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크크크 꼰대 맞다니까

by 희도

진심은 아니었던 것도 같다.

정적이던 삶에 약간의 틈을 주고자 했던 순간의 선택이었던 것도 같다.

어쨌든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드럼을 배운다고 시작했다. 드럼에 대한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스틱을 한 번 잡아보래서 잡았더니 고쳐주곤 팔은 이렇게 벌리고, 음... 자세는 정말 100점이네요 한다. 으헝헝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

그럼~~ 다음엔 하길래 드럼을 때릴 줄 알았다. 넓적한 고무판 하나 다리 사이에 떡 넣어주더니 치란다. 힘 빼고 그냥 살살 치면서 속으로 퐁당퐁당 노래를 부르면서 거기에 맞춰서 그냥 때리란다. 뭐 쉽네... 이 정도쯤이야. 시범을 보이는데 괘안았다. 재미도 있어 보였고. 그저 오랫동안 퐁당퐁당 속에서 놀다 보니 퐁당이 없어도 막대기 두 개는 저절로 퐁당거리고 나의 해마는 퐁당을 헤치고 저 멀리 구름 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크고 기다란 창 두 개를 쥐고 찌르기 한 번에 앞으로 한보 전진. 한 번의 내려 찍기에

나는 머릿속의 숫자를 새기기도 했고 또 머릿속의 시시콜콜한 생각들을 죽이기도 했다.

좁은 교실을 부상하던 웃음소리도, 포효 속에서도 숫자를 되새김질하는 담담함도 치웠다.

그해 여우짓 하던 여자의 얼굴에 선을 긋고, 어리숙한 남자의 입에서 나오던 말들을 때려 부셨다. 공정을 가장한 편들기에 지친 여자의 어깨를 누르던 돌을 깼다.

감정이 실리고 폭발하고 눈빛에 눈노가 실린다.

긴 창은 하늘을 더 높이 향하고 감정의 먹물은 빈 공간에 흩쳐진다. 먹물을 향해 막 창을 들어 올렸을 때 빼액 소리가 들렸다. 귀청이야. 애는 무사한 거야?

먹물은 공간에서 멈췄다. 여전히 눈앞엔 먹빛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스틱을 부드럽게 다루면서 음을 익히랬더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퐁당퐁당 안 해요? 누가 보면 풍덩풍덩 빠지는 줄 알겠구만. 스틱을 부드럽게 쥐랬지 누가 힘줘서 꽉 잡으래요. 그렇게 꽉 힘줘서 때리면 나중에 드럼 찢어져요. 그럼, 배상할 거예요? 그리고 소리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북소리만 난다고요. 스틱이 아닌 막대기를 휘두르며 악을 쓰면, 본인 어깨만 나갑니다!"



배상 소리는 하지 말지. 그럼 완벽하게까지는 아니어도 선생이 나를 걱정하는 말로 들렸을 텐데. 저 샘도 어째 영~~ 갑자기 빠지고 송송 거리고 있는 머리가 들어왔다. 아무래도 연관성이 아주 없진 않아. 역시... 쩝. 젊은 선생을 찾을 걸 그랬어. 쓰읍.

짜잔하기는. 그러니까 꼰대 소리를 듣는 겨~


"악기는 애인 다루듯이 살살 다뤄야 좋은 소리를 냅니다. 화가 난다고 화풀이하고 짜증 난다고 패면 애인인들 웃겠어요? 도망가겠지? 악기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소리는커녕 꽥꽥거리면서 대든다고요. 아니면 박살 내는 소리를 내든지. 그러니 모든 악기는 살살 부드럽게. 여자분들 얼굴에 크림 바르듯이 부드럽게 다뤄야 해요."


"무슨 크림 바르듯이 드럼을 쳐요. 그게 가능해요? 하하. 예가 좀 이상한 거 같은데요?

다른 악기는 몰라도 드럼은 좀 때려줘야 맛이지."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계속 배우시다 보면 얼굴에 크림 바르듯이 쳐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설마 얼굴에 크림 바를 때 벅벅 발라요? 그럼 어쩔 수 없고요. 드럼 소리가 벅벅대겠네."


재수탱인데. 말하는 게 어쩜 저리 꼰대냐. 오늘 점심을 꽈배기로 잡솼나. 왜 이리 꼬였어? 웃으면서 말하면 어디 덧나나? 뭔 놈의 표정까지 폭삭 구기고 말을 하냐. 음악 한다믄서 표정은 거의 삑사리 섹소폰이구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에이~~씨.

드럼이 그럼 사락사락 톡톡톡 소리 내겠어? 둥둥둥 챙 하면서 방방 대겠지. 그 맛에 드럼 치는 거 아니야? AC. 아무래도 선생을 잘 못 잡았어. 역시 젊은 선생이~~ 쓰읍.

장담컨대 저냥반이 유부남이면 내가 장을 지진다. 아니다. 맞을 확률이 높으므로 장은 그렇고 내가 드럼을 그만둔다. 학실히~~ 저냥반은 유부남이 아닙니다, 여러분. 내가 학부모 상담만 30년에 눈이 천리경인데. 떨어질 원숭일 수도 있으니 구멍 하나 정도는. 있다면 마누하님께는 겁나 잘하는 이상한 남자 아니 꼰대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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