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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그프리트 May 02. 2024

삼국지 이야기 7

복선 2: 유비의 유언

읍참마속(泣斬馬謖): 울면서 마속을 벤다

백미(白眉): 가장 뛰어난 것을 일컫는 말 


그럼 백미와 읍참마속의 관계는?

읍참마속은 촉나라의 마속을 가리키는 말이고 백미는 역시 촉나라의 마량을 가리킨다. 

둘은 형제이다. 마량이 첫째이고 마속이 막내이다. 


삼국지에는 고사성어가 많이 나온다.

읍참마속과 백미도 그중 하나이다. 울면서 마속을 벤다!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기강을 세우기 위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려서 본보기를 세우는 뜻을 가진다.

백미는 무리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을 뜻한다. 

마량이 5형제 중 가장 뛰어났고 눈썹이 하얗기 때문에 백미란 말이 나오게 되었다. 

마속은 1차 북벌 당시 가정전투의 패배로 인해 자신을 아끼던 제갈량에게 죽는다. 여기에서 읍참마속이란 말이 나왔다. 

촉나라는 작은 전투는 이기지만 결정적인 큰 전투에서 진다. 촉나라 건국 이후 관우의 원수를 갚는다고 유비가 오나라를 상대로 벌인 이릉대전에서 육손의 화공에 75만 대군이 전멸하다시피 한다. 

읍참마속이란 말이 나온 촉나라의 위나라를 상대로 한 1차 북벌은 마속으로 인해 실패한다. 

마량은 이릉대전에서 죽고 마속은 1차 북벌에서 죽는다. 


예전에 밝힌 것처럼 삼국지에는 몇 가지 복선이 있다. 

유비가 이릉대전에서 패전하고 촉나라 백성들을 볼 낯이 없다면서 수도인 성도로 돌아가지 않고 백제성에 영안궁을 만들어 머물다가 죽는다. 죽을 때 공명을 부른다.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했지만 그중 하나가 마속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비가 임종을 앞두고 갑자기 주위를 물리치고 공명에 묻는다. 


"승상은 평소에 마속의 재주를 어떻게 생각하시었소?"

"그는 실로 믿음직한 자로 장차 영웅의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오. 병중에 유심히 살펴보니 담력과 용기와 재주가 부족하더이다. 그라니 주의해서 쓰도록 하시오."

-요시가와 헤이지 삼국지에서 인용-


"승상께서는 저 마속의 재주를 어떻게 보시오?"

"저 사람 또한 당세의 영재라 봅니다."

공명이 평소 믿는 대로 대답했다. 선주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소. 짐이 보기에 마속은 그 말이 실제보다 지나친 듯하오. 크게 써서는 안 될 사람이니 승상께서는 마땅히 깊이 살펴 쓰도록 하시오."

-이문열 삼국지에서 인용-


처음에 읽을 때는 불쑥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마속은 유일하게 공명과 말이 통하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공을 세웠다. 예를 들면 아무도 관심 없던 사마의에 대한 견제이다 또한 남만정벌 때도 함께 한다. 그런데 갑자기 가정전투에서는 한낱 소인배와 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유비가 이릉대전을 치르면서 굉장히 거만하게 그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마량은 이릉대전에서 유비를 수행했다. 그런데 유비는 안되려고 작정을 했는지 공명을 성도에 두고 온다. 뿐만 아니라 조운, 마초와 같은 게임체인저 역할이 가능한 인물들을 모두 데리고 오지 않는다. 유비는 조조나 공명처럼 직접 작전을 지시하고 전투를 지휘하지만 그들처럼 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성공해서 관우의 원수를 갚는 듯했지만 오나라 육손의 지구전에 말리면서 무더위를 피해 숲 속으로 들어간다. 

마량은 유비에게 현재의 촉나라 진을 공명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구하자고 한다. 유비는 마뜩치않으면서도 마지못해 허락하고 마량은 촉나라 군의 진을 그린 지도를 가지고 공명에게 간다. 지도를 본 공명은 촉나라 진을 친 자를 잡아다가 목을 베라고 흥분한다. 하지만 진은 유비가 직접 짰다. 

공명은 마량에게 유비에게 빨리 가서 진을 바꾸라는 말을 전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때는 늦어 유비는 육손의 화공에 의해 75만 대군과 수많은 촉나라의 용장들을 잃는다. 삼국지에서 마량이 죽었다는 서술은 보이지 않지만 이릉대전 당시에 전사했다고 알려졌다. 


마속은 혜성같이 나타난 젊은 인재였다. 공명이 거의 유일하게 조언을 구하는 상대였다. 읽으면서 나중에 마속이 공명을 이을 것으로 기대되기까지 했다. 

1차 북벌 당시 위나라는 거듭되는 패전에 귀양 보냈던 사마의를 불러들인다. 사마의는 전광석화처럼 맹달을 제압하고 촉나라의 후방을 치기 위해 접근한다. 하지만 공명을 이를 알고 사마의를 막기 위해 가정으로 마속을 보낸다. 하지만 마속은 길을 막으라는 공명의 말을 무시하고 산 위에 진을 치고 있다 사마의에게 패배한다. 이는 결국 촉나라군 전체를 물러나게 만들면서 공명이 출사표까지 제출하고 총력을 기울인 촉나라의 1차 북벌을 실패하게 만든다. 공명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촉나라에서 가장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벤다. 목을 벤 후 공명은 울면서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한다. 공명도 안된 게 다 알려줬는데 그대로 안 따르니 어찌하나. 그래도 지도자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행동이었다. 


결국 마속을 크게 쓰지 말라던 유비의 유언은 복선이 된다. 

마량과 마속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삼국지에서 마속은 매우 뛰어나게 그려진다. 마량의 분량은 많지 않다. 그런데 왜 둘을 주인공으로 하는 고사성어는 다르게 만들어졌을까? 


유비는 어떤 점을 보고 마속을 경계했을까? 마속과 병상에만 만났을 뿐인데 말이다. 유비 말의 핵심은 뛰어난 재주를 관리할 능력을 가리킨 것이고 이를 말과 행동이 같지 않을 것 같은 마속의 태도에서 감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마속이 말을 많이 하면서 믿음을 주지 못했고 일생을 전쟁터에서 살면서 여러 사람을 겪은 유비에겐 이러한 마속의 허점이 다 보였나 보다. 

한나라의 왕까지 된 유비는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많은 사람을 경험했을 테고 그중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한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는 굳이 삼국지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이는 마량의 행동과 비교된다. 마량의 행동은 공명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유비의 무능을 심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직 내에서 상사에게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삼국지에서는 간단하게 그려졌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처음엔 왜 마량이 백미가 되고 마속이 읍참마속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속이 한순간의 실수로 죽었지만 삼국지 전반에 걸쳐 매우 뛰어나게 서술돼서 인재가 없는 촉나라를 응원하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매우 안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량과 마속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다. 

마량은 자기 위치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량이 자기 의견으로 유비의 진법을 반대했다면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비가 함부로 하지 못하는 공명을 이용해서 상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한다. 이는 조직 내의 파워게임이 아니라 촉나라 군대라는 전체 조직의 운명을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마속은 가정전투에서 공명심에만 사로잡혀있었다. 부장으로 함께 보내고 공명의 의견을 충실히 따른 왕평을 홀대한다. 마속은 자기 마음대로 왕평은 공명이 원했던 대로 가정을 지켰지만 결국 마속은 패배하고 공명에 죽는다. 삼국지 내내 뛰어나보였던 자신의 재주를 제대로 펼쳐 보이지도 못했다. 

둘 다 죽었지만 마량은 자기 재주를 나라를 위해 사용했고 마속은 자신을 위해 사용했다. 


이를 생각해 보면 마량의 백미는 재주만 뛰어난 것만을 가리킨 것이 아니었던 듯하다. 재주를 관리할 능력을 함께 가졌기 때문에 마량은 백미가 되고 마속은 읍참마속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상 살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재주가 뛰어나기도 힘든데 그걸 관리할 능력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니... 요즘 말로 하면 수능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기까지 힘들었는데 사회적 책임까지 갖추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량과 마속은 일반 평범한 백성이 아닌 몇십만 대군을 관리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잘 판단하고 잘 관리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다. 나라에서 그러라고 그들에게 많은 월급을 주었을 것이다.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만 했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 중 성공한 사람들은 재주만 뛰어나지는 않았다. 급박한 상황에서 뛰어난 능력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는 판단력과 관리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뛰어난 재주를 자랑하던 이들 상당수가 헛되이 죽는다. 그들 대부분이 나중에 생각해 보면 죽을만했다. 


살다 보면 시험 잘 보는 재주 하나 가지고 태어나 분이 세상에 대해 다 아는 양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예를 들면 의사 법조인 행정관리들은 시험을 잘 봐야만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그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분들은 마량과 마속의 사례를 깊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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