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계속해야 하나?
어느 날이었다.
전 날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을 돕느라 늦게 퇴근한 J는
사무실에 없었고,
나를 포함한 막내 3명만이 사무실에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용건은,
그동안 자신이 많이 도와줬으니,
전 날 쓴 실험기구들을 내가
설거지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들었지만,
서브작가님이 설거지한다는 걸
J가 ”작가님은 집에서도 하시는데 제가 해야죠~“
하며 막아선 것이라고 한다.)
당시 내가 화가 났는지 어쨌는지,
그런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옆에 있던 S가 그가 왜 전화했는지 물었고,
나는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러자 S가 J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기 시작했다.
왜 언니에게 설거지를 시키느냐고.
전화기 너머로 J가 욕지거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그 와중에
그의 말대로 설거지를 하러 갔다.
S는 쫓아와 하지 말라고 말리며
J에게 온 카톡을 보여주었다.
(‘건드리지도 마 내가 할 테니까’)
상황만 보면 내가 J와 싸워야 했지만,
엉뚱하게도 J와 S가 싸워버린 것이다.
결국 막내들 중 가장 연장자였던
J 언니의 중재로 둘은 화해하긴 했지만,
그런 분위기에서는
오래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현타’가 왔을 때는,
처음으로 자막을 썼을 때였다.
당시 나는 토요일에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는데,
주말 동안 자막을 쓰라는
통보가 떨어졌다.
결국 나는 봉사활동을 포기한 채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자막을 썼다.
토요일 하루만 투자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진도가 좀체 나가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새벽 6시였다.
그때까지도 일을 다 끝내지 못했던 터라,
일단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인 후
교회에 가서까지 노트북을 두드렸다.
그렇게 눈물로 점철된 주말을 보낸 후,
엄마에게 처음으로 이 말을 꺼냈다.
“엄마, 나 계속 이렇게 살아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