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과 글
망설이면 볼링핀은 다시 숨었다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알지 않은가. 멋들어지게 혹은 보잘것없이 나뒹구는 게임의 한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잠시 집중해야 한다.
나뒹구는 볼링핀들이 매우 꼴사납다. 볼링핀 주제에 각자의 사연이 있는 것이 웃기기도 하다. 그중 하나는 다른 볼링핀의 반절 남짓 되는 크기에 유달리 무거워서 나를 아주 애먹인다.
널브러진 볼링핀 중 하나를 골라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오늘은 유달리 무겁다던 녀석이 제 발로 나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보았지만, 사실 달갑지는 않았다. 아마도 나는 이 녀석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간절할수록 간결한 글이 나오기 마련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볼링핀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긴 글은 남길 수가 없다. 하지만 볼링핀들은, 자신의 흔적을 내 손끝에 담아둔 채로 사라지기 때문에 나는 글로 또 한 번 남긴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대단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내 글은, 내 시는, 볼링핀처럼 마구 떠들어대다 사라질 테니 그저 그 자리에서 각자의 볼링핀과 함께 이야기해 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