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4. 살아남아라

by 금봉




시간을 조금 남겨 두고 각자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고

들이마시고 내쉬는 길이가 짧아졌다.

오랫동안 세워 두었던 계획을

몇 번이나 테스트했다.


이 광경이 낯선 요셉과 추니는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했다.


그들은 각자의 칼을 좀 더

날이 서도록 갈고 또 갈았다.


윤국은 총알을 확인하며

걸친 조끼의 주머니 속마다 채워 넣었다.


응축된 비스킷과 응축된 수분 알약을

각자에게 똑같이 배분하였고

윤국은 티켓을 확인하며

칼을 갈고 있는 요셉을 유심히 보았다.

추니의 엄마 몫까지

당연히 티켓은 두 장을 갖고 있을 터였다.


설마, 요셉이 그것을 알고 있었을까.


요셉이 윤국의 시선을 느끼며

손에 든 티켓을 흘긋하다 눈이 마주쳤다.


요셉이 먼저 말했다.


“네네, 알고 있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진의 목소리를 들었으니까.”


윤국은 마음과 다르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와서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요셉이 허탈한 웃음을 뱉으며 말했다.


“하하, 설마 내가 티켓 때문에
그 끔찍한 것들 앞에 섰을까요?”


요셉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내가 죽었어요
가족은 아니지만 또 다른

죽음을 볼 순 없는 일이죠.”


윤국이 티켓을

요셉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쨌든 당신은 티켓을 건졌군.”


요셉이 티켓을 휙, 소리가 나도록

빼어 들었다. 그리고 수분 캡슐을

입에서 오물거리고 있는 추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추니, 고맙다.”


추니가 말했다.


“날 구해준 건 고맙지만

가까이 오지 말아요.”


추니가 칼을 빼어 들고 벌떡 일어났다.

윤국이 요셉 앞에 서서

두 손을 활짝 펴 보이며

추니를 진정시켰다.


“추니, 진정해
우리도 너와 마음이 다르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거야
그럴 때마다 대책 없는 분노는 위험해.”


추니의 푸른 눈동자는 번들거렸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때 로사가 칼을 들고 있는

추니의 손을 천천히 잡았다.


“추니, 쉬이이 우린 널 이해해.”


로사의 부드러운 말투에 추니는

칼을 떨어트린 후 화장실 문이

부서질 정도로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윤국이 말했다.


“요셉 당신 당분간 추니에게

접근하지 마시오
엄마 몫의 티켓을

당신에게 준 거니까.”


요셉이 대답했다.


“휴우, 잘 알겠습니다.”


로사는 비아냥거리듯 말하는

요셉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미소를 짓고 잠이 든 민을

끌어안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윤국이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앞으로 두 시간...
긴 여정이 될 테니

조금이라도 눈좀 붙여.”


윤국은 쉬지 않고 밖을 살폈다.


배 시간이 다가오자 굳게 닫혔던

문 속에서 공포를 눈에 안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집 근처 윤국 가족과 친밀하게 지냈던

브랜의 가족이 보였다.

브랜의 뒤로 보이는 그의 가족을

윤국은 유심히 살폈다.

마을에서 가족 구성원이 가장 많았던 터라

윤국의 눈빛이 말하는 걱정과

무언의 안부가 브랜의 고개를 젓도록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기 위해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건

양쪽 모두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은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눈을 벌겋게 뜨고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브랜의 젓는 고개를 확인하자

윤국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브랜의 부모님이 보이지 않았고

자녀 넷 중 둘째도 보이지 않았다.


윤국이 중얼거렸다.


“맙소사!”


브랜은 다시 눈을 깜박거리며

손을 들어 보였다.

윤국도 손을 들었고 사람들이 천천히

길을 걷고 움직이고 있는

아스팔트 길을 유심히 보았다.


출처, 일본침몰


모두가 고기 덤불에 대해

지식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름이 차지하지 않은 흙길 또는

나무가 없는 아스팔트 길,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의

형태는 둘로 나뉘었다.


아스팔트 위를 선택한 사람들은

좁은 곳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꽤 안전한 선택으로 보였다.


뒤에 있던 요셉이 말했다.


“맞아요, 나도 저 아스팔트 길을

뛰었어요, 끊임없이.”


이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로사가 말했다.


“계획했던 대로 가요.”


로사는 흙길을 말하고 있었고

요셉은 아스팔트를 말하고 있었다.


윤국이 말했다.


“아스팔트가 안전하긴 하지만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지체될 거야
하지만 흙길은 벗어나지 않도록

집중하기만 한다면 가장 안전한 길이야.”


요셉이 말했다.


“왜 위험을 감수하고 갑니까?

그러다 잘못 디뎠다간

덤불을 밟을 수도 있죠
그랬다간 모두가 줄줄이 차례로

매달리게 될...”


로사가 민의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이봐요, 말조심해요.”


추니가 벌떡 일어나며

요셉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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