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름 일기

감기 걸려 골골거리며 토플 공부하다 게임하는 요즘 일상

by 권여름



요즘 내가 다시 빠진 게 있는데, 바로 심시티이다.


게임에 아주 젬병인 나인데, 이 게임은 아주 요물이다 요물이야.

게임에 흥미와 재능이 모두 없는 나에게 게임이라고는 주니버네이버의 슈게임이 최선이었는데, 심시티는 나의 혼을 쏙 빼놓는다.


3-4년 만에 추억 속에서 끄집어낸 심시티는 어김없이 또 밤을 새우게 한다.


심시티의 시장으로서 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나의 도시를 꾸미는데 열과 성을 다하게 된다. 도화지 같은 들판에 나의 구상대로 도로를 놓고, 예쁜 집들을 지으며 나의 탐미욕구를 이 도시에서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심시티를 끊을 수가 없다. 거기에다가 예쁜 호수와 공원을 지을 수 있다니, 나를 위한 게임이다.


윽. 정말로 내 마음을 뺏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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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를 새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토플이다.


평일 내내 토플에 절여진 나에게 주말 동안 원초적이고 감각적인 유희를 주고 싶어서 고심에 고심을 해 심시티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는데, 심시티와 함께 감기가 걸려버렸다. 그것도 심각한 감기.


빡빡한 토플 생활, 갑자기 시작된 장마, 강의실의 강한 에어컨 바람 등의 콜라보로 나는 바로 다시 아파버렸는데, 왜 이렇게 자주 아픈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뭐.)


조금만 무리를 하면 바로 아픈 내 하찮은 몸뚱이가 몹시 유감이다. 조금만 더 튼튼하게 태어났으면 세상에 큰 획을 빠르게 긋지 않았을까 싶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 체력의 한계를.


강의실에 매일 같이 앉아있는 생활이 2주가 넘어가니 집중력은 아득해지고, 머리는 점점 아파오고 삭신이 쑤셔온다. 공진단, 홍삼, 타이레놀, 항히스타민제로 겨우겨우 버티며 수업을 듣는 30살의 나인데, 같은 강의실의 핫식스 한 캔으로도 충분한 중학생들의 쌩쌩한 체력이 몹시 부럽다.




강의를 듣다가 쉬는 시간에 잠깐 병원을 들려서 코와 목구멍에 약을 뿌리고 약을 먹으며 버티는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 와중에도 심시티 사랑은 계속된다.


밤 9, 10시쯤 집에 돌아와 하는 잠깐의 심시티는 달콤하다.




감기 이슈로 토플 공부에 지장이 가 유감스러운 장마철을 나는 중이지만 심시티 덕에 게임의 즐거움을 알아가서 그 와중에 달콤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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