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양면성
햇볕은 건강한 삶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아침의 햇살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공원에서의 산책이나 해변에서의 일광욕은 웰빙의 대표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특히 비타민 D의 자연적 공급원이라는 명분 아래, 태양은 자연 속에서 얻는 최고의 선물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 이면에는 놓치기 쉬운 위험 요소들이 잠재되어 있다. 내리쬐는 햇빛, 태양. 정말 무조건적으로 우리에게 이로운가? 이렇게 거꾸로 질문하게 된다. 사람은 일단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지는 않을까?
태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하게 양면적이다. 그래도 먼저 긍정적인 면을 보자. 햇볕은 피부를 자극해 비타민 D를 합성하게 한다. 이는 뼈 건강을 지키고, 칼슘 흡수를 돕는다. 실제로 북유럽 지역처럼 일조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비타민 D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 유병률이 많다. 또,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이들에겐 햇빛이 치료의 일환이 되기도 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는 행위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시켜 기분을 북돋운다. 실제로 노르웨이 오슬로의 병원에서는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을 위한 '햇빛 방'이 운영된다. 또 우리 스스로 태양을 이용해 간단하게 우울증을 자가 진단할 수 있다. 아침 햇살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아지진다면 우울증은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러나 같은 태양이, 우리에게 손상을 준다. 예를 들어, 해변에서 하루 종일 선텐을 즐긴 사람들은 피부에 화상을 입는다. 강한 자외선은 피부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며 장기적으로는 기미, 주름, 검버섯과 같은 노화 현상을 가속화한다. 실제로 피부암 환자들의 다수는 장시간 야외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미국 피부암 재단(Skin Cancer Foundation)에 따르면, 평생 햇볕에 과도하게 노출된 사람은 피부암 발병률이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단순한 '일광욕'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행위인 셈이다.
게다가 현대인의 생활 조건은 태양의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대기 오염과 오존층 파괴로 인해 자외선은 이전보다 강력해졌고 도심 환경은 자연광에 익숙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예컨대 직장인은 하루 대부분을 실내 사무실에서 보낸다. 평일엔 햇빛을 거의 접하지 못하다가, 주말이 되면 갑자기 등산이나 해변 나들이에 나서며 강한 자외선에 피부를 노출시킨다. 피부는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일종의 충격을 받는 셈이다. 여름철 첫 나들이 후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거나 각질이 일어나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태양의 핵심은 '얼마나, 어떻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태양은 꼭 필요하고 어쩔 수 없는 존재지만 함부로 가까이할 수 있는 친구는 아니다. 가령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그늘이 길게 드리우는 시간대에 10~15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은 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정오 무렵 직사광선 아래에서 1시간 이상 머무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한 아이는 학교 운동회에 나가 하루 종일 놀다 심한 열사병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가고, 또 다른 이는 동네 산책을 15분 하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대해 우리는 기술로 대응하고자 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선크림은 피부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여 자외선이 진피까지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이는 사실상 개인용 방호 장비에 가깝다. 요즘은 SPF 지수뿐 아니라, PA 등급, 자외선A·B 차단률까지 따져가며 선택하는 시대가 왔고 앞으로 더 개발될 예정이라 한다. 또 자외선에 예민한 피부를 가진 이들은 외출 시 모자, 선글라스, 팔토시까지 착용하며, 스마트폰 앱으로 자외선 지수를 체크한다. 태양은 더 이상 자연과 교감하는 순수한 대상이 아니라, 대응 전략이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태양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최대한 피하고 적절한 시간, 조건, 보호 수단을 갖춘 상태에서만 태양과의 만남은 유익하다. 햇빛은 항생제처럼 용량과 주기가 중요하다. 적절하면 생명을 살리지만, 과하면 해를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