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준이 엄마가 더 감사해하고 있어요”

4편. 아들 가족의 따뜻한 대화

by 술이술이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나이는

부부 중 연소자를 기준으로 약 72세입니다.


이 나이에 이르면 자녀들은 40~50대,

손주들은 10~20대 정도로,

집안의 세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시기입니다.


자녀들은 이제 주택을 마련하고,

손주들은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자녀 세대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부모는 물론 배우자와도 갈등이 생기기 쉽고,


동시에 가정과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책임감의 무게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현금흐름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준비하는 것도,

자녀 세대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것도,

결국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가족은 삶과 세대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녁 무렵, 현관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된장국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아내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오늘은 좀 어땠어요? 많이 피곤해 보여요.”


나는 말없이 웃으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온종일 쌓인 피로가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만,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괜찮은 가장이 되고 싶었다.


식탁 테이블 위에는 준이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파란 띠 승급 기념’이라며

태권도장에서 땀 흘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의 환한 미소가 마음을 흐뭇하게 했지만,

동시에 묵직한 무게가 가슴을 짓눌렀다.


“준이 태권도 학원비 말이야…”


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아내는 순간 눈을 피했다.


“혹시… 이번 달도 미뤄야 하나요?”


그러면서 아내는 낮게 물었다.

“낮에 원장님께 전화했더니,

조금 더 기다려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다음 달부터는 학원비를 아버지가 보내주시겠대.”


아내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님이 무슨 돈으로..."


“응. 아버지가 그러셨어.

주택연금이 좀 나오니까 병원비도 그걸로 해결하시고,

우리한테는 용돈 보내지 말래. 대신 애들 건강 잘 챙기라고.”


그 말을 들은 아내의 얼굴에는 안도와 함께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아내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


“여보, 사실… 나, 마음이 많이 복잡해요.

아버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렇게 하신다는 건 정말 감사한 데…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해요.

그 집이 아버님 인생의 전부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 집에 기대는 것 같아서…”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나도 그래. 하지만 아버지께 원하셨어.

본인 몸 하나 보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길 더 바라신다고.

연금이 돈이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사실, 여보… 나는 그동안 아버님께 잘못해 드린 것 같아요.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다는 핑계로,

명절에 가도 빨리 집에 오려고 대충 밥 차려드리고 인사만 하고…

준이 하고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시고 싶어 하셨는데...


속으로 늘 ‘내가 너무 이기적인 며느리가 아닌가?’ 자책했어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우리를 챙기시니…

감사하면서도 더 죄송한 마음이 커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 마음까지 아버지는 다 아실 거야.

그리고 아버지는 우리가 웃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하실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이들 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고요를 깨웠다.

준이가 동생에게 발차기를 보여주며 깔깔대는 소리였다.

아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나네요.

당신도 좋아하셨지만, 아버님도 생각하면서 끓인 국이에요.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식탁에 둘러앉아 국물 한술을 뜨자,

포근하고 따스한 온기가 온몸으로 번졌다.

내 삶을 짓누르던 무게들... 대출, 학원비, 부모님 건강,

그리고 아내의 보이지 않는 고단함….

그 모든 짐 중 일부가 아버지의 ‘집’에서 나오는 연금 덕분에

조금은 가벼워졌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도, 이 마음을 그대로 물려주리라고.

그날 밤, 아내는 이불속에서 속삭였다.


“여보, 아버님께 진짜 잘해야겠어요.

그리고 이번 주말엔 아이들이랑 같이

아버님 댁에 가서 집안일 좀 도와드려야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그리고 거래처와 일도 잘돼서

내일 아침 회사보고임에도 흐뭇한 미소가 스며든다


아버지께서 마련하신 집은,

벽돌과 시멘트로만 세워진 공간이 아니었다.

세대를 잇는 사랑과 배려의 '집'은,

지금도 여전히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아버지~! 준이 엄마가 더 감사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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