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story] 거품이 꺼진다는 것?

비트코인은 거품일까?

by 매드본

“거품이 꺼졌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암호화폐든,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 표현은 얼핏 들으면 단순히 가격이 떨어졌다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하다. 거품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다. 그것은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며, 그 꺼짐은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 신뢰가 무너지는 과정이다. 이 글은 거품이 꺼지는 과정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와 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또 어떤 조건에서 일어나는지를 천천히 짚어본다.

본론

먼저 '거품'이란 무엇일까? 아주 간단히 말해, 자산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너무 많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이 1년에 100원을 벌어들이는 회사인데, 이 주식이 1만 원에 거래된다면, 그건 '너무 비싼 것'일 수 있다. 물론 미래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높은 가격도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지나치게 과하면, 실체 없이 부풀어진 '거품'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거품 속으로 뛰어들까?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이 계속 오를 것 같기 때문이다. 남들이 돈 버는 걸 보면, 나도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소수의 정보가 빠른 투자자들이 움직인다. 이들은 기술이든 신사업이든 뭔가 새롭고 유망한 걸 발견한다. 그다음으로 언론이나 SNS에서 '이거 대박났다'는 얘기가 퍼진다. 일반 투자자들도 따라 들어온다. 가격은 더 오른다.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진다.


이 시점에서 자산의 본질은 잘 안 보인다. 어떤 기술인지, 수익은 얼마나 나오는지보다, "지금 안 사면 기회를 놓친다"는 생각이 우선한다. 누가 봐도 이상한 가격인데,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면 바보 취급당한다. 이른바 '과열' 상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언가 이상한 신호가 나타난다.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정부에서 규제 얘기가 나오거나, 금리가 올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일이 생긴다. 혹은 큰손 투자자가 조용히 빠져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팔기 시작한다. 그게 신호가 된다.

그때부터 '혹시 이제 끝인가?' 하는 생각이 퍼지기 시작한다. 불안이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진다. 그리고 모두가 동시에 출구로 몰리면, 그동안 오르던 가격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거품이 꺼지는' 순간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가격이 높아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이 높아도 사람들의 기대가 계속되면 버틸 수 있다. 진짜 위험한 건 그 기대가 꺾이는 순간이다. “더 이상 오르지 않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모두에게 번지면, 그때 거품은 터진다.

그렇다면 그 기대는 왜 꺾일까? 심리적으로는 세 가지 조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 비교이다. 주변 사람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손실을 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신도 늦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남들도 다 하니까 괜찮다”고 믿었던 투자도, 실제 사례들이 달라지면 흔들리기 시작한다.

둘째, 불확실성의 등장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거나, 자산의 서사를 지탱하던 근거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그 불안은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고, '확신'을 '의심'으로 바꾼다. 특히 언론이 부정적 보도를 시작하면 그 효과는 훨씬 빠르게 퍼진다.

셋째, 집단 행동의 역전이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산다”가 아니라 “모두가 판다”는 신호가 감지되면, 사람들은 스스로의 판단보다 남들의 행동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른바 '눈치 게임'이다. 누구보다 빨리 빠져나가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공포심이 급속히 확산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처럼 여러 차례 큰 폭의 하락을 겪고도 다시 회복하며 더 높이 오른 자산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만약 비트코인이 정말 거품이라면, 이미 이전의 급락에서 꺼졌어야 했다. 아니면 꺼졌다면 다시 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

여기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기술적 혁신과 철학적 서사를 함께 품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통화,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디지털 희소성 등은 단순히 수익을 기대하는 심리 이상의 '서사'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은 가격보다 이야기에 의해 지탱되는 구조다. 이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다시 자산을 매입하며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또한 비트코인은 글로벌 자본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특정 국가의 통화 불안, 금융 통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심화될수록, 비트코인은 대체자산으로 주목받는다. 여기에 일정 주기로 등장하는 '반감기'라는 공급 축소 메커니즘은 가격 회복의 기술적 동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은 사회적으로 하나의 '신념 시스템'이 되었다. 신념은 단단하며, 경제적 수익성보다 심리적 정체성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꺼진 듯하다가도 다시 피어오른다. 기존 자산과 다른 궤적을 그리는 이유다.


거품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기대가 실체보다 앞설 때, 자산 가격은 과도하게 오르고, 그 기대가 무너지면 붕괴한다. 대부분의 자산은 이 흐름을 반복하며 끝을 맞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르다. 그것은 단순한 가격 상승의 결과물이 아니라, 철학과 기술, 제도와 심리가 복합적으로 얽힌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다. 그것은 중앙집중적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감이자, 디지털 세대의 자산 축적 방식이며,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거품은 다르다. 완전히 꺼지기보다는 형태를 바꾸고 다시 나타나며,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면서 시장 속에 자리 잡는다. 그것은 사라지는 거품이 아니라, 진화하는 거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한 가격 논리로 이 자산을 판단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믿음의 구조, 그리고 그 믿음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인싸이트는 비트코인도 거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거품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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