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이 지금 준비해야 하는 이유
저는 개발자로 회사에 들어가는 게 일순위였습니다. 취업은 안 되고, 개발 공부를 부랴부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커리어를 쌓아서 빅테크 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 개발 실력을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 실력을 올리는 것이 미래를 확보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근데 회사를 들어가보니까요.
일 못하는 사람, 인격 모독하는 상사, 이기적인 동료.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어딜 가나 비슷했습니다. 이직을 해도 반복이었습니다. 숨이 막혀왔습니다. 경제적 자유보다 더 절실한 게 생겼습니다. 싫은 사람과 떨어질 자유요.
더 무서운 건, 저보다 더 좋은 직책과 회사를 다니는 분들도 막막해한다는 겁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합니다.
가정이 있는 주변 분들을 보면 유독 더 불안해하십니다. 이직의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받아줄 곳이 없어집니다. 10년 넘게 쌓은 경력이 있지만, 솔직히 그 경력은 그 회사 안에서만 쓸모가 있습니다.
링크드인에서 봤습니다. 게임 개발자가 이직을 못 해서 버스 운전기사가 됐다는 글을요.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닙니다. 직업은 그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40대 이후로 회사에서 돈을 번다는 건 자영업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 회사 다니는 법밖에 모르게 됩니다. 회사가 저의 수입을 정해주고, 뭐 하나 제 뜻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운에 기대해야 합니다.
주체성이 없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결국 회사 바깥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겁니다. 회사는 언젠가는 졸업해야 하는 곳입니다.
예전에 저는 회사를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큰 꿈, 큰 저택, 큰 사회적 영향력. 회사에서 버는 돈으로는 만족 못 하는 욕심 많은 사람들이라고요.
지금 저를 보면요. 저는 소박합니다. 그저 회사에서 계속 돈을 벌 자신이 없어서, 회사 바깥에서 돈 버는 법을 찾으려는 겁니다.
솔직히 60대, 70대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었다면, 저는 이런 생각도 안 했을 겁니다. 워라밸 챙기면서 조용히 살았을 거예요.
근데 그런 직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 바깥에서 돈 벌기는 욕심이 아니라 생존이 됐습니다.
저도 모임 이곳저곳 기웃거려봤습니다. 부업으로 글을 써서 돈을 벌기도 했습니다. 비록 한 달에 30만 원이 최대였지만요.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미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기회만 되면 바로 행동에 옮기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다들 저와 같은 불안과 막막함을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얻고 싶은 건 회사 바깥에서 돈을 버는 능력입니다. 떨쳐내고 싶은 건 회사에서만 돈을 버는 저입니다.
저는 3~4년 전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대기업 갈 기회가 있었지만, 작은 회사를 선택했습니다.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직접 만나보고, 사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성공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리스트는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개발자 모임도 운영하고, 글쓰기 모임도 운영하면서 이것저것 기회를 모색했습니다. IT 컬럼을 쓰면 돈을 주는 곳이 있어서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이력서 분석 서비스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제가 만든 서비스로 돈을 벌었습니다. 물론 소액이지만, 지금도 꾸준히 들어옵니다.
크몽에도 등록했습니다. 바이브코딩 시대라 디자이너 없이도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어서, 직접 만들어서 올리려고 합니다. 사업자를 내니까 바로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바깥에서 돈이 들어오니까 심리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회사가 없어도 살 길은 있다는 느낌이요. 근데 솔직히 그래도 턱없이 불안합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아마 AI 때문이겠죠.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비벼볼 만해진 거 같습니다. 물론 반대로 AI로 기회를 잃은 사람도 있겠지만요.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첫 창업을 했습니다.
저는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봤습니다. 뭐가 잘될지 모르니까, 잘되는 거 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했습니다.
근데 깨달은 게 있습니다. 잘되는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잘되게 하는 나는 별개라는 겁니다.
아이디어 찾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시장조사 하고, 팔리는 제품 만들라는 말도 맞습니다. 근데 제 생각엔 거기서 하나 더 중요한 게 있는 거 같습니다. 그 제품을 내가 만들 수 있는 명확한 이유요.
어떤 아이디어라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사람이 아이디어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가. 주변 사람, 환경이 그걸 펼칠 수 있는가. 이건 그 사람이 쌓아온 경험에 좌우되는 거 같아요.
제가 아무 경험도 없이 의료 쪽 사업을 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제 경험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시행착오에서 벗어날지, 거기에 갇힐지. 그건 내가 그 아이디어와 얼마나 가까운 사람인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개발자로만 일해와서 개발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름 자부하는 게 있습니다. 바이브코딩이란 말이 나오기 전부터 채팅으로 개발하는 걸 해왔습니다. 남들이 다 허황된 소리라고 할 때부터요.
저는 곧 다들 이 정도는 하게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느꼈습니다. 나만 할 줄 아는 게 아니구나. 사람들이 다 시작하는구나. 바이브코딩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더 이상 퍼지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바이브코딩으로 비개발자가 개발을 하는 과정이, 어느 순간 비개발자가 개발자로 되는 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자기를 비개발자라고 멋쩍어하며 바이브코딩으로 만들었다고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오류를 헤쳐나가는 경험을 보면 이미 개발자의 영역에 들어오신 겁니다. 아직 여기도 배워야지 되는 영역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이걸 사용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직접 담아내보자. 자기 아이디어 실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요.
그렇게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MVP Star라고, 구글에 치면 이제 어느 정도 나옵니다. 서울대 창업동아리도 신청해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거 같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 안위를 위한 창업이었습니다. 근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그냥 쓰는 사람만 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세상. 그걸 만들어보고 싶은 게 제 소망입니다.
다행히도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해 첫 사업을 런칭했다는 분이 계십니다. (https://www.seoulbiyori.com)
제 프로덕트를 통해 처음으로 수익이 발생한 서비스입니다.
아직 뭐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불안한 채로 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가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