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이혼하겠다는 친구에게
‘이혼이 쉽지 않은 이유’라는 간결한 제목을 일부러 쓰지 않은 이유부터 말해야겠다. (말장난이다.)
결혼과 이혼은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영역이다. 천태만상이라 나의 경우만 말한다고 해서 와닿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복잡한 사정과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말이나 글로 본인의 심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부터가 어려울 것이다. 설령 심혈을 기울여 ‘이혼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하기 어려운 이유’를 그대로 전한다 해도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은 화자가 아니라서 100%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든 타인을 전부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까.
그래서 비유를 하려고 한다. 명확하게 이유를 말하기 어려워서 (피하는 거다.) 두루뭉술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결혼과 이혼이 클레이(점토, 찰흙) 놀이 같다고 말할 건데, 이상한 소리 같아도 너그러이 호기심으로 한번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이혼을 실행하진 못하고 매번 고민에서 그치는 나의 이 심정을 희미하게나마 느껴보실 수 있다면 글 쓴 사람으로서 성공이다.
말랑말랑한 두 가지 색깔의 점토가 있다. 따로 가지고 놀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 점토를 하나로 합쳐본다. 하나의 점토가 됐어도 아직은 본래의 두 가지 색이 잘 구분되어 보인다. 이제 하나로 합친 그 점토를 꾹 눌러보기도 하고 길쭉하게 늘려보기도 하고 동글동글 굴려도 본다. 몇 번 반복했더니 두 가지 색이 마구 섞이다가 아예 새로운 색으로 변한 부분도 생겼다. 맨 처음의 색깔이 서로 뒤엉킨 채 남아있는 부분도 군데군데 보인다. 자, 이 점토를 다시 원래대로 분리해 보려고 한다. 착잡하다. 그래도 마음 굳게 먹고 천천히 시도해 본다. 합치기 전과 아주 똑같이 나뉘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각자의 색을 찾아 파내고 썰어서 모아 본다. 겨우겨우 힘들게 갈랐지만 서로에게 서로의 색이 조금 묻어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합치는 건(결혼은) 하나가 되고 싶은 상대를 찾는 데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분리하는 것(이혼)과 둘만 놓고 비교해 본다면 이혼이 조금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 기간부터 서로 합쳐진 거라고 생각해 본다면, 둘이 함께 뭉개지고 다시 일어났던 시간들이 길면 길수록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분리되면서 내게 남은 상대의 색깔은 상처일 수도 있고, 추억일 수도 있고, 성장일 수도 있겠다. 나는 헤어짐이 힘들고 어렵다고 미루고 있지만, 아니 사실 미루는 건지 안 할 건지 확실하지도 않지만 이런 결정도 ‘맞다’. 그리고 어려운 결심과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혼자가 되신 분들도 ‘옳다’. 모두 응원받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나도 들어본 말이고, 여러 부부싸움 스토리의 댓글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말인데, ‘나라면 같이 못 살 거 같다’거나 ‘저라면 이혼하겠어요’라는 말에 상처받지 않는다. 내가 모든 걸 알지 못하듯이 그들도 이 부분을 알지 못하는 것뿐이니까. ’어려운 이혼‘에 대해 공감해주고 싶은데 공감은 되지 않고 대체 왜 그런 건지 의문만 가졌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미미하게나마 어렴풋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만약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해도 그건 그것대로 좋겠다. 이혼 고민이 필요 없을 만큼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고 계시거나, 그만큼 자기 자신이 확고하고 단단해서 다시 떼어내고 분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일 테니, 평생 이해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멋진 인생이 아닐까.
그러니 모두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