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 제일 좋아요”

8편. 손주가 생각하는 할아버지 집

by 술이술이

집은 언제나

삶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가족이 서로를 지켜주며 안심할 수 있는 곳,

따뜻한 웃음과 행복이 머무는 안식처입니다.


이 집에서 아이는 태어나고 자라,

울음과 웃음이라는

많은 추억을 남기고 떠나가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가족들은

더 많은 행복을 안고 옵니다


어느덧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집은,

이제 부부의 정착지가 됩니다.


더는 옮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편안히 머무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집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그날 저녁,

준이는 이곳 집에서 깜빡 잠들었다.


옆에서 조용히 숨 고르듯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세월의 무게에 눌려 있던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잠든 준이가 꿈속에서 무슨 말을 하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나는 그 작은 손을 꼭 잡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너희 세대만큼은 짐이 아닌

사랑만 물려주고 싶구나.”


다음 날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난 준이가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집은 언제나 따뜻해서 좋아요.

그리고 여긴 언제 와도 안전하고 편안해요.”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나와 남편에게 안전은

늘 돈과 생활의 무게가 얹혀 있던 단어였다.


병원비, 공과금, 그리고 노후에 대한 불안이

안전이라는 단어를 무겁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저 사랑받고, 웃고, 밥 먹는 집이

곧 안전의 의미였다.


아이의 눈에 비친 집은,

계산이나 걱정이 붙지 않은

가장 순수한 울타리였다.


아들은 옆에서

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가 커가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우리 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겠죠?.”


나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다.

그때쯤이면 이 집이 너희까지도 지켜줄 테니.”


식탁 옆 거실에는 아직도 준이가 놓고 간

장난감 자동차와

작은 태권도 도복이 걸려 있었다.


준이는 집만 오면 할아버지를 붙잡고

“발차기 대결하자”라고 조르곤 했다.


작은 다리로 힘껏 발차기를 흉내 내는 모습에

남편은 일부러 “으악!” 하며 쓰러져 주었고,

집 안에는 웃음소리가 가득 번졌다.


준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마당을 돌며 숨바꼭질을 하고,


나는 낡은, 그네에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까르르 웃었다.


함께 부엌에 앉아 밀가루 반죽을 하며

손에 하얗게 묻은 가루를 보고

깔깔대던 모습도 선하다.


그 작은 손이 내 손에 포옥 안길 때마다,

나는 아이가 ‘이 집을 좋아한다.’라는 마음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명절이면 이 집은 더 활기가 넘쳤다.

온 가족이 모여 전 부치며 떠드는 소리,


거실에서 윷놀이하며 터져 나오는 환호,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깔깔대며 웃는 소리…


그 모든 순간이 집 안 가득 차올라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방학이 되면 준이는 며칠씩 이 집에 머물렀다.

아침이면 할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다녀와 채소를 고르고,

점심에는 내가 구워준 고등어를 먹으며


“할머니가 해준 게 제일 맛있어요”

라며 밥을 한 공기 뚝딱 비웠다.


저녁에는 마당에서 물총 놀이를 하다가

젖은 채로 뛰어 들어와


수건에 둘러싸여 까르르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주택연금 덕분에 우리는 집을 팔지 않고도

생활비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그 안정감은 결국 손주 세대까지 이어져,

‘집은 언제나 가족을 지켜주는 곳’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준이는 다시 장난감을 꺼내와 소리쳤다.


“할머니, 우리 집은 절대 무너지지 않지?”

“그럼, 탱크가 와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지!”


그러면서 나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준아. 이 집은 너한테도,

아빠한테도,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곳이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집은 단순히

우리 노후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다.


자녀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방패가 되고,

손주에게는 집이 곧 가족 사랑과 행복이라는

기억을 심어주는 씨앗이었다.


창가에서 뛰어노는 준이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 집을 지켜낸 건

준이구나. 자녀에게 남겨줄 따뜻한 기억이고,

세대를 이어주는 가장 큰 행복이구나.”


이 거실에서의 발차기 놀이,

명절마다 모여 웃던 북적임,


방학 동안 이어진 소소한 하루들,

주방에서 반찬을 기다리던 웃음소리,


마당에서 나와 뛰놀던 한여름 저녁,

부엌에서 함께 반죽하던 행복한 순간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 퍼지던 따뜻한 공기까지…


그리고 준이가 나한테 덥석 안기며,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 제일 좋아요”라고

한말..., 너무 행복하다.


나는 확신했다.

준이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가족의 사랑을 지탱해 준 힘은

바로 이 집에서 쌓은 추억일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아들은 부모의 마음을 알까?, 몰라도 상관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