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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작은 사회

3. 왔다, 나의 두번째 사회

by 금봉


우리의 두 번째 집은 시골에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시내라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에게 시내라는 이름의 의미는 대단한 것이다.

뭔가 세련되거나 한창 멋을 부리며 우리 또래의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곳이거나 매콤하고 달콤한 쫄면과 우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 번째 집, 그러니까 아파트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이곳은 회사 이름을 붙인 oo아파트이다. 그런데 그곳은 겨우 3층짜리에 불과했다.


왠지 요즘 모두가 아파트, 아파트, 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같은 모양을 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이곳은 자격 미달 인 것 같았지만 어쨌든 아파트라고 불린다.

예를 들면 강남이 아닌 강남 근처에 아파트를 짓고 이름을 강남 아파트라고 짓는 것처럼 말이다.

내 생각엔 우리가 거처할 이곳은 그냥 연립이 맞는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이사로 인해 언니 우정이와 나는 전학을 가야만 했다.

난 이제 막 입학했고 학교라는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그 큰 시내에 위치한 학교에 들어가야 하다니, 난 눈앞이 캄캄했고 막막했다.


이럴 수가, 그 날이 이렇게 순식간에 빛처럼 와다다, 하고 성큼 다가온 것이다.


나는 엄마와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정말 이곳은 성처럼 커다랗다. 저지대 마을에서 다니던 학교는 희멀건 색의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이층 자리 아주 작은 학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덩치도 내게는 굉장한 위엄으로 느껴졌는데, 이렇게 큰 건물에 나처럼 작은 아이가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나는 겁이 덜컥 났다.

그 와중에 엄마가 있는 집 까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엄마에게 달려가는 시간은 달려갈 수도 없을 만큼 좌절스러운 거리가 된 것이다.


나의 불안증은 점점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엄마에게 달려가는 그 시간 동안 숨을 못 쉬고 죽어버리면 어쩌지? 대책 없는 나의 공포심이 또 조금씩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벽돌은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 잘 해야 간다는, 대학교라는 곳처럼 보인다.

아마도 나는 이런 건물을 텔레비전 속에서 처음 본 게 아닌 가 싶다.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저 큰 건물에 붉은 벽돌을 하나하나 붙였다고 생각하니 우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감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나의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고 교실 의자에 앉기도 전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한 마디로 난 6년 동안 망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선 가장 싫었던 건 아이들이 꽥, 꽥 소리를 지르며 마치 홍콩 영화에 나오는 무림의 고수인 사람들처럼 날아 다닌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창문 쪽에 앉은 내게 햇빛이 온 몸에 내리 쬘 때면 날아다니는 아이들이 일으키는 먼지 알갱이가 하나하나, 아주 자세하게 보인다는 것, 그것을 들이마시는 길목까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먼지가 내 콧구멍에 정착할 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 진다. 결국, 난 엎드린다. 콧구멍 보다는 입이 나을까, 라는 생각에 입을 괴상하게 오므린 체, 벌리고 몰래 숨을 쉰 적도 있다.


아, 첫날부터 난 고뇌와 상실에 늪에 빠져 버렸다.

괴로움에 발을 동동거리지만 발은 꽁꽁 묶여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바보처럼 엄마가 나를 기다려 줄 지 알았다.

엄마는 왜 먼저 간다는 소리도 않고 나를 저 큰 교실 속에 던져 놓고, 그냥 가버렸을 까, 아니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그렇게 하는 건가?


학교를 마치고 난 엄마와 함께 걸었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고 갈망하던 시내를 걸었지만 땡전 한 푼 없는 나는 달콤한 희망을 품을 수가 없다.

뭐, 땡전이 있다고 해도 자신 있게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아빠처럼 슈퍼마켓에 들어가 원하는 것을 사고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돈을 건네고 주고받는 것도 모르는 어른에게 인사하는 것도 난, 정말 힘이 들었고 긴장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걷는 순간 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걷는 것 같았다.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쫄리다? 쫄 보가 되었다? 라고 해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고난의 길을 나는 6년 동안 걸어야 한다.

조금씩 고개를 들고 내가 가는 길을 외워 보기라도 하자.


나는 이제부터 나의 두 번째 집을 연립 아파트라고 부를 거다.

3층짜리 집을 오직 아파트라고 부르기엔 나의 등과 귀가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야 연립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나는 내 인생에 대한 고단한 짐을 어깨에 한가득 짊어진 것 같았다.

나 보다 몇 배는 더 큰 나무에서 갈색 마른 잎이 떨어졌다.

그 쓸쓸함이 나와 같지 않은 가.


연립 아파트를 백여 미터를 남기고 옆 건물을 자세히 보았다. 으리으리한 성과 같다.


아, 여긴 교회라는 곳이다.

왜 십자가가 회색인 지 모르겠다. 회색 철로 된 십자가를 뾰족하게 생긴, 고깔콘을 엎어 놓은 모양 위로 딱 붙여 놓았다. 어쩌다 센 바람이 들이 닥치면 난 꼭 이곳을 피해 뛰어 갈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이곳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굉장히 용기가 많은 사람들인가, 저 위태로운 십자가 밑을 저렇게 자유롭게 걸어 다니다니, 부러웠다. 아니면 반대로 저 교회에 다녀서 용기를 얻은 건지 모를 일이다.

뭐라고 그랬더라? 아멘, 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또, 자신들이 믿는 예수님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 질 수 있다, 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집 앞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정문 입구다. 내가 손이 세 개, 그리고 팔이 세 개였다면 난, 나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정수리도 쓰다듬으며 포옹까지 해 주었을 거다.


우리의 연립 아파트는 들어가는 정문에 경비실이 있다. 경비실은 자본주의 세상을 확연히 갈라 놓고 자세히 보여주는 곳이다.

왜냐면 1동에서 3동, 그리고 경비실이 경계가 된다.


참고로 미신을 억울하게 뒤집어쓴, 굉장히 이미지가 좋지 않은 숫자 4는 아예 싹을 잘라버렸다. 무슨 숫자 주제에 인간 삶에 골치 아픈 일을 만든다고 그렇게 난리 들인 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4동을 만들어 놓고 그게 진짜 죽음을 의미하는 사, 인지, 경험해 보지도 않은 어른들 만의 결론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숫자4를 좋아한다.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의 혹독함의 경계인 경비실을 경계로 4동부터 7동까지 연결이 되어있다.


자본주의, 라는 내 말의 의미는 1동은 과장급, 2동 3동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뭐, 과장 밑이라면 대리? 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어떤 급, 을 달고 있는 자들의 공간으로 우린 그렇게 나뉘어 있었다.


연립 아파트에 적응할 무렵, 나는 1동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와, 나는 정말 놀랐다.

나의 두 번째 집이 굉장히 넓은 곳인 줄 알았지만 1동은 늘 꼴찌를 하는 나의 달리기 능력을 채워 줄 만큼 더 넓은 곳이었다.

흠, 사람이 과장이나 대리 같은 것, 즘은 꼭 해봐야 한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혹시 나의 불편한 학교 생활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급, 이란 것을 인용하지는 않을 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1등은 앞자리 꼴지는 뒷자리를 앉게 되는 것일까, 시작되지도 않은 불안은 몇 갈래로 이어져 계속 뻗어 나가기만 했다.


우리 집은 6동 이층이다. 나는 경비실을 지나며 아저씨에게 인사를 한다. 나는 처음 본 사람에게 인사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자 마자 엄마와 또는 아빠와 경비실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저 아저씨는 내 얼굴도 기억을 못할 텐데, 역시나 인사를 하니 누구 지? 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나의 얼굴은 완벽한 우체통이 되었을 게 뻔했다. 세상에 내가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다니.

나는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걷는다고 생각하며 날았다.

으아악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저기 6동에 이사 온 집이냐?”

나의 고개는 집을 향해 눈은 아저씨를 보며 모기의 날개 짓 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니에에.”

“학교 다녀 왔니?”

이번엔 바닥을 보며 고개만 끄덕, 거렸다. 그리곤 아저씨의 아래 입술과 윗입술이 강력한 본드로 붙길 바라며 냅다 뛰었다. 뛸 때 마다 가방이 좌 우로 흔들거렸다.

나는 높은 계단도 육상 선수처럼 빠르게 뛰었다.

“으헤헤헥 헥 헥.”

숨을 고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뭔가 느낌이 달랐다. 처음 보는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엄마가 나름 신경 쓴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는 하얀 레이스 커튼도 없었다. 방에서 나 보다 훨씬 키가 크고 가늘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사람이 나왔다.

이게 꿈인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 사람이 말했다.

“넌, 누구 야?”

이런 젠장, 난 5동의 2층집에 들어온 것이다.

이 언니는 나 보다 훨씬 학년이 높은 게 분명하다. 난 말도 안 되게 오그라드는 짓을 했고, 순간 난 내가 그저 그런 멍청한 바보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의 순발력은 놀라웠다.

“언니, 저기, 같이 놀자.”

이런 미친, 이런 짓을, 이런 말을 나불거리다니, 정말 커다란 저 신발장 속에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면 그냥 그대로 쓰러진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 언니는 나를 정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먼저 젓고 말했다.

“아, 너 저기 6동 이사 온…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돼.”

난 그 어여쁜 생머리를 가진 언니의 말이 끝나자 마자 네, 라고 답하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의 재빠른 눈치에 조금의 감동은 했지만 역시 난 바보 천치다.

툭하면 눈물을 짜내는 나의 눈알의 감정은 오늘만큼은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름 모를 예쁜 그 언니는 나를 정확하게 미, 친, 년,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날 이후, 나는 5동을 피해 다녔고 멀리서도 그 긴 머리카락의 여자를 보면 도망치거나 뒤돌아 더 먼 거리를 걸어 다니곤 했다.

나는 현관 앞에 도착하자 마자 호수를 확인했다.

502가 아닌 602를,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 이 숫자를 말이다.


문을 열고 다시 확인했다. 엄마의 하얀 레이스 커튼을, 나의 심장이 이제서야 안정을 찾으며 엄마의 냄새, 그리고 우리의 냄새, 그 냄새를 맡으려 킁킁거렸다.

“다녀왔습니다.”

엄마는 주방에서 또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난 비 맞은 생쥐처럼 방으로 들어왔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교 어 땠어?”

이럴 땐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이런 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내 기분대로 말하는 게 맞는 건지 말이다. 하긴 학교를 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도 선생이란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것도, 친구, 아니 그 무림 고수들과 잘 지내야 하는 것도, 그 누구도 아무도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난 오늘 너무 힘이 들고 지쳤다.

“응 똑같, 아…”

우성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와 내 얼굴 앞에서 들고 왔다 갔다, 시끄럽게 굴었다.

하긴 내가 싫다고, 학교 가기가 죽기 보다 싫다고 말한 들, 달라질 게 있을까,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결국 어른들의 말 대로 따라야 할 것이다.

그걸 아는 나의 포기는 항상 빠르다.

엄마는 간장 버터 계란 밥을 만들어 우성이 것을 골고루 비벼 준다.

난, 오늘처럼 고난스러운 날, 내 것도 엄마가 저렇게 쓱쓱, 비벼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말했다.

“우재, 얼른 비벼 먹어.”

나는 홀로 외롭게 밥을 비볐다.

덜 익은 계란 노른자가 고소함으로 나를 위로해 준다.

나는 억지로 우성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가야 한다. 나의 지친 기색을 눈치 빠른 엄마가 알 법도 한데, 엄마는 내게 눈길도 한 번 주지 않았다.

엄마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고 중얼거리며 우성이에게 조끼를 입혀 주었다.

“저녁 되기 전에 들어와.”

아, 저녁 되기 전에 들어 오라니, 놀이터에 일초 정도만 발을 담그고 집으로 오고 싶었다.

결국 난 우성이와 함께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즘 집으로 발을 옮겨야 할 것이다.

그래, 사랑하는 나의 엄마의 휴식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해 보겠다.


이곳은 우리의 첫 집 보다 놀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우성이는 아마 내가 학교에서 얼른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언니 우정이는 어느 순간부터 우릴 그저 아이 취급할 뿐 상대해 주지 않았다.

지도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주제에, 그렇게 어른인 척 다르게 굴었다.


내 동생 우성이가 온전히 내 담당이 되어 버리다니, 안락해야 할 집이란 곳도 서서히 고난스러운 곳으로 변하기 직전이라니.

오늘은 정말 우성이와 놀아 줄 기운이 없었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끊임없이 말하는 동생을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린 놀이터를 선택하지 않고 우성이가 말하는 곳을 가 보기로 했다.

7동을 지나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을 향해 갔다. 7동은 연립 아파트의 끝이기 때문에 당연히 철문으로 된 후문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건 저 철문을 왜 달아 놨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른들은 아주 자주 턱없는 짓으로 돈을 낭비하거나 시간을 낭비한다.

그 문을 잠가 놓은 들, 우린 철문 사이로, 또는 철문 밑으로, 또는 낮은 담벼락을 잘도 타고 넘기 때문이다.

이곳은 낮은 산이 시작되는 부분이었고 소각장, 그러니까 온갖 쓰레기가 담겨있는 초록색, 커다란 통이 있는 곳이다.

그건 꼭 화물차처럼 보였다.


그 옆을 지나가면 네네, 저는 쓰레기를 태우는 곳입니다, 라고 말을 하듯 쓰레기와 타나 남은 재, 냄새가 났다.

우리는 계속해서 걸어 본 적도 없는 길을 계속 걸었다.

우성이는 참, 이런 모험을 좋아한다. 별 것도 아닌 플라스틱으로 된 쓰레기나 좀 더 독특하고 달라 보이는 나무 짝대기를 보고 주워 올리는 우성이는 남다른 감탄사를 뱉으며 잘도 걸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아주 깊게 파인 구덩이가 발견되었다. 그것은 정말 지붕만 없을 뿐이지, 사람이 살 수도 있을 만한 깊이다. 나는 겁을 먹었고 그걸 아는 우성이는 먼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안전을 확인한 후, 나도 따라 구덩이로 숨었다.


와, 찬바람도 막아 주다니, 이곳에 혹시 사람이 사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낮엔 일을 하러 갔다가 집이 없어 이곳에서 은신하는 식, 말이다.


우리가 이곳을 발견한 그때부터 이곳은 우리의 본부, 그러니까 아지트가 되었다.


우린 집에서 엄마 몰래 쓸모 없는 물건이나 가져와도 티 나지 않은 얇은 이불, 또는 아빠가 갖고 다니던 맥 가이버 칼, 같은 것들을 모아 본부에 들러 마치 또 다른 집처럼 들락거리며 놀았다.

무거운 쇠로 된 자물쇠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 우성이는 그곳을 정말 좋아했다.


우린 좀 더 추위가 찾아왔을 때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

엄마를 잃어버린 게 분명하다. 우성이는 겁도 없이 고양이를 안고 그 자리에서 혹시 찾아올 엄마 고양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긴 기다림에도 어미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우린 추위 속에 아기 고양이를 놓고 집에 갈 수 가 없었다.

우리는 본부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깊은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입구를 만들어 아기 고양이만 딱 들어 갈 수 있도록 그 어떤 것들이 와도 아기 고양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불로 돌돌 감아, 먹던 사과를 놓고, 엄마 몰래 갖고 온 불고기도 먹였다.


나는 그 날 밤 고양이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까만 밤, 불도 켜지지 않는 그 어둠속에서 얼마나 무서울까, 그 생각만 해도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우성이와 난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밥도 먹지 않고 엄마 몰래 우리의 본부로 향했다.


우리의 뜀박질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간절했고 설레였고 빨랐다.

아, 이럴 수가 아기 고양이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파 놓은 곳을 손으로 아무리 긁어 보아도 아기 고양이는 없었다. 다행이 갖다 준 먹을 거리는 다 먹고 난 후 사라진 것 같았다. 우린 그 넓은 산 속을 누비며 이리저리 눈을 돌리고 고개를 돌려가며 아기 고양이를 찾았다. 아기 고양이를 우리는 고양아, 라고 불렀다.


산이 메아리 치도록 우린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아, 고양아, 어딨어? 엄마 찾아 갔어? 고양아, 라고 말이다. 끝내 우린 두 번 다시 고양이를 보지 못했다. 우성이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우성아, 너 그거 알아?
엄마 고양이는 아기 고양이를 절대 버리지 않아, 분명히 찾아 갔을 거야
저것 봐, 음식도 다 먹었잖아?
애기가 어떻게 그걸 혼자 다 먹어? 안 그래?
우리가 고양이를 지키고 있어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던 거야.”


그래, 거짓말이 아니다. 원래 엄마는 그런 존재이니까.

시간이 흐른 후, 우리 동네에는 고양이가 갑자기 많아졌다. 그때의 아기 고양이와 색깔과 크기는 달랐지만 아마 아기 고양이의 친구일 거라 믿고 싶었다. 아니면 자라서 색이 바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양아, 엄마가 데려 간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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