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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미래는
밖에서 오지 않는다

by 강행구


아프리카의 발전은 얼마나 많은 원조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 말이 당연한 전제처럼 반복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보고, 여러 국가를 경험하면서 이 문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갔다.

아프리카의 미래는 더 이상 외부의 지원 규모나 국제사회의 선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진짜 결정권은 이제 분명히 아프리카 내부, 그중에서도 제도와 리더십에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외국 자금과 원조가 유입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국가마다 극명하게 갈렸다.

같은 대륙, 비슷한 시기, 비슷한 국제 환경 속에서도 어떤 나라는 도약했고,

어떤 나라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 차이는 자원의 유무나 지정학적 조건이 아니라, 결국 “국가를 어떻게 운영했는가”라는 선택,

그리고 리더십의 질이었다.


아프리카는 천연자원, 농업 기반, 그리고 젊은 인구라는 강력한 잠재력을 동시에 갖춘 대륙이다.

문제는 이 가능성이 너무 오랫동안 부패한 제도, 비효율적인 행정, 책임감 없는 정치에

가로막혀 왔다는 데 있다.

정치적 의지와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들어온 외부 원조는 시민의 삶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막대한 석유 자원과 거대한 인구를 보유한 이 나라는,

겉으로 보기엔 언제든 아프리카의 선도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치적 비효율, 만성적 부패, 리더십의 실패 속에서

공공서비스와 사회 기반 시설은 여전히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원은 풍부했지만, 그것을 국가의 미래로 전환할 제도는 부재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나라들도 있다. 보츠와나와 모리셔스다.

이 두 나라는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변화와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상징적 사례다.


보츠와나는 다이아몬드라는 천연자원을 가졌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자원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투명한 자원 관리, 엄격한 공공 재정 운영, 정기적인 정권 교체, 법치주의, 언론의 자유, 독립된 사법 체계.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며 보츠와나는 이른바 ‘자원의 저주’를 극복한 드문 국가가 되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부패가 가장 적은 아프리카 국가’라는 타이틀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리셔스는 더 극적이다. 이 나라는 특별한 천연자원 없이 출발했다.

대신 선택한 것은 경제 구조의 다변화였다. 고등교육, 기술 산업, 관광, 금융을 축으로 한

성장 전략은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다인종 사회에서의 통합 정책, 평화적인 정권 이양,

사법의 독립은 국가의 안정성을 떠받쳤다.

이로인해 모리셔스는 오늘날 아프리카 최상위권의 국민소득과 인간개발지수를

기록하는 나라로 자리 잡았다.


이 두 국가는 분명하게 말해 준다. 정치적 포용성과 제도적 안정성은

자원보다 훨씬 강력한 성장 동력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내부에서는 이런 성공 사례들이 종종 “특이한 예외”로 취급되곤 한다. 깊이 연구하고, 제도적으로 학습하며, 국가 운영의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운이 좋았다”는 말로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네갈, 가나, 르완다, 나미비아는 부패 방지,

행정 개혁, 법치주의 강화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미래는 분명해지고 있다.

그 미래는 밖에서 오지 않는다. 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원조가 들어와도, 그것이 부패한 정치 구조 속에 흡수되거나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진정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그와 반대로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책임 있는 리더십, 시민 참여, 투명한 행정이 결합된다면

지속 가능한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보츠와나와 모리셔스는 단지 ‘성공한 국가’가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제도를 바꾸며, 방향을 수정할 줄 알았던 국가다.

이제 아프리카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패한 권력자들의 변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리더십의 원칙과 제도적 교훈에서 배우는 용기다.


그럴 때 비로소 외부 원조는 주인공이 아니라 진짜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제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대륙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대륙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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