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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해 Sep 29. 2023

단단한 어른이 되는 길

220623


단단하다

1. 어떤 힘을 받아도 쉽게 그 모양이 변하거나 부서지지 아니하는 상태에 있다.

2. 연하거나 무르지 않고 야무지고 튼튼하다.

3. 속이 차서 실속이 있다.


[단단하다]라는 단어는 멘탈이 여리고 쉽게 가라앉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 중 선생님은 대화 속에서 나의 단단함을 봤다고 얘기해 주셨다. 오랜만에 상담 내용을 다시 들으며 한숨 쉬고, 울고 웃는 나를 또 한 번 마주 할 수 있었다.


선생님 : 다해씨가 얘기를 할수록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단단해진 부분이 있는 게 느껴져요.

나: 제가 단단한가요? ㅎㅎ 아직 단단하지 않은 거 같은데 이런 얘기를 웃으며 할 수 있는 건 이미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가 봐요. 몇 년 동안 매일 밤 베개가 젖도록 울어서. ㅎㅎㅎ 예전엔 엄마 얘기만 꺼내도 울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고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선생님: 저는 다해씨 만나면서 다해씨한테 이미 꽤 많은 주어진 답이 있는 거 같아요. 그게 자꾸 사실은 톡톡 나와. 저거를 꽉 붙들면 되는데 붙들 힘은 없나 봐요. 어떤 분들은 그 답을 만들어 드리는 게 목표일 때가 있어요. 다해씨는 그 답이 나와요.

나: 제가요~? 그래요? (반가워하며)

선생님 : 그런데 그거를 꽉 못 붙잡나 봐요. 잡았다가 ‘아 아닌 거 같아요‘, ‘음 맞을까요?‘ 하며 확신이 없는 거 같아요

나: 네 저는 모든 선택에 확신이 없어요 하핳

선생님: 근데 다해씨의 가장 좋은 장점 중에 하나는 정말 이거를 많이 알고 있어요.

나: 많이 생각을 했어요. 생각이 정말 많아요. 잡생각 ㅋㅋㅋㅋ

선생님 : 사실은 다해씨가 알아요. 부모님이 잘못했다는 거 알아.

나 : 하아.....(한숨)

선생님 : 10대의 다해씨가 겪기에는 가정의 여러 변화가 너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저는 이만큼 살아서 이 자리에 와서 이걸 말할 수 있는 다해씨가 너무 대견해요.

우리가 이름 붙인 그 감정의 친구와 함께 버티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 너무 대견해요.

나: 사람들이 가끔 ‘다해야 너 힘든 과정을 살아온 거치곤 사랑이 많다’라고 하는데 뭐가 많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 무너지지 않았어요.

세상에... 집에서 쫓아냈다가 들어와, 나가, 들어와, 부모님이 인연을 끊어, 회복되는 것도 언니가 드라마틱하게 커튼에 가스불 정도 붙여줘야 회복되었는데...

나 : 무너지지 않은 건가요 저는? 무너졌던 거 같은데....

선생님 : 무너.. 졌다가 일어났잖아요. 여기까지 왔잖아요.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방에 누워서 안 나온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데 일어났잖아요.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먼 길 상담도 받으러 오고.

다해씨가 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요. 얘기 더 듣고 싶네요.

나: 어디서 나오지..? ㅎㅎㅎㅎ 희망이 있나 봐요 제 속에 작은.

선생님 : 희망이 있다고 말할 때 마음이 어때요?

나: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이렇게 잡아온 건가 싶어요. 이렇게 살다 가긴 아쉬우니까. 나중에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선생님 : 그 장면을 생각하나 봐요. 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나: ‘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요. ㅎㅎ 잘했다는 말이 듣고 싶은 거 같아요. 그래서 살고 있나 봐요. 그런 장면을 기다려요.

선생님: 그게 우리 다해씨를 붙드는, 넘어지고 싶고 가라앉고 싶은 그 마음을 붙드는 힘이 거기 있나 봐요.




여전히 나는 현실을 살아가는 게 어렵다. 그럼에도 또다시 무너지고, 기대하고, 버티고 살아내며 내가 꿈꾸는 다가올 먼 미래의 그 순간을 기대하며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순간들을 보내며 죽지 못하고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죽어서 엄마를 다시 만날 기대하는 그 장면, 그 순간이 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살아서 보여주고 싶다. 나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버티며 살아왔다고.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말하며 어린 날의 그때처럼 따뜻하게 안아줄 엄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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