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도 어릴 때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나머지 밥 차려 먹일 때마다 곤욕이었어요.
놀고 싶은 건 또 얼마나 많은지~
차려도 안 먹을 때가 부지기수였죠.
밥 해다 먹이는 것이 사랑이었던 저는 그걸 참아내는 게 참 힘들었네요.
아이가 끼니때마다
억지로 먹이자니 죄책감이 들고
거르자니 죄책감이 들고
대충 먹이자니 죄책감이 들고!
온 사방에 죄책감 함정들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어요.
내 안에 죄책감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자 저는 밥 주는 방식을 바꿨답니다.
일단 비현실적인 목표를 놓아버렸어요.
"밥시간에 맞춰서 내가 준비한 건강한 식단의 음식을 아이 스스로 즐겁게 먹게 한다."
이건 비현실적인 목표였어요.
일단 아이가 배고픈 시간은 제가 알 수 없어요.
그리고 제 기준의 건강한 식단은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50%의 확률)
이런 모든 기준을 지키면서 스스로 즐겁게 먹기는 더욱더 힘들었어요.
밥에 대해서 높은 기준이었던 저는 목표를 확 낮췄어요.
밥 먹는 시간 고정되어 있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두 끼 먹어도 된다. 건강한 식단 먹으면 좋지만 좀 불량한 음식도 먹어도 된다. (아이는 몸이 새삥이니까. 내가 문제지. 나나 잘 먹자.) 스스로 즐겁게 먹으면 좋지만 상황에 따라 안 먹고 패스해도 되고 먹여줘도 된다.
일단 밥 차리기 전에 이렇게 물어봅니다.
"오늘 메뉴 A와 B가 가능한데 둘 중에 뭐 해줄까?"
엄마가 가능한 한계 안에서 아이가 고르는 연습이에요. C를 고르면 그건 지금은 불가능하니 내일 해준다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자꾸 밥을 또 차려주고 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차려줄 때 안 먹으면 다음 끼니에 차려준다고 했어요. 대신 정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스스로 꺼내먹으라고 했네요.
그래서 그때부터 냉장고 아이 손이 잘 닿는 부분에 과일, 빵, 요구르트, 팩우유, 반숙란, 채소스틱 같은 간식을 채워줬어요. 손 뻗으면 바로 집을 수 있도록요. 지금도 그때의 버릇이 남아 중간칸에 씻은 과일을 두고 먹고 있네요. 반찬칸에 붙인 스티커도 아직 있고요. (나중에는 밥퍼서 반찬도 스스로 꺼내서 먹으라고) ^^
참고하시라고 (어지럽지만) 냉장고 사진 첨부합니다.
대부분 알고 계실 것 같지만 혹시나 아직도 밥 차리는 걸로 고생이신 분들 계실까 봐 저의 팁을 공유해 드립니다.
저희 아이 이렇게 키웠지만 지금 청국장 엄청 잘 먹고 저보다 더 한국인 입맛으로 컸어요. 육아는 아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요. 내가 차린 음식을 잘 먹도록 만드는 것은 육아의 종착지가 아니에요. 결국은 아이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스스로 차려먹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 방향으로 한 레벨 빨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희 아이 발달을 보니 일단은 자기 입맛대로 주도적으로 차려먹는 것이 먼저 영양성분을 따지는 것은 사춘기나 되어야 시작하네요.
육아하며 너무 고생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잖아요.
고생은 줄이고 사랑은 늘리고~
오늘도 육아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