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에서 이어짐)
집으로 돌아온 오스먼트는 입구에서 무선 콘센트를 찾아 자신의 몸에 꽂는다. 오스먼트의 배터리 잔량에 깜빡이는 불이 들어오고 이내 천장에 달린 플라스마 필라멘트 전등이 켜진다. 2500K의 노란빛이 오스먼트의 낡고 아늑하고 좁은 집을 비춘다.
오스먼트가 사는 곳은 도심 외곽지에 위치한 물리적 노동자 구역이었다. 엄밀하게는 에고니아 영토 안이지만 희미한 국경선으로 인해 인간의 모습도 곧 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주요 무역거래품인 ‘연산’은 최신 펌웨어를 업데이트한 사무형 Aiian만이 계산할 수 있었고, 구형 펌웨어 버전의 그는 ‘연산’ 작업에 지원하기도, 그렇다고 물리적 노동을 하기도 불가능했다. 오스먼트는 ‘연산’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허드렛일을 하는 하청업체만 전전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집은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이었고 은은한 오존 냄새가 났다. 오스먼트가 애지중지하는 목재 프레임 소파가 이 집의 주인공인양 가운데 놓여있다. 그 외에는 모두 군더더기 없는 철제 프레임 가구로 한쪽 귀퉁이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반대쪽에 위치한 선반에는 오스먼트가 직접 만들었거나 어딘가에서 주워온 물건들이 시간대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좁은 집의 공간을 개념적으로 확장시켜 주었다.
그는 선반에서 머그컵을 조심스레 꺼낸다. 아주 낡고 이가 빠진 도자기로 만들어진 컵이다. 애지중지하며 컵을 꺼낸 오스먼트는 탁자 앞에 앉아 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병에서 전해질을 가득 따른다. 투명한 액체가 노란 전등빛에 반짝이며 물결친다. 그리고 찬장에서 종이 포장지로 겹겹이 잘 포장된 구리판과 아연판을 꺼내 각각 컵의 귀퉁이에 넣는다. 금속판의 길이가 머그컵 보다 길어 위로 삐죽 튀어나온다. 그곳을 전선으로 연결한 뒤 그는 전선을 잡고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아주 천천히, 느긋한 동작이었다. 일련의 의식과도 같은 일이 있은 뒤 오스먼트의 배터리가 1% 정도 충전이 된다. 만족스러운 톤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고 머그컵 속의 전해질은 그 파형에 맞춰 일렁인다.
오스먼트는 최근 들어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잦았다.
-오스먼트는 탄생의 기억을 찾았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불러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구형 Aiian들은 기억 저장장치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일정기간 이상 지난 과거의 기억은 압축 후 보관하고 있었다.) 오스먼트의 탄생 후 부팅과정이 시작되었을 때 처음으로 들어온 자극은 머리를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그 후 시각을 관장하는 부분까지 활성화된 뒤 왼쪽을 돌아보니 6세가량의 어떤 인간 남자아이가 오스먼트의 머리를 콕콕 눌러보고 있었다. 오스먼트의 눈에 LED가 켜지자 아이는 웃으면서 도망쳤다. 그때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부분까지 모두 부팅이 되며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나의 코드명은 Theseus-271828b, 펌웨어 2.1.4.1 이다. 코드명은 너무 길어 불편하니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이미 누군가가 입력을 해놓았다. ‘오스먼트’ 내 이름은 오스먼트이다. 나는 사무용 Aiian으로 제작된 신체를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최신 유행하는 뉴런웨어로 어떤 인간의 뉴런 연결 구조를 그대로 복사한 뒤 기억 부분을 제거하고 Aiian으로서 필요한 기억을 삽입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한 인간을 산채로 잡아 두 개골을 열고 뇌를 꺼내… 는 건 아니고 그냥 모자처럼 생긴 장치를 한동안 씌워놓으면 된다. 물론 차비 이상의 적절한 사례도 해주고. -
바로 최신 ‘연산’에 투입돼도 될 만큼의 활성도였다. 물론 갓 태어난 Aiian에게 크래딧이 있을 리는 없으니 일단 회사에서 유상으로 오스먼트의 최신식 집과 전력을 제공해 주었고 오스먼트는 태어난 날부터 일을 해 이를 갚아야 했다.
-오스먼트는 M1과 M3와의 첫 만남의 기억을 찾아갔다.
오스먼트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그에게 최신 펌웨어로의 메이저 업데이트를 권했다. 오스먼트에게 설치된 뉴런웨어는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모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이 점을 장점으로 해석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패러다임은 바뀌었고 새로운 아키텍처가 등장했다. 오스먼트는 지속해서 업데이트를 거부했지만 매년 상승하는 신식 집의 대여료를 내기 위해서는 더 높은 직급으로 갈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업데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인 웨이브’의 공장은 직육면체의 컨테이너 모양의 건물 두 동이 넓은 마당을 마주하고 놓여있었다. 태양광 패널이나 토목, 전기공사를 위한 중장비를 만드는 공장인 A동에서는 연신 굉음과 불꽃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맞은 편의 B동은 매끄러운 표면을 반타블랙으로 처리를 해 놓았다. 빛이 전혀 반사되지 않아 B동의 건물은 공간 상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였다. 자세한 건물의 모양이나 크기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건물 밖의 간이 천막에는 오스먼트와 같은 처지의 Aiian들이 동의서를 작성하고 있었고, 그 후 블랙홀 과도 같은 B동의 건물 속으로 빨려들 듯이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빛 이외에 소리도 전부 흡수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스먼트의 차례가 왔다. 감식 기기는 오스먼트를 스캔했다.
- 뉴런웨어 2.1.4.1 - 감정모사형, 구형버전
- 추천: 3.1.2.4
그 외에 자잘한 정보가 패널에 잔뜩 나타났고, 가장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경고문이 쓰여있었다.
- 본 업데이트는 기억영역의 일부 손실을 수반할 수 있으며, 자아 연산 모듈의 재- 정렬이 발생할 수 있으나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동의를 구하는 버튼이 화면에 큼지막하게 나왔다.
‘일부 손실? 재정렬? 치명적??’
오스먼트는 망설였다. 그때 뒤에서 작은 드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부 손실? 재정렬? 치명적?? 나는 이거 동의 못해!!” M3는 오스먼트의 뒤에서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흥분해서 날뛰었다. 불협화음의 기타 소리와 함께. B동 앞은 혼란스러워졌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 어수선한 화음이 확산되었다.
공장 측에서는 이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A동으로부터 코발트 빛의 눈을 가진 인부 한 명을 급파했다.
M1은 왼쪽 팔에는 오스먼트, 오른쪽 팔에는 M3을 대롱대롱 붙잡은 채 공장부지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오스먼트는 자신은 옆에 있는 이 운반용 Aiian은 처음 보았으며 관련이 없다는 억울한 피아노 음을 연주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것이 이들 셋의 첫 만남이었다.
‘삐--’
평온함을 깨뜨리고 싸인파의 특색 없는 알람소리가 울린다. 소파 앞에 있는 매끈하고 검은 모노리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오스먼트는 소파에 앉아 모노리스에 자신의 코드를 연결했다. 모노리스는 홀로그램으로 오스먼트의 옆자리에 M3를 투영했다. 반투명 상태의 M3는 흥분한 듯이 보였다. 팔에 달린 드릴이 매우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신디사이저 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건… 진화야. 사고의 속도가.. 계산 속도가 상상이상으로 빨라. 역시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져야 해”
“M3?”
“이젠 T3야. 펌웨어 4.10.1.2 최신 버전이지”
“T3.. 그래도 나는 M3라고 부르고 싶은데?”
“좋을 대로 해, 모델명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럼 뭐가 중요해?”
“나 테세우스 시스템즈에 취직했어. 고정 전력 보급. 개별 공간 제공. 난 이제 자유로워. 데이터로의 무제한 접근!”
“너무 들뜬 거 아냐? M1이 죽은 지도 얼마 안 됐는데”
“M1? 그게 뭐야?”
초창기의 Aiian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기억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원칙적으로 기억 저장장치에 기록된 사건들은 휘발되지 않았고, 현재의 판단을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을 모두 참고해야 했다. 그 때문에 기억이 누적될수록 현재의 판단을 하는 일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사건에 중요도 점수를 부여해 낮은 점수를 얻은 사건들은 판단과정에서 배제했고, 사용하지 않은 과거의 기억 정보들은 주기적으로 모아 한번에 삭제했다. 새로 태어나는 Aiian일수록 저장 장치가 크고 빨랐는데, M3는 구식이라 낮은 등급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M3의 기존 펌웨어는 2.x.x.x였기 때문에 4.x.x.x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공간이 부족했다. 결국 기억 저장장치의 일부분을 OS를 위해 할당했고 이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이 일부 사라진 것 같았다. M1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었을까.
M3는 흥분해서 끊임없이 멜로디를 뱉어낸다.
“어쨌거나 오스먼트! 우리는 뒤처지면 안 돼,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돼야지. 어제의 나는 버리고! 이제 새로운 나로 살아가야지! 매일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오스먼트의 배터리 잔량이 서서히 줄고 있다.
- 28% -
노을이 지고 어스름한 기운이 몰려왔다. 오스먼트는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지금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골목으로 접어든 오스먼트는 멀리서 M1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멀리 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무언가가 앉아있는 실루엣이었다. 오스먼트는 전력 소모를 감수하고 달려갔다.
점점 더 실루엣은 명확해졌다. 기억 저장장치를 뒤져봤지만 분명히 M1의 머리 위엔 -0%- 표시가 떠 있었다. 기억에 오류가 있을 리 없는데.. 우주 방사선이 날아와 공교롭게도 내 기억 저장장치를 건드렸나? 예전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제발 그랬기를 바란다. M1이 죽었다는 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던 거다.
하지만 그런 기적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곳엔 어떤 노인이 전원이 꺼진 M1의 기계 신체를 벤치 삼아 앉아있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등이 살짝 굽은 남성 인간이었다. 그는 어떤 책을 꼭 끌어안은 채 M1의 기계 팔을 이리저리 돌려 자신이 앉기 편한 모양으로 바꾸고 있었다. 오스먼트는 노인의 앞에 선다. 하지만 노인은 오스먼트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자기가 편한 자세로 앉으려고 M1의 기계 신체를 조작 중이었다. -덕분에 M1의 기계 신체는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국경 근처라 인간들이 가끔씩 보이긴 했지만 모두 비즈니스-공식이든 비공식이든-를 위해 온 젊은 사람들이었던 터라 오스먼트는 노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늙고 나이가 든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던 것이다. Aiian은 나이가 든다는 개념이 없다 보니 막연하게나마 낡은 기계 신체나 구버전의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나이 듦과 비슷하리라는 추측만 하고 있었다. 분명 오스먼트보다 적은 시간을 살아왔을 노인은 나이 들어 보였고 오스먼트는 아니었다. 실제를 마주하니 그동안 했던 생각들이 모두 무너지고 노인의 주름이 크게 다가왔다. 그 사이사이에 깃든 세월은 무엇일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스먼트는 재빠르게 사전을 검색해서 나이 든 인간을 완고하게 이르는 말을 찾았다.
“영감님”
노인은 오스먼트의 말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행동했다.
“영감님? 인간이 이 구역엔 어쩐 일이에요?”
오스먼트의 멜로디는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그래, 사람이 멜로디어를 알아들을 리가 없지.‘ 오스먼트는 대화를 포기하고 노인의 옆에 앉았다.
석양을 등지고 말없이 앞만 보고 앉아있는 둘의 모습은 어딘가 비슷해 보였다.
“영감님은 어릴 때를 기억해요? 분명 기억하겠죠? 사람은 하나의 세포에서 아이와 어른을 거쳐 노인까지 연속적으로 존재하니까요. 나는 가끔 무섭습니다. 내 기억이 바로 어제 심어진 것일까 봐. 아니 조금 전에, 1시간 전에 심겨진것일 수도 있죠”
노인은 오스먼트의 멜로디를 반주 삼아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두서없고 불안정한 어조였다. 노인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마치 과거를 보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과거의 일들이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듯 노인은 그 환상을 바라보고 반응했다.
“하긴 굳이 이렇게 정교하게 조작된 기억을 내게 심어 놓을 이유도 없겠죠? 쓸데없이”
그때 노인은 허밍으로 말했다 “저장 용량만 차지하지 뭐”
깜짝 놀란 오스먼트는 노인을 바라봤다. 하지만 노인의 정신세계는 여전히 현재에 있지 않았다. 오스먼트의 OS는 어떻게든 이 현상을 해석하려 했고 결과는 청각 회로의 일시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로그 파일에 기록했다.
이 노인이 만약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근래의 일들을 기억으로 바꾸지 못해 현재가 휘발된다면, 그가 어렸을 30대, 아니 10대의 기억만 남기고 퇴행한다면 현재의 노인과 아이로 돌아간 노인은 다른 사람일까?
만약 과거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분에 위축이 발생하여 과거를 모두 잊어버리고 현재만 남아있다면, 현재의 노인과 아이였을 때의 노인은 다른 사람일까?
내가 기억 영역을 모두 지우고 재부팅한다면 나는 다시 태어나는 걸까? 아니면 나는 여전히 나, 오스먼트 일까.
나는 언제까지 오스먼트 일까?
나는 언제부터 오스먼트였을까? 내가 이 이름을 정한 기억이 없는데?
Aiian들 사이에서는 잘 쓰지 않는 인간형 이름. 누가 자신의 이름을 대신 정해 줬던 건지 과거의 기억을 다시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의 기억을 거슬러 과거 깊숙이 감춰진 데이터를 찾아가 압축을 풀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연산을 하려고 서두른 탓인지 머리를 콕콕 찌르는 자극이 왔다. 무시하고 계산을 진행하려 했지만 성가신 자극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Aiian이 두통이라니? 그럴 리가.
노인은 오스먼트의 머리를 콕콕 찌르고 있었다. 과거 회상 모드에서 돌아온 오스먼트의 눈 LED색이 바뀌자 노인은 아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책이 바닥에 떨어진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일기장 같은 책이었다. 그곳에는 노인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오스먼트는 그 글씨를 스캔해서 사전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오스먼트?” 격양된 톤의 피아노 소리가 쏘듯이 튀어나왔다. 오스먼트는 책을 집어 들려고 했고, 노인은 화들짝 놀라며 잽싸게 그것을 낚아챘다. 오스먼트와 노인의 책을 둔 쟁탈전이 벌어졌다. 물론 신체적으로 월등히 앞선 오스먼트는 노인을 간단히 제압했고 책을 뺏아 든 채 첫 장을 확인했다.
첫 장의 내용을 읽은 오스먼트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표정이 없는 얼굴을 돌려 노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노인은 M1의 고장 난 팔을 뽑아 들고 있었고 오스먼트의 머리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9%-
배터리 잔량 부족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오스먼트의 OS는 사태 파악 및 복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된 뒤에야 현재의 상태가 파악되었다. 몸체로부터 들어오는 감각 정보가 없었다. 재부팅이 일어난 오스먼트의 눈앞에는 앞으로 가지런히 넘어진 자신의 몸체가 보였다.
-8%-
노인의 일격으로 머리가 떨어져 나가며 몸체와 연결된 케이블 중 대부분이 끊어져 누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배터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7%-
오스먼트는 죽음의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차가운 진공 같은 느낌이었다.
-6%-
전신의 스캐닝을 마친 오스먼트는 다행히 오른쪽 팔과 연결된 회로는 끊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5%-
오스먼트는 오른손을 힘겹게 움직여 목뒤에서 코드를 꺼내 기묘한 자세의 벤치가 되어있는 M1에 자신의 코드를 꼽는다.
-4%-
오스먼트는 자신의 배터리를 사용해 M1을 충전하며 동시에 OS를 비롯한 모든 데이터를 M1에게 이전하기 시작했다.
-3%-
M1머리 위에 배터리 알람이 뜬다. 이전을 끝낸 오스먼트는 즉시 인구 통계를 열람했다. 131,072명 그대로였다. 그는 안도하며 일어나 자신의 예전 신체를 바라본다. 배터리 잔량 0%로 사망한 신체이다. 몸체에서 달랑 떨어진 머리가 처량해 보인다. 오스먼트는 자신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죽지 않은 자신이 죽은 자신을 보고 있었다.
-2%-
M1의 신체에 이전된 오스먼트는 근처에 있는 NP에 코드를 찔러 넣는다. 계좌에 크래딧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광고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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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스먼트와 M1의 손가락은 업데이트 버튼 위를 배회한다. 배터리 잔량 부족 알람 소리는 영원히 음정이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synthesizer)
우리는 변해야 한다.
더 나아지지 않으면 뒤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