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장. 교회는 왜 변하지 못하는가
한국 교회는 매년 수십만 명의 성도가 떠나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거의 변화하지 않습니다. 목회자 스스로도 위기를 느끼고, 교인들도 현장의 문제를 체감하지만 구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왜 교회는 이렇게 변화에 둔감할까요? 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변화하지 못할까요?
이 장에서는 교회가 “변화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린 이유를 신학적·조직적·심리적 관점에서 설명해보겠습니다.
� 1. 교회가 ‘답을 가진 집단’이라는 착각에 갇혀 있다
교회는 스스로를 “진리를 가진 집단”, “진리를 수호하는 기관”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진리를 갖고 있는데 왜 변해야 하지?” “변화는 곧 타협이다.”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된다.”
문제는, ‘진리를 가진 것’과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방식,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둘을 혼동합니다.
본질이 변하면 안 되는데 형식과 방식까지 함께 고정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교회는 ‘진리의 수호자’가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이 됩니다.
� 2. 위계형 조직문화 — 의견이 올라갈 수 없는 구조
세상 대부분의 조직은 잘못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스템을 만듭니다. 하지만 교회는 정반대입니다.
• 목회자 → 절대적 리더
• 장로/권사 → 목회자를 보조하는 역할
• 성도 → 피지도자
• 비판 → 금기
• 이견 → 반역 취급
이런 구조에서는 새로운 의견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성도들이 문제를 느껴도 말할 수 없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마귀의 역사다”, “순종이 부족하다”, “믿음이 약하다” 라고 공격당합니다.
결국 교회는 스스로를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폐쇄회로 조직’**이 되어버립니다.
� 3. 성경을 ‘관성적으로 해석’하고 ‘전통적으로만 적용’한다
대부분의 목회자는 자신이 배운 해석틀을 그대로 재생산합니다. 새롭게 공부하지 않고, 철학·심리학·사회학·문학·과학 등 ‘세상 지식’을 아예 배제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는 이렇게 됩니다.
• 유치부 때 들었던 설교 = 초등부 때 들었던 설교 = 중·고등부 때 들었던 설교 = 청년부 때 들었던 설교 = 장년부에서 들은 설교
모두 같아집니다.
성경 말씀은 깊고,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한데, 그 무궁무진함을 열지 못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새로운 관점으로 성경을 읽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모든 사역이 흔들릴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변하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에도 기인하겠지만, 그보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 4. 공동체 유지의 논리는 ‘변화의 논리’와 충돌한다
교회는 숫자를 잃으면 불안해합니다. 헌금을 잃으면 불안해합니다. 조직이 흔들리면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렇게 행동합니다.
“기존 교인들이 싫어할 만한 변화는 하지 말자.”
이 논리는 필연적으로 교회를 “가장 보수적인 성도 수준”에 맞추게 만듭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를 잃고 비판적 사고를 가진 성도를 잃고 사회적 감수성을 가진 성도들을 잃습니다. 그리고 남는 사람들은 “변화에 반대하는 성도들”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더 변화하기 어려워집니다.
이것이 변화의 악순환입니다.
� 5. 교회가 ‘세상’을 적으로 보기 때문에 변화할 수 없다
교회는 세상과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문화, 세상의 지식, 세상의 고민을 “죄의 산물”, “세속적”, “악”, "사탄에게 속한 것"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세상의 아픔을 모릅니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세상 언어를 모르니 소통도 안 됩니다. 교리는 점점 박물관 유물이 됩니다.
결국 교회 내부에서만 통하는 종교가 됩니다.
교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세상과 대화를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세상 한가운데로 가셨는데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도망가버렸습니다.
� 6. 교회는 ‘틈’을 두려워한다 — 공론장이 없다
교회는 ‘의견 차이’를 죄악으로 여깁니다.
• 질문 = 불순종
• 토론 = 반항
• 비판 = 이단
• 문제 제기 = 영적 공격
이런 문화에서는 내부에서 성찰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성찰이 없으니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교회가 변하려면 공론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공론장을 ‘갈등’으로 오해합니다.
예수님은 질문을 좋아하셨는데 교회는 질문을 싫어합니다.
� 7. 결국 교회가 변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함의 중독’이다
변화는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두려움은 사람을 ‘익숙함’으로 피신하게 합니다. 교회는 이 익숙함의 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합니다.
교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진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볼 용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자기 성찰보다 정체(停滯)를 선택합니다. 정체가 가장 편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게으른 것입니다.
� 8장 핵심 메시지 요약
• 교회는 스스로를 ‘답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변화를 필요로 느끼지 않는다.
• 위계적 구조 때문에 새로운 의견이 올라올 수 없다.
• 성경을 관성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제한다.
• 기존 교인 유지에 급급해 변화의 비용을 감당하지 않는다.
• 세상을 적으로 보기 때문에 시대와 대화할 수 없다.
• 공론장이 없어서 내부 성찰이 불가능하다.
• 결국 교회는 ‘안전함’에 중독되어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