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story]옛 사진을 보면 아릿한 이유

왜 우리는 옛 시절 사진을 보면 돌아가고 싶을까

by 매드본

문득 사진첩을 펼쳐 보면 마음이 아릿해질 때가 있습니다. 당시엔 색감이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기억처럼 흐릿해져 버린 색감 속 웃고 있는 과거의 나와 가족, 친구들. 배경은 지금보다 훨씬 낡았고 옷차림은 누가 보기 창피할 정도로 촌스러운데 그 장면 하나하나가 왜 그리 따뜻하게 느껴질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장면들을 보며 중얼거립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왜일까요? 지금보다 불편하고, 가진 것도 적고, 어쩌면 더 힘들었던 시기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왜 우리들은 과거의 순간을 그토록 선명하게 그리워하게 되는 걸까요?


첫째, 시간은 감정을 걸러줍니다. 당시에는 분명 걱정과 짜증, 실망이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런 감정들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대신 좋았던 감정만이 또렷하게 대체됩니다. 이는 뇌의 작용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이를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은 어떤 경험을 기억할 때, 전체의 평균이 아닌 가장 강렬했던 순간(피크)과 마지막(엔드)을 기준으로 감정을 기억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군 복무 시절을 떠올려 보면 당시에는 고된 훈련과 답답한 통제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냈지만 몇 년이 지나 그 시절의 사진을 보면, 함께 땀 흘리며 웃었던 동기들의 얼굴만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날, PX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던 장면은 오히려 따뜻한 추억으로 변해 있습니다. 당시의 불편함은 흐릿해지고 강렬했던 좋은 장면만 남는 것이예요.


둘째, 사진은 잃어버린 시간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의 사진은 단지 그 당시의 모습뿐 아니라, '다시 가질 수 없는 시간'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사진 속 그 시간을 다시는 현실에서 반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사진을 보며 돌아가고 싶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도 과학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2008년, 뉴욕대 신경과학 연구팀은 '자기 회고적 기억(Self-referential memory)'이 활성화될 때 뇌의 내측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이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부위는 감정적 공감과 자기 정체성과 관련된 영역으로 사진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바라볼 때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진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뇌의 감정 중추를 직접 자극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대학 입학 직후 친구들과 함께 찍은 첫 MT 사진을 떠올려 보세요. 아직 서먹서먹했던 그 얼굴들이 며칠 후엔 밤새 수다를 떨고 함께 모닥불을 피웠던 친구가 됩니다. 그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만큼 특별했기에,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그날의 공기까지 다시 살아납니다.


셋째, 사진은 우리에게 내가 누구였는지를 상기시킵니다. 현재의 내가 지치거나 방향을 잃고, 마음이 복잡할 때일수록, 과거의 나는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그리워하는 것은 시절 자체가 아니라, 그 시절 속에서 더 활기찼고 단순했던 나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친구들과 호프집에 모여 웃던 그 모습을 보면, 지금은 쉽게 꺼내기 어려운 에너지와 여유가 느껴집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즉흥적이었고 더 용감했으며, 더 웃음이 많았지요. 그런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곧 돌아가고 싶다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 시절의 사람들을 그리워합니다. 사진 속엔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 혹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했던 장면은 더 이상 재현할 수 없는 기억이 되었고, 그들이 있던 시절 자체가 하나의 따뜻한 배경이 됩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한 가족 여행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해질 무렵 다 같이 찍은 사진인데,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그날 할머니가 해주셨던 말투와 웃음소리가 떠오릅니다. 그날은 다시 올 수 없지만 그 사진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그 순간으로 마음을 되돌릴 수 있게 됩니다. 뇌는 이처럼 정서적 기억과 감각 기억을 연결하여 하나의 이미지를 통해 사람과 장소, 감정을 동시에 불러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진 한 장 앞에서 그렇게도 깊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돌아갈 수는 없지만, 바라볼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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