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보다 더 아픈 건, 아내의 마음이었다”

5편. 인생의 마지막 장까지 가족의 중심이 되는 집

by 술이술이

주택연금제도를 알게 된 후

실제로 가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2년 이내다.


집을 담보로 하는 제도라는 특성 때문에,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가족과의 충분한 상의, 재무 점검,

그리고 ‘국가보증’이라는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어렵게 마련한 집을 담보로 맡긴다는

정서적 부담이 크기에,

많은 이들이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시간을 들인다.


오늘 아침, 남편이 거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유난히 맑은 햇살이 부엌까지 스며들자,

반찬을 담던 내 손이 멈췄다.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요?”


남편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통화했어. 아들한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아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울컥한다.


늘 괜찮다고만 말하지만, 엄마 눈에는 다 보인다.

요즘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버겁게 버티고 있는지.


직접 듣지 않아도, 대화 사이사이 묻어나는 무게가 전해져 온다.

며칠 전 남편은 준이의 태권도 학원비를 대신 보내주자고 했다.

나는 망설였다.


“우리도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는데… 괜찮을까?”

그런데 "애들도 힘들다는데….”


내 마음속에 깊은 복잡함과 불안은 늘 같았다.

혹시라도 병원비가 많이 들면 어떡하지?

앞으로 몇 년, 아니 몇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그때,

남편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집이 우리한테는 집이지만,

이제 애들한텐 울타리잖아.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자.

내가 그 연금 받는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남편 손을 더 꼭 잡았다.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었다.


내가 늘 움켜쥐고 있던 불안이 조금은 풀려나가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불안에 시달렸다.


혹시 내가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지?

병원비는 어디서 충당하지?


만약 이 집을 떠나야 한다면,

우리 노후는 어디서 이어갈 수 있을까?


밤마다 이런 질문들이 내 마음을 괴롭혔다.

그래서 주택연금을 결정하기까지 우리는 수없이 대화했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수차례 고민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마음을 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정감이었다.


매달 정해진 날에 일정한 돈이 들어온다는 것.

그것이 내게는 단순한 생활비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안정, 그리고 그 안정에서 비롯되는 평온이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고등어 두 마리를 꺼내 구웠다.

아들이 어린 시절 유난히 좋아하던 반찬이다.

손주 준이가 혹시라도 같이 올까 싶어, 하나를 더 구워둔다.


‘아이들이 불쑥 들르진 않을까….’

그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이 집이 아직 우리 가족의 중심이라는 증거다.


식탁에 마주 앉아 남편과 밥을 먹으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 집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어.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있어...”


예전 같으면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말.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라, 얘들아.

엄마 아빠는 괜찮다.

이 집에서, 우린 잘 지내고 있다.”


식탁 위 고등어 냄새에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아이가 초등학교 때 도시락에 넣어줬던 고등어를 먹으며,


“엄마~!, 친구들이 고등어 맛있대!” 하며 웃던 얼굴.


그 작은 순간이 이렇게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지켜줄 줄은 몰랐다.

이제는 그 아이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다른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바람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집에서 흘러나오는 주택연금의 온기다.

연금은 단순히 돈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붙잡아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며,

자식들에게 “엄마 아빠는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 마음 하나가 어쩌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햇살 가득한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가며 조용히 다짐한다.


“여보~! 우리 이 집에서,

인생의 마지막 장까지 따뜻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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