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4일
누군가가 목을 조르며 아주 차가운 느낌의 축축한 액체가 떨어진다. 붉고 동그란 원이 희미하게 보였고, 흰색의 헝겊 조각들이 바람에 너풀거렸다. 몸속 위장이 따라 울렁거렸다. 힘껏 몸부림치며 반항하려 하지만 역시 힘에 부쳤다. 서서히 창밖으로 보이는 빛을 따라 그림자가 움직였다.
시선이 머무는 곳엔 더럽고 세월을 머금은 유리병, 그 속에 바싹 마른 하얀 꽃의 머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
깨어나고 싶지 않다. 오늘은 꼭 봐야만 했다.
료카가 소리쳤다.
‘봐야 한다, 봐야 한다’
아주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금속이 부딪는 소리가 들렸다.
“차르르르릉”
‘아, 오늘도 여기까진가...’
히다 료카는 반복적이고 신경질적인 시계 알람 소리를 매일 듣는다. 온갖 욕을 퍼부으며 똑같은 일상을 시작하지만, 여전히 이 소리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밖은 추위를 피하고 싶어 안달이 난 나무가 바람에 휘청거렸다.
히다 료카는 축축한 몸의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맙소사, 한 겨울 땀이라니…”
료카는 비틀거리며 겨우 침대에서 일어섰다.
“진한 커피.”
주방으로 가는 료카의 발걸음은 취기가 떠나지 않았는지 여전히 비틀대며 걸었다.
겨우 인스턴트커피를 찾아 물을 끓였다.
“젠장.”
커피를 꼭 사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 와인 코너에서 시간을 할애한 어제가 떠올랐다.
생각에도 없던 와인을 짊어지고 오느라 진땀을 뺀 기억이다.
매일 반복되는 악몽도 이겨내는 자신이 알레르기 하나 이기지 못하는 것에 분함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투명한 콧물과 퉁퉁 부은 눈은 알약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어제부터 이어져 온 이 알약의 몽롱함은 하루를 망칠 생각에 신이 났는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결국 자신에게 벌이라도 내리는 듯 숟가락으로 눅눅하게 젖은 커피 가루를 푹푹 찌르더니 그것을 입에 털어 넣고 커피잔을 한쪽으로 밀어냈다. 얼떨결에 한 행동에 기침이 나와 눈물을 찔끔거리며 개수대에 커피를 모두 게워 내고 까끌거리는 입안을 수없이 헹궈냈다.
남은 약의 기운은 진한 커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기억도 사라질 만한 항히스타민제다.
료카는 다 식은 물에 커피 가루를 스르륵, 떨어뜨리며 차마 녹지 못한 가루들을 후후, 불어 냈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혀가 아릿할 정도로 쓴 커피를 겨우겨우 넘겼다.
엄마가 떠나기 전까진 이루지 못할 일도 모두 이뤄낼 수 있을 것처럼 모든 것이 자신 있었다.
엄마의 과거를 통한 자신의 열쇠를 맞추는 일도 아버지 히다 하즈키라는 사람의 굴레를 벗어날 자신도, 미래를 다질 의지도 아주 강했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면 알 수록 엄마가 료카의 귀를 간질였던 그 따뜻했던 이야기들, 엄마가 기억해 내며 말하던 료카의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 멀리 일본이라는 정서가 맞지 않았던 한국 여자와의 그 아름답던 로맨스도, 모두가 거짓은 아닐지, 료카의 불안은 세상에 홀로 남았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며칠 전 생각하지 못한 곳, 일본에서 도착한 우편물은 뜯지도 않은 채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발신자는 너의 고모, 나오코,라고 아주 친절하게 한글로 적혀 있었다.
료카는 버릇 같은 말을 읊조렸다.
“불쌍한 코하네.”
료카는 자주 엄마의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 불러주지 않으면 엄마의 존재조차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면대에 얼굴을 적시며 아직 치우지 못한 코하네의 칫솔을 힐끔 바라본다.
료카는 입을 비죽이며 물을 탐하는 손과 발이 점점 더 속도를 올렸다.
아저씨는 늘 같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오늘도 변함없이 검은색 옷, 한 손은 창피할 정도로 커다랗고 긴, 백합을 들고 눈을 끔벅거리고 있었다.
금세 구부러질 것 같은 안경테가 기름진 얼굴 탓인지 연신 검지와 엄지로 들어 올렸다, 를 반복했다.
큰 키는 나이 탓에 어깨가 좁아지고 등이 굽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한눈에 보아도 일본 사람임이 틀림이 없다.
료카가 테이블을 두드린다.
“똑, 똑.”
놀란 아저씨의 안경이 다시 콧등으로 미끄러졌다.
“엇, 료카 왔구나”
아저씨의 목소리는 놀라지 않은 아주 느릿한 말투다.
“일찍 서둘렀는데, 차가 많이 밀렸어요.”
“앉거라”
손질하지 않은 옆머리가 기분 나쁘게 계속 뻗친다.
귀 뒤로 넘기려 하지만 짧은 머리카락은 자꾸만 삐쳐 나간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말이야.”
“아니에요, 먼 거리도 아니고요.”
아저씨의 오른손은 잃기라도 할까, 백합을 꼭 쥐고 있는 손이 애달프다.
나는 의심을 섞어 늘 같은 말을 물었다.
“코하네가, 엄마가 진짜 백합을 좋아했어요?”
“또 같은 걸, 묻는구나
글쎄, 그건 코하네만 알겠지
그저 이건 늘 내 마음이었으니까.”
아저씨는 싱거운 웃음소리를 푸석하게 뱉었다.
백합 향기가 커피숍 내에 진하게 퍼져갔다.
남의 일을 쑥덕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수상히 여기는 듯하다.
늙은 남자는 백합을 손에 꼭 쥔 채 젊은 여자 앞에 앉아 있었고, 이 모습이 지극히 평범해 보이진 않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아저씨 마호는 늘 너저분한 것이 매력이라며 같은 듯, 다른 옷을 입었다.
이 옷은 마치 산속에서 그 어떤 누구와 소통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방불케 한다.
요즘 사람들은 이상하게 지나칠 법한 일들도 지나치지 않고 한 번씩 돌아보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아저씨, 일어나요
조금 더 앉아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
“하하, 그러자.”
엄마 코하네의 왕벚나무를 보러 갈 때엔 어김없이 회색빛 구름이 머리 위로 낮게 고요히 흘러간다.
갑자기 비라도 내릴까, 료카는 늘 우산을 준비해야 했다. 우연이 아닌 듯 오늘도 잿빛 구름은 코하네와 같은 모습이다. 가슴에 소중하게 간직한 것들이 많아, 절대 그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 속에서 헤맸던 그녀처럼.
무거운 잿빛 구름도 절대 비를 내릴 수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코하네는 죽기 전까지도 처절하게 비를 토해낸 적이 없다.
잿빛 구름을 바라보는 료카는 늘, 짜증이 났고 오늘도 또 똑같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일찍 가버린 거야.”
마호는 모른 척, 창밖을 바라보았다.
료카는 짜증스럽게 브레이크를 꾹꾹, 밟아댄다.
마호는 보조 손잡이를 잡더니, 귀를 쫑긋 세우고 료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호의 한쪽 손은 여전히 백합을 꼭 쥐고 있었다.
“창문 좀 열어도 되겠니?”
“춥지 않으세요?”
“찬 공기를 쐬고 싶구나.”
료카는 창문을 열고 히터를 한 단계 더 올린다. 아저씨는 가는 내내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밖의 공기를 씹어 삼키듯 들이마셨다. 어느새, 료카도 따라 창문을 열고 크게 들여 마시고 있다.
비가 내리기 전, 공기 중의 먼지들이 아스팔트에 가라앉으며 풍기는 냄새가 료카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코끝이 한기에 어느새 붉은빛을 띤다. 독한 알약의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흠, 하아...”
엄마의 나무는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엄마처럼 마른 몸을 하고 있었고, 혹독한 추위와 싸운 흔적은 축, 늘어진 가지를 보니 알 수 있었다.
관리인 아저씨는 당연히 딸인 료카의 얼굴을 아주 잘 기억했다.
료카는 매번 방문할 때마다 아랫입술이 삐죽 나와 있었고,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아 불평했다.
관리인은 늘 한결같이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나무가 더 건강한 모습을 할 거라고 늘 같은 대답을 한다. 하지만 관리인의 말은 정답이다. 나무는 세월을 먹어야 더 푸르러지는 법이다.
관리인은 1분도 채 머물지 않고 도망가듯, 그 자리를 피했다.
마호는 이제야 손바닥 안에 있던 백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수염으로 숨겨진 입술로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이다. 형편없는 왕벚나무의 모습을 보고도 흥얼거리는 아저씨의 모습에 약간의 배신감과 원망이 생겨나는 중이다.
료카는 제대로 된 비율로 만든 진 토닉을 엄마 코하네의 이름 옆자리에 놓더니, 자신의 입도 잠시 호강에 젖어본다. 진에서 흘러나오는 나무 열매의 향은 늘 맡았던 코하네의 냄새와 같았다.
“아저씨도 한 잔 드릴까요?”
“흠, 나는 됐다.”
“한 잔 정도는 괜찮아요.”
진 토닉 한잔의 정신은 멀쩡할 테니 운전은 걱정 말라는 말투다.
마호는 손가락으로 병을 가리키며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라는 동작을 해 보였다.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하”
료카가 따라 웃었다.
“엄마가 욕심을 내고 있어요, 훗”
남은 술을 코하네의 잔에 다시 들이부었다. 찰랑, 넘칠 듯 살랑거렸다.
백합의 향기는 술의 향기를 이겼다. 마치 엄마가 금방이라도 료카, 하고 가까이서 부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료카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왕벚나무를 바라보았다.
“엄마...”
마호가 무언가 발견하더니, 쯧쯧, 이라는 어울리지 않은 소리를 냈다.
“왜요?”
“누가 왔던 것 같구나
예감은 틀리지 않지 늘...”
료카는 서둘러 말했다.
“누가요?
어떤 예감이요?”
마호의 손가락에는 낯설지 않은 글씨가 인쇄된 담배를 쥐고 있었다.
“누군지 참, 예의가 없네요
엄마에게 피우다 만 담배를 버리다니”
“료카, 코하네를 위해서 놓았던 거지”
“엄만 담배를 피우지 않아요.”
마호는 더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인지 입을 빠르게 열었다 오므리며 흙이 묻은 더러운 담배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아저씨는, 왜 돌아가지 않아요?”
더러워진 담배를 온 힘을 다해 멀리 집어던졌다. 마호는 젊은 사람처럼 힘이 세 보였다.
“내 고향은 여기니까.”
마호의 수염은 흰색과 검은색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아주 공정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런 모양새는 마호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마호는 늘 고향이 이곳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내가 전에 말한 것, 말이다.”
료카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만약, 네가 생각이 바뀐다면...
네가 만나고 싶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널 만나러
이곳에 올 수 있을 것 같구나...”
“올봄은 빨리 올 것 같아요.”
“료카...
난, 네 엄마를 알아
코하네가 너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만족하는 삶을 살기를 바랄 거다
한데 지금 넌, 그렇지 않지.”
마호는 행복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료카는 코하네가 떠난 후부터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고 늘 자책했다.
“아저씨가 나보다
엄마와 더 긴 시간을 함께 했다는 건 인정해요
그렇다고, 아저씨가 내 아빠가 된 것처럼, 말하지 말아 주세요.”
“물론이야
그래서 난 진짜 네 아빠를
만나게 해 주고 싶어.”
코하네를 위해 따라 놓은 진 토닉을 들고 다시 입으로 가져가 입술을 적셨다.
“난 만족하진 못하지만, 불행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들을 알게 될수록 불행해질 거 같으니까...
사실 자신 없어요, 지금보다 더 그들을 미워하게 될 테니까.”
“료카...
인생을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아
때에 이르면 결국엔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하지만 불행히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
료카가 가방을 정리하더니, 벌떡 일어난다.
“그렇게, 난 엄마처럼, 아저씨처럼
착하게 살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도 억울하지도 않아요?
엄만 그 남자만 사랑했잖아요?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이나 치는 사람을...
결국, 엄만 여기에 갇혀버렸고...
아저씨는 엄마가 없는 지금도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에요.”
“료카...”
료카가 손가락을 자기의 입술에 갖다 대더니, 쉿, 하며 조용히 나무에 기댄다.
“아저씨, 소리, 이 소리요
이 소리는 봄이 오면 더 크게 들을 수 있어요.”
낮은 구름 사이를 오가는 거센 바람이 나무를 만나 소리를 만들어 냈다. 앙칼진 바람은 료카의 볼을 붉게 만들었고, 마호의 노란빛 눈에서는 알 수 없는 물 같은 것이 대롱대롱 맺혀 있었다.
아저씨가 다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アザミ嬢のララバイ(아자미 아가씨의 자장가)
아저씨의 흥얼거림은 엄마의 모습에서 보고 들은 것이다. 료카 또한 기억을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다.
왕벚나무의 나뭇가지가 리듬에 맞춰 옆으로, 앞으로 흔들흔들 손짓한다.
정해진 규칙이 없는 직장에서 오래 살아 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학원을 돌아다니며 정해진 규칙 속해 머물고 강사들의 부재가 생겨날 때마다 료카는 임시로 그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운이 좋다면 정해진 틀에 박히게 되는 행운의 일이 종종 있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철새처럼 튕겨 나오기 마련이다. 입시 철만 되면 시간이 모자를 만큼 일이 들어오지만, 료카가 가르치는 과목은 영어와 수학의 비중에 비하면 우습기만 했다.
심장을 주워야 하는 일들이 겹치며 료카를 불러주는 곳도 점점 줄어들었고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를 채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료카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차를 끌고 다니지 않았다.
한 번의 큰 사고는 지금까지도 악몽 속으로 헤매게 했다.
내심 운이 좋으면 정해진 규칙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되는 곳이었다.
학원 장의 다음 주도 부탁한다는 말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료카의 입가에 미소를 떠나지 않게 만들었다.
일이란, 공포스럽거나 쓸쓸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도구와 같았다. 그렇게 아주 간절하게 바빠져야만 했다.
낡은 이어폰 속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지 않다. 피아노 소리와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마치 일부러 맞춰 놓은 것처럼 그녀의 귀를 호사스럽게 해 주었다.
늘 지나치는 복도의 고장 난 센서 등이 없던 불안감을 조성했다.
자신이 걷고 있는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는 소리 인지 다른 사람이 따라오는 발걸음의 소리 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료카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 내디뎠다. 이내 뒤따르는 소리도 함께 빨라졌다.
‘대체, 뭐야?’
마호가 선물한 호신용 스프레이를 떠올렸다.
가방 속으로 손을 넣어 더듬거리며 찾았다.
어둠 속에서 온갖 물건들이 널 부러 저 있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젠장.”
료카가 발을 딛지 않았을 때 분명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살짝 불더니, 익숙한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그때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빠르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차례로 모든 잠금장치를 잠갔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고 생수를 들이켠다.
료카는 꺼져 있는 집 안의 등을 유지한 채 인터폰을 조심스럽게 켜 보았다. 다행히 인기척은 없었고, 관리실의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이내 종료 버튼을 눌렀다.
“후후후.”
한참을 어둠과 함께 코하네가 늘 앉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잠이 들었다.
여름엔 축축함과 뜨거운 공기가 싫어 가을을 기다렸다. 그것도 잠시 볼에 남아 있지 않은 살을 도려낼 것만 같은 추위가 닥쳐오면 여름의 축축함이 그리워 자신의 간사함에 놀라며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오랫동안 추위에 떨었던 사람처럼 웅크린 몸을 좀처럼 펼 수 없다.
눈을 떠보니, 아침 하늘이 우중충하다.
소파에 상체를 기대어 멍하게 천장을 올려보았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바쁘지 않다면 다음 주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료카는 벌떡 일어나 차가운 몸을 비비며 따뜻한 물을 세게 틀었다.
점점 몸이 녹아들었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따뜻하게 데워진 물에 노란빛 가루를 부었다.
병에 든 차를 마시며 이게 옥수수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며 인위적인 옥수수의 달콤한 맛이 위의 끝부분까지 쑥,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칼은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유난히 기다란 목은 정말이지, 목이 길어 슬픔 짐승이 맞네, 라며 씁쓸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최대한 단정하게.
”
오늘의 날씨는 영하의 기온을 유지한다며 떠들어 댄다. 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옷차림이 좋겠다며 료카를 걱정하는 말 또한 잊지 않는다. 친절한 방송이다.
“큭.”
짧은 머리카락을 억지로 질끈 묶고 오랫동안 쓰지 않던 딱딱하게 굳은 마스카라를 칠했다.
그녀의 눈썹 색깔은 검고 짙고 탐스럽다. 하얀 얼굴은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환해 보였다.
잠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거뭇한 회색빛 입술을 보며 립스틱을 찾아보지만 이내 포기하고 일어선다.
“오늘은 꼭, 사야겠어.”
늘 그렇듯, 흰색의 낡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베이지색 목도리를 둘둘 감아 나갈 채비를 한다.
결국, 우중충했던 하늘은 겨울비를 내리고 만다.
료카는 비 오는 날은 투명한 비닐우산을 선호했다.
비의 투명함과 비닐의 투명함은 비슷하다.
“두둑, 두둑.
”
꽤 굵은 비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고요한 목소리와 섞인다.
♬Winter Story Of Henry♬
-Janis Crunch, Nakamura Haruka-
비 내리는 날 출근길은 너도나도 분주하다.
어깨에 걸친 가방, 손에 든 가방, 등 뒤로 맨 가방, 인간의 팔이 세 개였다면 이렇게 정신없진 않을 거란 우스갯소리를 또 떠올렸다.
오늘은 참, 운이 좋다.
지하철에 들어서자 료카는 자리에 앉았다. 피곤함에 절어 선 채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잠든 앞사람보다 여유를 부리는 자신이 대견했다. 오랜만의 틀에 박힌 생활의 긴장감은 그녀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조금 일찍 도착한 학원 내는 벌써부터 붐볐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은 아마도 학생들이 아닌가 싶다.
강의에 들어가기 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맛있게 바스락거렸다. 이곳 학원의 규모는 대단하다.
누가 학생인지 선생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들어오는 여자의 정체가 분간되질 않는다.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는 그녀는 아마도 인기 좋은 선생임이 분명했다.
료카의 머릿속엔 단순한 생각만 자리 잡았다.
그녀는 새로 산 립스틱을 바르고, 작지만 아늑한 자신만의 사무실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른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곤 어깨가 올라갈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 사고는 다행히 제자리를 찾는 중이다.
료카가 작은 소리로 엄마에게 속삭인다.
‘엄마, 잘해 볼 거야.’
새벽부터 내린 비는 아침이 왔는지도 모르고 계속 잿빛 구름만 만들어 낸다.
하루 두 번씩 한 시간 반 정도의 수업은 그녀의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결과를 말해 준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의 질문을 적어 놓은 노트를 정리 중이다.
그녀답게 교재 사이사이 색색들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똑똑.”
이 소리는 수업이 끝난 후, 자주 들었던 기분 나쁜 소리에 속했다.
고개를 어정쩡하게 돌아보니 학원장이 꽤 친절한 얼굴로 료카를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억지스럽고 자연스럽지 못한 웃음이 아니었나 싶다.
“아, 네.”
“선생님, 바쁘세요?”
“아뇨, 막 수업이 끝났어요.”
료카는 역시 일어서는 모습도 어정쩡하다.
“차 한잔 어때요?”
료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학원장 사무실에는 비싸 보이는 분재들이 여러 개가 즐비해 있었다.
소나무처럼 보이는 분재는 다른 분재보다 더 많은 주인의 손을 탄 것처럼 보였다. 바싹 마른 분재들 사이로 푸른빛을 내는 소나무는 굉장히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소나무가 자리한 곳으로 해가 조용히 내리쬐고 있었다. 해가 제일 잘 드는 곳에 자리한 소나무는 욕심도 많다.
학원장이 내미는 찻잔은 손잡이가 없다.
차의 진한 갈색은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함을 갖고 있었다.
“마셔봐요.”
보기에 예사로운 차 같지 않아 보였는지 얼떨결에 말이 툭, 나온다.
“고맙습니다.”
“후후, 고맙긴요.”
료카의 귀는 토끼처럼 쫑긋 날을 세우고 있었다.
“흠, 내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음, 부탁했었죠?”
“네.”
료카는 아주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럴 때가 참 난감해요.”
로카는 빠르게 직감했고 이곳의 좋은 냄새를 빠르게 단념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쫑긋 선 귀도 한풀 꺾인다.
오후, 3시. 점심을 거르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도록 일한 대가치고 조금 씁쓸했다.
많은 사람이 료카의 이름과 성을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으로 구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처럼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혐오하는 성과 좋아하는 이름을 구분 짓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든 것이 끔찍했다.
료카는 일본 국적을 버린 한국 사람이다.
학원장은 요즘 사람들의 역사에 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는 통계를 말했다.
물론 료카도 알고 있던 정보다. 직장인 학생 구분 없이 한국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료카는 희망을 버렸다가 학원장의 그 말에 다시 귀를 쫑긋 세웠지만, 그 말은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 주리라 믿은 마음씨 좋은 학원장의 배려였던 것 같다.
료카는 자신이 아무리 한국사에 관해 손꼽히는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일본 사람의 성을 갖고 있는 한, 틀에 박힌 직업을 갖기란, 손꼽히는 일이 될 것이란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일본을 대놓고 비판하는 역사학자라면 꽤 성공한 자리에 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원장은 학원의 사정은 배우는 사람에 따라 돌아간다고 말한다.
료카가 잘못된 게 아니라며 미안합니다, 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학원장은 료카가 뒤돌아 보이지 않은 곳으로 사라질 때까지 배웅했다.
걸어오는 내내 료카는 또 다른 성취감에 취해 있었다.
물론, 다시 걸음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학원장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녀는 능력이 뛰어난 선생일 것이다. 료카는 사흘의 수업을 고급스러운 보이 차로 마무리한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료카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자기의 이마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린다.
“앗, 차 이런.”
들끓어 오르는 성취감에 료카는 지하철역을 지나쳤고, 자신의 자유로운 두 손에는 투명한 비닐우산이 사라졌다. 료카는 키득거렸고, 오늘만큼은 긍정적이다. 학원장은 비닐우산을 보며 일본인 성의 능력이 뛰어난 선생을 기억해 낼 것이다. 퇴근 시간을 피하려 그녀는 전속력을 다해 뛰기 시작한다.
훤히 드러난 이마가 붉어졌다.
대학가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유명 로드샵이 즐비해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상점들은 며칠 밖을 나오지 않는 동안에도 번개처럼 새로운 상점들로 태어났다.
료카는 내일 이른 아침 출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며칠 동안 그럴 것이다.
언제부터 발을 들이지 않았는지 기억은 희미했지만, 첫 번째 자리한 로드 샵으로 발을 들였다.
발을 들이자마자 커다란 포스터 안에 분홍빛 입술과 분홍빛 볼을 뽐내고 있는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 반짝였다. 무엇이라도 훔친 사람처럼 벌떡거리는 심장이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점원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갓 성인식을 치른 듯한 점원은 싱글싱글 잘도 웃는다. 붉고 두꺼운 입술이 열렸다.
“필요한 제품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료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토가 료카 곁에서 도망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코하네의 빈자리, 그 후론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것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피폐한 삶을 살았다. 거의 집 밖을 나오지 않았고, 음식도 거부한 날이 다반사다.
아마도 마호가 없었다면 료카 자신은 지금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거란 아찔한 생각을 늘 꺼내었다.
이곳은 세상에 있는 모든 색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한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색은 없었다. 아주 기가 찰 정도로 한글은 모든 것을 끌어낸다.
자신이 늘 상상만 해오던 색깔이 버젓이 데려가라며 유혹했다.
어린 티를 채 벗지 않은 점원은 그녀보다 더 눈치가 빠르다. 그리고 참, 자기의 일에 열정적이다.
“이 색은 가을에 유행했던 색인데
손님은 얼굴이 하얀 편이라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아, 그, 그런가요?”
잊고 살았던 자기의 얼굴을 처음 본 사람이 스타일을 확실히 집어낼 수 있다니.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이리도 신선할 수가 있는지 또 다른 성취감을 느꼈다.
오늘은 하지 않았던 것을 모조리 해 버려도 실패하지 않을 거 같았다.
어린 점원은 테스터라고 쓰여 있는 제품을 료카에게 발라 보라고 권했다.
머뭇머뭇하다, 싱글싱글 웃는 점원의 에너지 앞에 꼿꼿함은 무너졌다.
거의 거뭇하다고 해야 할 정도의 보라색이 도는 립스틱은 마치 흡혈귀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색깔이었다. 아주 음하고 강해 보이며 약해 보이는 자신이 강해 보일 수 있다는 상상 하며 동경하던 모습이다.
어린 점원은 손바닥을 마주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고객님 이것 좀 보세요
와, 정말 잘 어울리는데요?”
료카는 쭈뼛쭈뼛 손바닥 한 뼘 크기 정도의 거울에 자신을 들여 보았다. 눈이 동그래지고 유난히 짙은 눈썹은 립스틱 하나에 아주 진한 화장을 한 음울하고 아주 강한 여자처럼 보였다.
“이것, 주실래요?”
어린 점원은 자신이 원하던 그림을 완성 시킴을 즐거워하며 그녀를 또 다른 것으로 유혹했다.
료카는 오랜 시간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로드 샵을 나올 때는 굉장히 귀한 고객의 대접을 받으며 한 손엔 가득히 들어찬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뜻 없는 웃음을 피식, 거리며 웃어 댔다.
어느새 오늘의 해가 저물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다가, 다시 왔던 길을 갔다가, 를 반복하며 결심한 듯 발을 재촉하며 걸었다.
『Common cuckoo』미친 뻐꾸기는 료카의 대학 동문이다.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학업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인생과는 별개라며 말하는 이 괴짜는 쿠쿠,라는 자신의 별명대로 원하던 『common cuckoo』를 탄생시켰다.
이곳은 열 명 이상 방문을 허용하지 않은 곳으로, 나름의 자리 쟁탈전이 치열한 장소다.
메뉴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료카가 원하는 술과 음악을 늘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유일하게 곧지 않은 정신을 그대로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쿠쿠다.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것도 꽤 오래전이고, 그때가 언제였을까,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다.
쿠쿠는 답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가끔 문자를 보냈다.
안부 인사 치고는 연락 없는 료카를 탓하거나, 건강이 최고라는 식의 욕이 대부분이지만, 료카는 그가 제대로 미친 뻐꾸기라 좋아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니, 설마, 또는 역시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았다. 좌, 우가 맞지 않은 대칭은 쿠쿠의 인생과도 같아 보였다. 쿠쿠가 손수 붙인 타일은 한눈에 보아도 너무 눈에 띄는 부실함이 그, 같음을 료카는 비아냥거렸다.
쿠쿠는 자신이 고급 인력이기 때문에 대충 붙인 것이라 떠들어 댔다. 그것은 마치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듯, 이란 뜻일 것이다. 고급 인력을 쓴다는 것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고로 자신은 고급 인력이라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그 말을 료카는 뒤늦게 이해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그는 쿠쿠가 맞다.
정말이지 제정신이 아니다.
료카는 자기의 무릎까지 올라올 것 같은 가파른 계단에 잠시 짜증이 올라왔지만, 이내 지하실 특유의 오래된 책에서 나는 곰팡내가 풍겨와 그녀를 흥분시켰다.
빠르게 해는 졌지만, 시간은 아직 이르다.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구석에선 거친 기타가 오디오를 피해 소리를 내고 있다.
료카는 발걸음 소리도, 숨소리도 죽이며 눈을 감는다.
거친 기타 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미친 뻐꾸기의 연주 소리다.
갑자기 티잉, 하며 튕기는, 기타가 짜증을 부리는 소리가 난다.
“엇? 이것 봐라.”
쿠쿠가 기타를 던지듯, 세우며 일어나 료카에게 다가선다.
료카는 빠르게 말했다.
“쿠쿠, 안녕!”
료카는 팔을 겨드랑이에 딱, 붙인 체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인사한다.
“안녕이랜다, 이 놈.”
그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거칠고 센 힘에 그녀는 꼭 종이 조각처럼 펄럭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흣, 어어헉.”
그에게 불쾌하지 않은 남자 냄새가 풍겼다.
“뭐야? 이 자식, 어디 보자 잘 지낸 거야?”
“으응, 뭐.”
쿠쿠는 료카를 훑더니, 한숨을 푹, 내뱉지만 그녀를 다그치지 않았다.
“오랜만에 왔으니까, 특별 음식을 내놓겠어
도망가지 말고 기다려
꼼짝 마.”
쿠쿠는 저녁을 먹었냐는 질문도 하지 않고 맘대로다.
“아니, 쿠우 난 괜찮아.”
멈출 새 없이 뻐꾸기는 주방으로 날아갔다.
“하...”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던 또 한 사람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료카?”
역시나 그들은 지금도 함께다.
카이토와 친구인 그녀 선배는 쿠쿠와 연인 관계이기도 하다.
예주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그녀는 쿠쿠보다 네 살 연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얼굴을 갖고 있다.
예주 선배는 여전히 그때와 똑같다.
“선배?”
예주는 쿠쿠와 같은 방법으로 료카를 와락 끌어안았다.
키가 큰 예주의 품 안에 료카는 쏙, 들어찼다.
“이 녀석, 어디 보자 잘 지냈니?
응? 와, 너무 반가워서 원”
“죄송해요.”
예주는 료카의 볼을 쓰다듬었다.
“시리얼도 못 먹고 다닌 얼굴이네? 쯧.”
료카는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선배는 여전히 같아요.”
예주는 료카의 이마에 꿀밤을 먹인다.
“에헤헤.”
“조금만 기다려, 우리 오랜만에 같이 밥 먹자.”
료카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애써 자리를 피해 화장실로 달려가 보지만, 들썩이는 고개가 마음대로 움직였다.
료카의 식욕은 몇 년 만에 봇물 터지듯, 입이 터질 듯 마구 씹어 댔다. 작게 쪼그라든 위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음식을 입아귀가 터질 정도로 집어넣었다.
가끔 위가 놀란 듯, 콕콕 신호를 보내지만, 그 느낌 또한 싫지 않다.
대학 시절 쿠쿠가 만들어 주던 고추장찌개는 지금도 변함없다.
료카는 빵빵해진 배를 두고 차마 앉지 못한 채, 바에 서서 아직 이른 시간에 드나드는 손님들을 흘긋거린다. 그들의 비율은 정확하다. 남자가 더 많지도 여자가 더 많지도 않다.
료카 자신만 쏙, 빠져 준다면 더 완벽할 것 같다. 료카는 홀로, 괜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에도 얼굴이 불그스름하다.
예주가 손가락 크기만큼 썬 채소를 담아 온다.
그 옆엔 어두운 초록빛을 띤 올리브도 놓여 있었다.
료카는 올리브를 바라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은 예주가 놀랍고 따뜻했다.
“그래서? 아직은 도망갈 생각은 없는 거지?”
“아, 선배.”
“고추장찌개가 뻘쭘할 일은 만들지 마.”
료카가 키득거렸다.
“자, 그럼 즐기고 있어 좋아하는 음악은 듣고 가야지?”
“나에엡.”
료카는 바의 한쪽 끝으로 기대어 서서 반 지하가 갖고 있는 매력을 자세히 훑었다.
낮게 보이는 바깥 풍경은 사람의 발과 신발이 오고 갈 뿐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것만으로 절대 알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가는 사람의 신발은 몰렸다가 다시 흩어졌다.
저벅저벅, 차박차박
오늘은 기분과는 반대로 진한 향의 진은 굉장히 쓰다.
어쩔 수 없이 탄산을 한 잔 더 따라 섞었다. 그제야 달콤한 맛이 제대로 올라왔다.
쿠쿠가 료카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어때?”
“아무 생각이 없이 참, 좋아.”
쿠쿠는 같은 술을 홀짝인다.
“일은 시작한 거야?”
“뭐, 대충.
”
“대충이라...”
“예주 선배랑 결혼은?”
“결혼, 그거 진짜 할 게 못 돼
돈 주고 돈 받기는 노름이지
우린 지금 누가 봐도 노부부 같은걸.”
“하하, 쿠쿠 너답다.”
“그래도 예주는 드레스에 눈이 돌아가는 것 같긴 해”
료카는 진의 쓴맛이 더욱 독하게 올라와 헛기침을 얕게 뱉어냈다.
“쿨럭.”
과거의 켄지 카이토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히다는 켄지가 되는 거야”
쿠쿠가 탄산을 따라 건넨다.
“하, 오늘따라 술이 쓰네.”
“적당히 즐겨.”
료카는 어쩌면 자기 탓도 일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성이 켄지가 된다는 말을 지나쳤고, 그 지나침이 켄지 카이토의 마음을 모른 척, 하는 것이 됨을,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이해했다.
료카의 머릿속은 늘, 1940년 대에 살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겁이 났던 거다. 숨을 고른 후, 뒤돌아보았을 땐 이미 카이토는 사라진 후였다.
‘아무리 그래도, 도망은 아니잖아...
부족한 용기’
익숙하지 않은 입술 위 립스틱은 내내 잊고 있었는지 얼룩덜룩한 모양을 남겨 놓고 색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때, 분명 또 누군가 있었다. 계단을 오르다 관리실로 발을 옮겨 보려 하지만, 현관문이 더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행히 고장 난 센서 등의 수리는 완료되어 있었고, 료카가 오를 때마다 불을 밝혀준다.
차라리 뛰는 게 나을 것 같아 재빠른 뜀으로 현관문에 손을 갖다 대고 덜컹, 거세게 열었다.
거실의 따뜻한 공기가 훅, 불어닥쳤다.
난방을 켜고 나온 걸 깜박하고 이제야 아차 싶다.
“하...”
닫히는 문틈으로 익숙한 향기가 들어왔다.
“료카.”
절대 잊지 못할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닫으려다 침을 꿀꺽 삼키고 캄캄한 어둠을 바라보았다.
‘대체...’
쓰디쓴 술이 목으로 다시 올라왔다.
“료카.”
한 걸음 밖으로 나온 그녀의 발이 민감한 센서를 건드렸고, 불이 다시 켜졌다.
료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을 몇 번이나 깜박였지만, 현실이 맞는 것 같아 용기 내어 목소리를 꺼냈다.
아는 목소리를 모른 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켄지... 카이토?”
센서 등이 그 시간을 못 버티고 어둠을 가까이했다.
료카는 우스꽝스럽게 팔을 들어 올렸다. 다시 등이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켄지 카이토가 말했다.
“아직, 여기 있었군.”
정말 카이토가 그녀 앞에 서 말을 하고 있다.
료카의 어깨가 들렸고, 뒷걸음질을 치며 얼어붙었다. 료카는 일본 사람을 혐오했다.
자신의 반은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그것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카이토는 완벽한 일본 사람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였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아버지 히다 하즈키(료카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그 완벽했던 일본 사람도 엄마와 료카의 곁을 떠났다. 료카의 뇌가 외골수적인 면을 넓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깜박거리고 있었다.
복도 센서 등은 그사이를 못 참고 다시 어둠을 만들어 버렸다.
다시 카이토의 얼굴은 어둠이다.
그가 어깨를 살짝 움직여 보았다. 이 상황에 그 모습도 참, 우스꽝스럽다.
“놀라게 해서 미안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아닌데...
바뀐 전화번호를 알 수 없었어.”
“보시다시피 난, 이젠 잘 놀라지 않아요.”
“아직, 이곳에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
기대는 있었지만...”
“그래요?”
“다행이야.”
“다행? 뭐가?
아, 당신에게 다행이라는 거군?”
료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피부가 창백해지도록 쓸어내린다.
하얀 얼굴은 어둠에서도 백지장 같다.
“아무 말 없이 떠난 사람이
아무 말 없이 4년 만에 나타났군 하...”
료카의 당황스러움에 깜박거렸던 눈은 금방 자연스러워졌다.
료카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료카의 두 팔은 경직된 채 어색한 차려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료카, 어떤 말을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거 잘 알아.”
그녀의 머릿속에 마호의 이해라는 말이 떠올라 속이 매스꺼웠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그의 모습은 이런 모습을 몇 번이고 상상하고 연습한 사람처럼 침착했다.
료카는 그런 그의 모습에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내게 설명할 기회를 준다면 설명하고 싶어.”
한 번도 다듬지 않은 것 같은 머리는 덥수룩하게 어깨까지 길어 있었고, 두터운 코트의 앞 면은 반질반질하게 기름을 발라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마치 밖에서 노숙하는 사람처럼 료카에게 관심의 구걸을 받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다.
“이제 와서? 여전히 이기적이군요.”
“보고 싶었어.”
료카는 그의 말에 버럭 화가 났지만, 자기보다 더 약해 보이는 그의 뺨을 갈라놓을 순 없었다.
료카의 손은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주먹을 쥐고 있었다.
카이토가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사 년 전 떠나는 뒷모습을 봤다면 지금처럼 화가 나진 않았을 거라고 중얼거린다.
“켄지 카이토.”
그의 걸음이 멈추었고, 료카는 현관문을 열고 기다린다.
료카를 보자 그의 걸음이 빨라졌고, 훤히 열어 둔 문틈 사이를 잘도 파고 들어갔다.
다시 복도 등에 불이 훤히 들어왔다.
새벽 두 시가 채 되지 않았고 거실의 짙은 색 커튼의 어둠은 밤의 어둠보다 더한 공포를 자아내는 것 같았다.
료카는 자신의 생활을 들킬까, 얼른 커튼을 묶었다.
집 안은 금세 환한 불빛이 들어왔다.
“앉아요.”
“고마워.”
소파의 색깔, 소파의 질감, 소파의 위치, 몇 개의 액자, 예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주방의 색깔이 달라 보였다. 마치 소형 병원의 진료실과 같이 냉랭함이 가득했고, 알코올 냄새가 올라올 것 같은 분위기다.
주방 집기는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카이토는 엄마 코하네가 차려낸 음식 냄새가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순간, 개수대의 찡한 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미간이 좁아졌다.
“혹시, 코하네는 일본으로...”
인사를 하고 싶었던 그의 말을 매섭게 잘라냈다.
“죽었어요.”
그에게서 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료카는 모른 척 유리잔에 술을 따른 후 말했다.
“마실 건가요?
그의 고개가 끄덕인다.
료카는 한 잔을 먼저 한꺼번에 들이켠 후, 그에게 잔을 내밀었고 살며시 그와의 손가락이 스쳐 지나갔다.
료카의 손은 거친 면을 깎아 놓은 얼음 같았다.
료카는 카이토가 앉아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손짓한다.
“거긴 엄마 자리예요.”
그는 당황하며 벌떡 일어나더니, 술잔이 출렁이며 바닥에 찰싹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아... 미안.”
료카는 신고 있던 슬리퍼로 바닥을 몇 번 오가며 물기를 닦아 윤기를 만들어 냈다.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에 카이토의 입이 실룩거렸다.
료카는 카이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금 더 자세히 홅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갈 곳이 없는 거예요?
대체 몰골이...”
“그럴 리가...”
“그럼 그런 모습을 하고 내 집에 나타난 이유는 뭐지?”
“내 모습이 왜?”
“내가 당신에게 동전이라도 손에 쥐어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카이토의 술잔에는 얼음만 외롭게 남았다.
“세월이 흘렀으니까.”
빛에 반사되는 머리칼은 살며시 희끗거린다.
료카의 잔에도 얼음이 달그락거렸다.
“다행이네요, 바뀌었다니...”
그가 머뭇거리며 술잔을 내려놓고 말을 꺼낸다.
“물어봐도 될까? 어머니는...”
“엄만, 당신이 알다시피 갑자기 사라진
지독하게 이기적인 일본인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죽었어요, 마지막엔 자신의 환상으로
그 남자와 함께 죽었으니
그리 불행하진 않을 거야.”
료카는 독하게 말을 내뿜었지만, 말끝의 떨림은 숨길 수가 없다.
카이토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가슴에 손을 갖다 대고 발을 옮긴다.
“료카, 미안해
정말 마음이 아파.”
“이제 와서?
흐읍 그런 말 말아요
어차피 엄마는 오직 내가 짊어질
나만의 무게였으니까.”
“무작정 한국에 왔어, 그리고 달려왔어
당신이 만나고 싶어서.”
료카는 소파에 앉아 등을 굽히고 허벅지에 상체를 지지한 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료카 당신 얼굴
정말 지쳐 보여, 쉬어야 할 것 같군.”
현관문과 가까워지는 그의 뒷모습이 안타깝다.
“료카, 난 지금 도망치는 게 아니라...”
료카는 잔을 돌리며 얼음만 달그락, 거릴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튼 만나서 다행이야 료카, 좀 쉬어야겠어 당신...”
카이토가 신발을 신는 소리와, 찰칵, 하며 최대한 조용히 닫으려는 섬세한 손길과, 호흡, 심장이 두근대는 떨림이 고스란히 그녀에게 닿았다. 너무도 강렬하고 섬세해서 심장을 누군가가 도려내는 것 같다.
료카는 얼음만 달그락거리는 빈 잔을 끝내 집어던지고 만다. 잔은 투박한 조각을 만들어 료카의 닫힌 마음을 더욱 베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복도를 걷는 그의 발자국은 잠시 멈칫, 했다가 빠르게 뚜각거리며 사라졌다.
파랗고 투명한 유리병이 차가운 바닥에 널브러져 빛에 반사된다. 이름과 같이 블루 사파이어답게 반짝였다. 온 집안에 노간주나무 열매의 냄새가 진동했다.
하얀 발목 위로 흰색의 원피스가 걸을 때마다 나풀거렸다. 코하네의 발목은 너무도 새하얘서 눈이 부셨다.
지금이 현실이기를 바라보지만 역부족이다.
엄마 코하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눈을 뜨지 않으려 몸부림치다, 결국 눈은 사파이어를 바라보며 깨어났다.
“흐어어, 엄마...”
코하네가 없는 거실과 코하네가 먹고 남은 진이 증발한 사파이어 병, 그리고 혼자 남은 캄캄한 공간 속 현실의 자신, 갑자기 펼쳐지는 압박감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벌떡 일어나 앉아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죽음의 공포와도 같은 두려움이 또다시 들이닥쳤다.
“뚜, 뚜, 뚜, 뚜”
“료카, 무슨 일이야?”
그녀가 울부짖었다.
“료카?”
“아저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료카, 괜찮은 거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저씨의 숨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하아...”
엄마의 죽음이 아니었더라면 하즈키는 도망간 아버지가 아닌, 실종된 아버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죄송해요.”
“놀랐다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이 엄마를 버린 이유가 뭐예요?”
“하, 료카
하즈키는 엄마를 버리지 않았다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니?
하즈키는 코하네를 버리지 않았어.”
“그렇다면 도망간 이유는 뭐예요?”
“많은 일들이 있었어
내가 지금 간단히 설명하기엔 부족할 것 같구나
다만, 정리하자면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랬을 거다.”
“맨날 똑같은 거짓말.”
“료카
난 네가 듣고 싶은 말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건 사실이란다.”
“죄송해요.”
“료카...”
달그락.
자신의 예의 없는 행동에 전화기를 놓은 손등을 바라본다.
마지막까지 하즈키를 보고 싶어 했지만 끝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엄마의 공허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엄마의 눈은 분명 하즈키를 만났던 것이 분명했다.
료카의 마음이 급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이불 더미에 팽개친 휴대폰으로 전화번호를 뒤적였다.
손가락과 함께 눈도 열심히 돌아간다.
급한 마음을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해 잘못된 화면이 계속 떠올랐다.
“찾았다.”
생각하지 못한 카이토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것을 보고 자신의 한심함에 고개를 젓는다.
카이토가 없어져 버린 후 그 전화번호는 착신이 금지된 번호였다.
통화 버튼 위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낯선 여자의 착신 금지라는 목소리는 그의 목소리가 나타남과 함께 사라졌다.
료카는 중얼거렸다.
“받지 마, 받지 마.”
료카는 빠르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시계가 6시 12분을 가리켰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후회했다.
마호는 자꾸만 하즈키가 도망간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이 흔하게 뱉는 괜찮다, 는 식의 위로 섞인 말은 90 프로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즈키와 카이토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 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거짓말이야.”
샤워기를 틀었다.
얼굴이 얼어 버릴 것 같은 온도다. 아릿한 아픔에 신음을 토했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입술이 덜덜 떨릴 정도가 되어서야 수도꼭지를 비틀었다.
젖은 손으로 히다 나오코라는 이름 부분을 짓이기고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탁자 위로 서류 몇 장과 손 글씨로 된 편지가 한 장 쏟아졌다.
나오코라는 사람의 글씨체다. 비뚤어진 글씨는 억지로 쓴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글이 히라가나처럼 구부러져 보였다.
『보고 싶구나
기회를 준다면 그곳으로 찾아가고 싶다
이곳에 네가 와도 좋다
연락처와 주소를 남긴다
너의 고모 히다 나오코』
--- 작가의 말
아주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예감에 연재에 대한 선택을 고민했지만
많은 작가님들의 조언에 힘을 냈습니다
첫 이야기부터 참, 답답하실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하
용기를 얻어 끝까지 잘 해내보겠습니다
참, 그리고 달 그림자는 종이책을 꼼꼼하게 준비 중입니다
그 또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잘 전진해 보겠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꾸벅
< 작가 금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