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story]보컬트레이너, 가수로 나서지 않는이유

by 매드본

눈부신 가수의 무대 뒤, 그 가수의 목소리를 설계하고 길러낸 사람이 있다. 바로 보컬트레이너 이다. 티비에서 보시면서 드셨을 생각일 수도 있지만, 때론 그들이 가수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들에게 향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창력이 뛰어난 그들은 왜 가수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답을 드려본다.


첫째, 보컬트레이너와 가수는 역할 자체가 다르다. 가수는 종합 예술가다. 즉, 노래를 통해 감정, 메시지, 서사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반면 보컬트레이너는 기술자이자 분석가에 가깝다. 음정, 발성, 호흡, 공명, 음색 같은 요소를 분해해서 그것을 훈련 가능한 단위로 나눈다. 이는 마치 요리사의 음식이 예술이라면, 보컬트레이너는 영양사+레시피, 가수는 셰프와 같다.


예를 들어 보컬트레이너 김성은은 EXO의 백현, NCT의 도영, Aespa의 윈터 등을 지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직접 무대에 서기보다 이들의 목소리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완성도를 구현한다. 백현의 안정적 고음, 도영의 섬세한 감정선, 윈터의 힘 있고 선명한 음색 뒤에는 그의 분석과 조율이 존재한다. 가수는 보컬트레이너의 기술을 토대로, 감정을 덧입힌다.


둘째, 무대에 선다는 것은 노래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무대에는 무대만의 룰이 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스타성, 팬덤과의 소통, 기획과 이미지 관리, 비주얼까지 모두 포함된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무대 위에서 시선을 끌지 못한다면 대중은 주목하지 않는다.


예컨대, 보컬트레이너 김연우는 1990년대 후반 '구피'의 객원 보컬로 데뷔했지만 대중의 인지도는 낮았다. 그러나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SG워너비, 박효신, 이수 등 수많은 가수들의 고음과 감정 표현을 설계해냈다. 그는 후에 다시 무대에 섰지만, 그가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던 시기와 그의 제자들이 스타로 성장하던 시기를 비교하면, 무대 위의 자리와 대중성은 별개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농구 코치가 선수를 이기도록 체력을 단련시키더라도, 자신은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과 같다.


셋째, 보컬트레이너가 교육자의 길을 택하는 데에는 경제성과 생애주기적 현실도 작용한다. 가수는 한 곡이 뜨지 않으면 생계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무명 시절은 투자만 많고 수입은 거의 없다. 반면에 보컬트레이너는 일정한 수업료, 지속적인 수강생, 소속 아카데미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보컬트레이너 임한별은 과거 그룹 '에이트'의 멤버로 데뷔했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한정적이었다. 이후 그는 교육과 세션 작업, 드라마 OST 참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가창력을 유지하면서도 생계를 안정화시켰다. 아이돌 트레이닝 시장이 커지면서 그의 수업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직접 스타가 되기보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존재로서 정체성을 구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너로서 느끼는 영향력과 성취감은 결코 무대 아래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가수는 하나의 팀이고 그 팀 뒤에는 작곡가, 안무가,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보컬트레이너가 있다. 이들은 하나의 스타를 함께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보컬 트레이너로 알려진 박선주는 정국과 지민의 성장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그녀는 방송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무르익는 걸 보며, 내가 무대에 서는 것 이상으로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커리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은 더 넓고 깊은 감정을 자극한다.


즉, 보컬트레이너는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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