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23부

by 김대희

처음 마주한 설램, 아직 어색하게


그녀를 만난 건,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혼자라는 사실에 버려진 존재처럼 세상이 멈춰버린

듯했던 그 때, 나의 시야에 그녀가 들어왔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담백하고 투명한 그녀의 눈빛은,

텅 비어버렸던 나의 세상에 새로운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마음을 닫고 살았던 탓일까.

내게 다가오는 그녀의 시선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따뜻했다. 나는 어색한 미소 뒤에 숨어,

잊었던 감정의 그림자를 조심스럽게 마주했다.

그녀의 온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누 향은

아직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평화로운 오후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의 관계는 서두르지 않는 느린 걸음으로

시작되었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상실의 고통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온전한

마음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조심스러움을 재촉하지

않았다. 마주 보는 시선이 닿을 때마다, 어색함과

설렘이 뒤섞인 기류가 흘렀다.

나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잊은 아이처럼,

서툰 행동과 말투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는 정말 이래도 될까?" 한 번씩 솟아오르는

의심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따뜻함이 나를 무너뜨릴까 두려웠다.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과거의 상실을 잊게 만드는

보상이 아니었다. 대신, 무겁게 닫혀 있던 삶의

창문을 열어, 새로운 바람을 맞이하게 해주었다.

함께 나누는 작은 이야기들, 마주 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녀의 품에 안겨 듣는 고요한

심장 소리,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함으로써,

멈춰 있던 내 삶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의 투명한 눈빛은, 과거에

룩졌던 내 모습을 씻어내고, 내가 가진 순수한

부분을 다시 보게 하는 거울이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어색한 설렘의 시간은, 과거의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그녀는 내게 잊고 지냈던 스스로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서서히 스며드는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낯선 설렘과 함께 시작된 이 새로운 출발점에서

나는 이제 다시 온전한 내가 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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