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
혼자였지만, 끝내 따뜻했다
어쩌면 이 책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기록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긴 편지였는지도 모른다.
홀로 서야만 했던 날들, 마음을 지키기 위해 버텼던 밤들,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끝내 삼켜낸 감정들이
조용히 이곳까지 나를 데려왔다.
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시간들은 늘 어둠을 품고 있었다.
빈 의자 앞에 홀로 앉아 스스로와 싸우던 날들,
세상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들끓던 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내가 왜 이토록 버거운 하루를 건뎌야 하는지 묻던 시간들.
그 모든 풍경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온전한 고독은 나를 무너뜨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지켜낸 힘이기도 했음을.
상실은 갑자기 덮쳐왔고,
사랑은 때로 너무 짧게 스쳐 지나갔으며,
삶은 예고 없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매 순간 나는 살아보려 했다.
흐트러진 마음을 부여안고,
불안이 숨결처럼 들락거리는 날들에도
어떤 작은 희망이라고 붙잡으려고 애썼다.
그저 살아남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틴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 버팀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온기를 발견했다.
마치 얼어붙은 겨울을 지나 봄 흙 속에서
작은 잎이 고개를 드는 순간처럼.
이 모든 순간들은 그 잎이 자라던 소리와도 같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 기록한 문장들이 쌓여
하나의 길이 되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상실을 이해했고,
고통과 화해했고,
사랑을 다시 바라보았으며,
무너져버렸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흔들리기도 했고,
어긋난 보폭을 맞추려 몸부림치기도 했고,
때로는 사랑 때문에 아팠지만,
그 사랑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기억이 나를 놓아도,
마음이 흔들려도,
결국 내가 서야 할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은
항상 관계 속에서 태어났다.
나는 홀로 걷는 동안 비로소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걷는 길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끝내 누군가를 잃었지만,
그 상실 속에서 나를 되찾았다는 사실을.
고독은 나를 침묵하게 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이 돌고, 시간이 흘러
모든 불빛이 사라지는 듯했어도
나의 내면에는 아주 작은 불씨가
계속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불안에 떠밀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던 날들도 지나갔다.
흘러가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상처들을 품고 있지만,
그 상처 덕분에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이제는 지나온 고독을 품은 채
더 따뜻한 곳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비슷한 어둠을 걷고 있다면,
나는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혼자였던 날들이 당신을 부서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날들이 결국 당신을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나처럼, 우리처럼.
그 동안 '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를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 덕분에 글을 쓰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행복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새로운 글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