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나의 양가적 마음

by 권여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회사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1) 기존의 것 정리

옷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옷, 책과 서류를 버렸다.

이 전에 휴직을 하면서 탈색을 했었는데,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머리도 검은색으로 톤을 맞췄다.


2) 새로운 것 구매

대학원을 다닐 때 샀던 기존의 하얀색 백팩은 다소 크고, 조금 '잼민이'같았다.

회사와 어울리는 검은색 가방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굳이 굳이 가방을 새로 샀다.


나의 몸집에 맞는 가방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마침 작지만 기존의 노트북이 딱 맞게 들어가고, 내가 좋아하는 은색이 잔뜩 묻어있던 가방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은색의 지퍼, 작은 로고, 그리고 챙챙 소리가 나는 버클까지 다 마음에 든다. 그렇다. 새로 산 가방이 마음에 들어서 자랑을 하는 것이다.


3) 금융계획

휴직 기간 동안, 따로 모아둔 2,000만 원가량을 아무 생각 없이 야금야금 까먹는 백수 생활은 달콤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인... 백수생활의 패턴을 유지할 수는 없다.

나는 금융 문외한이기 때문에, 챗지피티의 추천을 참고하여 소득을 범주별로 나누고, 인생 처음으로 증권어플을 깔아서 연금저축(?), etf(?) 계좌를 개설을 시도하였다. 아, 그러나 챗지피티의 전폭적인 서포트에도 불구하고 계좌개설은 실패했고 우선은 포기했다. 1월 월급날이 오면 그때 다시 시도할 참이다.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돈 관련된 글이 유달리 지루하고, 전혀 읽히지 않는 나를 보며,

'나는 왜 이렇게 돈에 흥미와 감각이 떨어질까?' 생각했다. 돈이 너무 지루했다.



1) 돈에 대한 나의 인식

예전부터 나는 돈의 중요성을 낮게 두었다.

대학생 때 가치순서를 나열하는 활동에서, 나는 당연히 돈을 제일 마지막에 두었다. 다른 놀라는 사람들을 보고도 '에잉, 당연히 다른 가치가 더 높은 거 아니야?' 의아해했다.


토플을 공부할 때에도, '돈이 중요한가, 다른 가치가 중요한가'와 같은 질문에 예시 답변은 돈이 중요하다였으나, 나는 굳이 다른 가치를 선택하며 답변을 만들어 스피킹을 대비했다. 도저히 마음에 전혀 없는 말을 즉흥적으로 할 자신이 없었다.

토플 선생님이 농담 삼아 "돈이 제일 중요하다. 돈을 못 벌면 사람들이 본인을 좋아할 것 같으냐?"라고 물었을 때도 나는 자신 있게 "네! 제가 가난해도 사람들은 저를 좋아할 건데요?"라고 이야기하며 선생님이 당연히 장난으로 이야기하는 거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곧 만 31세가 되며 병원에 복귀하며 금융 계획을 짜다 보니, 토플 선생님의 말이 진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돈... 돈... 돈... 돈이 그렇게나 중요한가...?



2) 돈과 나의 관계

나의 성향, 삶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는 돈과 동 떨어진 삶을 살았다.


- 나는 목적, 의미가 중요하다.

- 돈은 나에게 영감을 주거나, 깊이 탐색할 동기를 주지 않는다.

- 공부, 의미 있는 일, 정신적 성취, 윤리 같은 영역에 에너지를 쏟았다.

-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돈이 기준이 된 적이 없다.


환경적으로 돈의 감각을 훈련할 기회가 없었다.

친밀하지 않은 분야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내 영역이 아니다'라는 생각과 '내가 이걸 지금 다룰 여력이 없다'는 생각에 돈을 더 회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도태될 것 같은 불안을 이제는 느낀다. 이제부터라도 돈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



3-1) 돈에 대한 흥미 찾기 프로젝트

아래는 몇 년에 걸쳐 캡처해 두었던 나의 물욕들이다. 돈을 많이 벌면 이것들을 한 번에 다 살 수 있는 것이다!

베누아 워치는 '베티 블루'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의 매력에 빠져서 그녀가 찼던 골드 뱅글워치와 비슷한 시계를 찾다가 찾은 시계이다. 몇 년 동안 여자주인공의 얇은 골드 뱅글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제일 비슷한 시계를 찾았는데 하필이면 까르띠에였다. 가격 이슈로 결혼하기 전에 돈 모아서 사야지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 프라다 가방, 트윌리 이제는 사실 그냥 쏘쏘 하다.


민트색 카시오 시계는 민트와 실버의 조화가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다. 지금도 살 수는 있지만, 물건이 하나 더 생기면 관리가 힘들어서 유예하고 있다. 핑크 원피스는 여름 원피스라 계절이 안 맞아서 지금은 흥미가 떨어져서 안 사고 있다. 그리고 너무 유아틱한 디자인 같아서 고민스럽다. 나잇값 이슈.


인스타에서 높이가 일정한 촘촘한 작은 꽃다발이 눈에 확 들어와서 이런 꽃다발을 사고 싶었다. 지금도 살 수는 있지만, 나중에 집에 손님을 초대하면 사서 꽂아두고 싶어서 안 사고 있다.



그런데... 시계에서부터 꽃다발까지... 사실 당장 안 사도 그만이다. 사고 싶은 게 그렇게 많지도 않다. 이러니 돈에 관심이 없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2026년에도 이런 식이면 안 된다.



3-2) 돈에 대한 흥미 찾기 프로젝트

돈에 대한 나의 스키마를 재정립해야 한다.

돈을 삶의 목적에 두지 않더라도, 돈을 '의미 있는 삶을 지키는 장치'로 재정의해야 한다. 돈을 아래와 같이 인식을 해야 한다.


- 불안에서 나를 보호하는 완충재

- 내가 하고 싶은 연구, 일을 지속시키는 여유

- 내가 생각하는 가치, 윤리, 정의를 세상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방패



그렇다면, 돈 덕분에 나의 가치 및 삶을 지킬 수 있었던 경험을 의식적으로 떠올려보자.


1) 초등학생 때, 여유 있는 돈 덕분에 미국 학교에 가서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2) 중간에 집이 망해서 돈이 없을 때, 인생이 좀 번거로웠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가세가 좀 기울어진 것이 정서적으로 좋았다고 생각은 한다..ㅎ)

3) 병원의 안정적인 월급 덕분에 대학원 진학 시 권위자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생각한 옳음이 뭔지 고민할 수 있었다.

4)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병원 후배들을 집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이나 케이크를 제공할 수 있었다.

5) 돈을 모아둔 덕분에 내가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가구, 옷, 가방을 부담 없이 살 수 있었다. 맞다! 나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높은데, 돈 덕분에 이를 충족할 수 있었다! 돈 중요한 것 맞네!

6) 돈 덕분에 피부과를 가서, 내가 공부하다가 늙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덜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뭐야 적다 보니 돈 어엄청 중요하네!! 돈이 있어야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구나!!!

회사 얼른 복귀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힘을 내서 증권어플도 마저 깔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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