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통역안내사 합격수기

by 자유인

관광통역안내사라는 자격증을 들어보셨나요?


간단히 말하자면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에서 가이드 일을 할 수 있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랍니다.

저는 운 좋게 작년에 취득을 했고, 쑥스럽다만 합격 수기, 팁 같은 것들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저 개인에게 도움 됐던 것들이니, 다들 각자 상황에 맞게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우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기 전에


어떤 사람에게 자격증 준비를 추천하느냐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외국어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도전해 볼 법합니다. 이 자격증으로 일을 하고자 한다는 것은, 어쨌든 외국인을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는 거니까요. 외국어에 흥미를 느끼거나, 공부를 해본 적 있거나, 외국인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부 해당될 수 있어요. 나중에도 언급하겠지만 이 자격증의 장점은 정년이 없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 분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은퇴하고 뭐 먹고살지 걱정되는 분들 중, 외국어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권유하는 자격증입니다.


이 시험은 필기시험, 면접 이렇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험 응시를 위해서는 외국어 점수가 필요하다는 점인데요. 영어권으로 지원한다면 토익 760점 이상, 일본어는 Jlpt N1이 요구됩니다. 언어권이 다양하니깐 본인에게 해당하는 언어를 검색해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면 우선 외국어 점수를 취득해야 합니다.


저는 영어권이라 토익을 봤는데, 토익은 언제나 지루하고 힘든 시험인 거 같아요. 한 시간 동안 기계음 같은 성우 목소리에 집중하고, 재미없는 독해 지문을 풀어야 하니.. 여러분들 역시 여기서 무너지시면 안 됩니다. 원래 외국어를 잘하는 분들이라면, 슬리퍼 신고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시험장에 가시면 될 테고, 그렇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외국어 공부 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공부에 임하면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면접시험에서는 거의 외국어로 문답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외국어를 공부해 놓으면 도움이 되겠죠?


외국어의 관문을 통과했다면, 이제는 필기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국사(40%)

관광자원(20%)

관광법규(20%)

관광학개론(20%)


필기시험은 이렇게 네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눈여겨볼 점은 관광국사의 비중입니다. 다른 과목들이 배점 비율이 20%인데 반해, 국사는 배점 비율이 40%로, 두 배나 더 높습니다. 그러니깐 100점 만점 기준으로 국사는 40점, 나머지 과목들은 각각 20점씩 차지하고 있는 거죠. 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공부를 확실하게 해둬야 합니다.


필기시험의 합격 기준은 과목별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입니다.


국사는 어떻게 공부하면 되느냐? 이것은 국사 베이스에 따라 천차만별일 텐데요. 정답은 없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으면 그만이니까요.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한능검)입니다. 필기시험에서 보게 되는 국사는 내용적으로 한국사 능력 시험의 하위 버전입니다. 한능검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 한능검 시험보다 난도가 낮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한능검에서 1급을 받을 수 있다면 관광국사는 많은 부분 대비할 수 있는 거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능검에서는 역사 유물, 유적지도 비중 있게 다루기 때문에 관광자원과도 겹치는 내용이 꽤 됩니다. 그리도 다 떠나서 나중에 업계에서 일하게 될 때도 한능검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하겠죠? 이번 기회에 한능검도 따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짧게 보면 길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사 베이스는 있었다만, 공부한 지 오래됐고, 한능검 자격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관광국사를 대비한답시고 준비했어요.

최태성 선생님 교재를 사서 유튜브 강의를 두 번 반복해서 듣고, 판서 필기하고, 시험에 임박해서는 최태성 한국사 기출 10회분을 풀었습니다. 넉넉잡고 한 달 반 정도 잡고 공부한 거 같은데, 막판에 벼락치기한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특히 마지막 기출 돌릴 때.. 다행히 한능검 1급을 땄고, 이건 관광국사 고득점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아 참고로, 제가 응시한 한능검은 8월 9일이었고, 필기시험은 9월 6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깐 저는 8월 9일까지는 한국사 공부만 한 거죠. 다른 과목을 공부하지 않아 조금 걱정은 됐으나, 국사가 아무래도 채점 비중이 크니깐 그만큼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한능검을 치고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필기시험이 있었으니, 시간이 빠듯해서 걱정이 되긴 했어요. 그래도 한능검을 준비하며 관광국사는 어느 정도 대비했고, 나머지 과목들도 과락만 면하면 할 만하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관광국사 점수가 높게 나오면, 다른 과목 점수를 어느 정도 커버를 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다행히 평균 80점으로 무사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각 과목을 어떻게 공부했는지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내일배움카드로 인강을 들었습니다. 강의는 국사 빼고 나머지 세 과목을 들었구요. 강의는 두 번 돌려 들었는데,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강사님 한 분이 재밌는 분이라. 강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실망하시는 분들 많던데, 딱히 부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완전 도움 안 된다고도 보기 힘들 거 같습니다. 강의라도 안 보면 공부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어서, 학원을 다니지 않을 거라면 저처럼 강의라도 듣는 걸 추천드립니다. 강의를 들으면 그래도 공부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잡힙니다.


관광국사는 한능검에서 다져진 실력을 믿고, 강의도 듣지 않고 3년 치 기출만 돌려 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광국사는 두 개 틀려 고득점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나머지 과목들은 강의를 두 번 돌려 듣고, 교재를 반복해서 읽고, 교재 속 문제를 풀고, 마지막엔 3년 치 기출을 돌려 풀었습니다. 마지막 3년 치 기출을 돌려 푼 것이 도움이 크게 되었습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필기에서 공부하는 내용들을 잘 숙지해 놓으면 나중에 면접에도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필기시험은 9월 6일에 끝났고, 면접 일자는 11월 16일이었습니다. 두 달 가량이 주어진 것이죠. 저는 필기시험이 끝나고 나서 면접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부터 본 게임이 시작되는 거죠.


관광통역안내사 면접 교재를 보면, 수백 개의 질문과 각각의 표준적인 답변이 실려있습니다. 실제 면접에서 4~5개의 질문밖에 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분량이 굉장히 방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면접 준비를 크게 투 트랙으로 나눠 준비했습니다. 외국어 회화 공부, 교재 공부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면접의 대부분은 외국어로 진행됩니다. 외국어로 물으면 외국어로 답해야 하는 것이죠. 교재 속 내용을 꼼꼼히 공부한다고 해도, 어쨌건 답변은 외국어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화의 기본기는 필수적입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표준 답변 전체를 외우지 못하는 이상, 하고자 하는 말을 그 자리에서 외국어로 표현하는 회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면접관의 질문이 예상 밖이거나 준비했지만 그 자리에서 준비한 답안이 명료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적당히 알고 있는 것들을 버무려 뭐라도 떠들어야 합니다. 외국어 회화 능력은 면접의 기본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회화 능력을 기른다고 생각하고 임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영어도 늘리고 면접도 대비하고, 좋게 생각하면 좋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자격증은 정년이 없으니, 당장 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훗날을 위해 든든한 보험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유튜브, 미드, Ybm 유료인강 등으로 꾸준히 영어를 내뱉는 연습을 했어요. 직접적이지 않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회화 연습과 더불어 면접 교재를 공부했습니다. 교재에는 수백 개의 질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득하지만,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일회독을 했습니다. 사실 수백 개의 질문이라도 겹치는 질문, 개념이 많아 그렇게까지는 부담되진 않았습니다. 일회독을 하면 면접에서 어떤 걸 묻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일회독이 끝나고 나서는 스크립트를 짰어요. 수백 개의 질문들 중에서 이번 면접에 나올 것 같은 예상 질문 50개를 추렸습니다. 각 질문마다 표준 답안을 참고해서 직접 영어, 한국어로 답변을 썼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이 시험을 함께 준비하는 친구가 있어, 함께 스크립트를 짰습니다. 그리고 스크립트 질문을 무작위로 서로 묻고 답하며, 내용을 입에 붙이고 최대한 외워보려고 했습니다. 저는 친구가 있어 스터디를 따로 구하지는 않았다만, 만약 스터디를 구하고 새로운 사람과 섞이는 게 부담된다면, 스크립트를 짜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연습 초반에는 말도 더듬고 내용도 기억 안 나고 하지만, 이것 역시 하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저는 스크립트를 들고 다니며 이동시간이나 틈날 때마다 계속 보면서 중얼거리며 외웠습니다. 면접 당일까지..


면접 당일 대기 공간


면접 당일에는 면접장 건물 입구에 관광통역안내사 협회 사람들이 홍보한답시고, 팸플랫을 나눠주는데요. 어떤 한 분이 제게 면접 보러 가는 거냐며,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깐, 갑자기 제 팔을 잡아 당아 당기더니 귓속말로

“귀걸이는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면접 보시는 분들이 보수적이라서요”


그때까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귀걸이. 이건 피어싱이라 여기서 못 빼고, 가게에 가서 뺄 수 있다고 하니깐, 그 아줌마는 못 미더운 표정을 짓더니 뭐라고 몇 마디 얹고는 갔습니다.

참내 자기가 보수적인 거면서, 라고 생각은 했지만 면접 시작 전부터 들은 저주 가까운 말은 계속 찜찜하게 마음 한구석에 남았습니다. 그래도 미소를 짓고, 답변을 씩씩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많은 분들이 미소를 짓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면접장에서 제가 받은 질문은


한국의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는 방법, MICE 산업에 대해서, 관광객이 정치·역사적으로 예민한 질문을 한다면?, 관광통역안내사의 자질이 무엇인지 등이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머리가 새하얘져서 답변이 중구난방으로 뻗쳤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나머지 질문들을 답했습니다. 준비했던 것들이 꽤 나와서 면접이 끝나고 합격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끝나고 엄마와 기분 좋게 대낮에 술을 마실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긴 게 저는 이 면접이 생에 첫 면접이라, 면접의 기본도 몰랐습니다. 면접장 들어갈 때는 인사를 꾸벅하고 들어갔지만, 면접이 끝나고는 인사 없이 그냥 쌩하고 나가버렸습니다. 나갈 때도 인사하는 건 너무 굽신 거리는 거 아니냐는, 막돼먹은 생각이었던 거 같아요. 궁극적으로 합격은 했다만, 고득점 합격이 아니었던 이유는 그런 싸가지가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에다가 귀걸이를 착용했다는 점?


돌이켜보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준비하면서, 한국사도 꼼꼼히 공부하게 되고, 한국 문화나 역사를 영어로 내뱉는 연습은 이런 면접이라도 없으면 혼자서 하기 힘들죠. 또한, 면접을 위해 근처 유적지나 관광명소를 돌아다니고, 추석 연휴 동안엔 일주일 동안 서울을 탐방했습니다. 합격하신 분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시간 되면 유적지나 명소에 가보는 게 면접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면접 본다고 첫 정장도 사고, 주변의 응원까지 받으니 알을 깨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햇병아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만 주구장창 해서 취득한 자격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추억이 어려있어서 그런지 떠올리면 더 애틋한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자격증 준비하시는 분들 파이팅입니다!

작가의 이전글금주 한 달 차에 느끼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