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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JAZZ May 22. 2024

고래의 꿈

짧은 시입니다

고래는 울었다.

고래의 울음은 드넓은 바다의 한 모금이 되어갔다

고래는 바다 안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슬펐다

주기적으로 뭍으로 나가 숨을 쉬어야만 하는 삶

반복의 쳇바퀴가 끝나지 않을 지겨움이 되어버렸다


고래는 닻을 내릴 자리가 없음을 슬퍼하였다

돌아오는 해류의 역전이 고래를 좌로 우로 흔들었다

하루는 자신을 나아가게 도와주다가도

하루는 저멀리 등을 떠미는 해류가 지독히 미웠다


어느날 답답함을 참지못했던

고래는 뭍에 나가 물을 뿜었다

태양이 뿜어댄 빛에 물방울이 산란되었다

무지개가 일순 보이고 그 뒤로는 노을이 지고있었다

인간들은 고래를 보고 감탄을 금치 않았다


고래는 인간들을 보고 자신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작은 존재가 고마웠다

자신이 크나큰 존재였음을 깨닫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고래는 자주 뭍에 나가 물을 뿜어대었다


고래는 외로운 날에 깨달았다

고래는 인간으로 태어났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고래는 바다에서 숨쉬지 못하고

물고기들은 신경쓰지 않는 해류를 못견뎌했던 것이다

고래는 왜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했던 것일까


고래는 연안으로 헤엄쳤다

육지의 삶을 한 번 체험하기 위해

고래는 얕은 물로 나아갔고

바다의 끝에 도달했다


드넓은 바다의 끝에서

비좁은 육지로

고래는 뛰었다


고래는 마지막으로 물을 뿜으며

자신이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고독은 고래를 자살하게 만든 것이다


고래는 진심으로 자신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의심하지 않고 뛰어 들었을 뿐이다

한 번의 도약이 분분히 낙화가 될줄은

고래는 단 한번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들은 작살로 고래를 찔렀다

인간들은 큰 칼로 고래를 갈랐다

인간들은 고래의 고기를 좋아했다

그들이 고래의 분수를 좋아했던 것보다 더


고래는 고기가 되었다

고래는 낭만을 찾았지만

육지에서는 헤엄치지 못함을 간과하였다


현실은 칼이 되어 고래를 갈랐다

고래는 고래의 작은 뇌 속에서

인간이 되어 뛰어다니는 꿈을 꾸면서 고기가 되었다


소설 '고래'에서 주인공이 고래를 보며 감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보고 저만의 방식으로 상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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