀원들이 "왜요?"라고 질문하는 걸 경계했다.
팀원들이 하나둘 떠나던 날,
나는 극심한 회의감과 짜증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와 돌아보면,
내가 그들을 신뢰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도 나를 신뢰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대화를 많이 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해도,
서로 믿지 않는 상태에서는
소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이 경험 이후 나는 깨달았다.
'문화를 설계하지 않는 조직은, 감정으로 흘러간다.'
그 흐름은 예외 없이 리더부터 무너진다.
벤 호로위츠는 말한다.
진짜 문화는 "내가 없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문화는 '외부'를 위한 슬로건이 아니라, 리더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리더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충실하지 않으면,
그 어떤 문화도 설계되지 않고, 결국 모순된 리더십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의도적으로 설계된 문화'라는 건, 단순히 멋진 가치나 규칙을 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내가 나 자신에게 정직한가? 내가 말한 것을 진짜 잘 지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벤 호로위츠는 말한다.
“조직 문화는 조직 외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나는 과거에 팀원들에게
“스스로 움직이라”라고 했지만,
나 자신은 조직을 통제해야만 안심이 되는 리더였다.
나는 "자율"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감시"에 가까운 리더십을 실행하고 있었다.
그걸 팀원들은 누구보다 먼저 눈치챘을 것이다.
리더는 자신을 조직에 투영시켜야 하고 나의 솔직한 모습을 문화에 주입해야 한다.
그러한 부분을 통해 구성원들의 말이 아닌 행동에 기반을 두고 조직의 성격과 전략을 일치시키려 노력하며
문화적 규범을 정직하게 인식하고 평가하며 시행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을 구성원들이 조직에 던지는 것을, 리더에게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저하지 말자
나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15명의 소대원들에게,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직한 문화를 함께 만들기 위해
나는 다시 설계하려 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지시보다 신뢰로,
혼자가 아닌 함께 이끄는 팀으로.
이번엔 정말,
소중한 팀을 지킬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