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 대한 가장 큰 오해와 천국에 대한 가장 큰 오해

포스트모더니즘의 포스트가 필요하다

by 강유선

포스트모더니즘이 종교와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악마를 인간이 오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이다.


그래서 나오는 컨텐츠들, 이를테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말레피센트라든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루시퍼라든지, 뭐, 위키드, 크루엘라, 예전에 내가 재밌게 봤던 수퍼내추럴 등등등 꽤 많은 작품들이 '악마도 알고 보면 착하거나, 인간적이야' 식의 스토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 '악'이라는 개념에 대한 완전한 무지에서 나오는 오해이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과연 섞일 수가 있는 것일까? 이는 철저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로써, 인간의 안에서 선과 악이 서로 다투고 있다고 해서, 악의 안에서도, 또, 선의 안에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이 싸우고 있을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가 시장에서 싸우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집에 플스도 있고, 닌텐도 스위치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소니에서 만드는 플스와 닌텐도에서 만드는 스위치는 섞일 수가 있는 개념일까? "야, 알고 보면, 플스 걔, 닌텐도래." 이게 가능한 개념이냐는 말이다. 그냥 플스는 플스고 스위치는 스위치지, 플스랑 스위치가 섞일 수는 없는 거다.


선과 악의 개념도 마찬가지.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 인간 안에서 선과 악이 주도권 싸움을 한다고 해서 선과 악이 막 섞일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다. 섞인다고 해도, 그건 모래와 자갈의 섞임이지, 수소와 산소가 만나서 물이 되는 그런 식의 섞임이 아니라는 거다.


즉,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선과 악의 흑백구조는, 실제로 선과 악이 흑백구조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포스트모더니즘의 겉멋 잔뜩 든 헛똑똑이 이야기 구조들 보다 훨씬 똑똑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 세상은 선과 악이 마구 뒤섞여 있고,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가 착해 보이는 사람이 실은 악하고, 악해 보이는 사람이 실은 선하다는 식의 스토리가 교훈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선의 관점과 악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 그래서 선과 악의 명확한 흑백구도는 선악에 대한 개념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물론 이 사상을 자칫 오해하면 흑백논리라든지 여러 가지 폭력적인 상황의 근간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기독교가 욕 먹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이 악이 될 수 있고, 악이 선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오해는 더욱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탄은 사실 알고 보면 선한 존재' 라는 생각은 선악의 구분을 흐리게 만들고,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악이 선 할 수 있다'는 개념은 그 자체로 언어도단이지만, 이 모순을 실제, 진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아노미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실은 대한민국의 현재 만인의 만인을 향한 갈등 상황을 보면 이런 식의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아노미 상황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선이라든지, 천국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루한 것', '알고 보면 재미없는 것', '어른 말씀 잘 듣는 범생이들의 세상' 뭐 이런 식의 묘사가 판을 친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루시퍼라든지, 굿플레이스라든지, 만화영화 메가마인드 등등등 '악한 것은 힙한 것, 선한 것은 지루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담은 컨텐츠들이 엄청 많다.


하지만 선과 악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악이라는 걸 어른들의 말씀을 안 듣고 일탈을 즐기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건 단단한 착각이다.


인간이 신을 원망하는 모든 일들, 인간이 신에게 욕지거리를 하는 모든 일들에는 반드시 악이 껴있다. 그 만큼 악이라는 것은 상종하기가 힘든 것이다. 당신이 인터넷에서 분노에 차서 욕 댓글을 쓰게 만드는 것들, 그것들도 모두 악과 관련이 있다. 당신을 화나게 만드는 모든 것들도 분명히 악과 관련이 있다. 심지어는, 당신을 허무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을 실망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절망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도 악이 관련되어 있다.


반면, 당신을 신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을 희망이 넘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을 기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을 의욕적으로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이 무언가를 생산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이 사랑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 당신이 고마움을 느끼거나, 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는 반드시 선이 관련되어 있다.


즉, 다시 말하자면, 천국은 지루한 곳이 절대 아니며, 지옥은 힙한 곳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믿음, 소망, 사랑을 말씀하셨다. 믿음, 소망, 사랑은 선을 이루는 3요소이다. 선이라는 것이 그냥 착한 게 아니라, 믿음, 소망, 사랑을 갖춘 것이 선한 것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 중 단 하나라도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믿음이 없는 삶, 소망이 없는 삶, 사랑이 없는 삶. 이 셋 중 단 하나만 없어도 그건 지옥이다.


그런데, 지옥에는 저 셋이 모두 없다.


지옥은 불신, 절망, 오만함만이 가득한 곳이다. 미래에 더 좋아질 거라는 소망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나를 지지해 줄 거라는 믿음도 없다. 사랑도 없다. 그냥 내가 낸데 하는 인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곳. 그것이 지옥이다.


천국은 지루하게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범생이들이 모여서 미분, 적분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천국은 새로운 것들 만들어 내고, 미래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넘치며, 서로를 믿는 신뢰자본이 넘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그건 지루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내일은 어떤 즐거운 일이 있을까, 어떤 꿈을 꾸며 새로운 것을 만들까 신나게 사는 곳이다.


크리스마스다.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이란 곧, 믿음, 소망, 사랑이시다. 사랑이시다.


우리 서로 사랑하자. 선악을 오해하지 말고, 선을 사랑하자. 사랑을 사랑하자. 서로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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