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주신 이름
강소이(2025년 한용운문학상 평론 대상 수상 시인)
아버지가 주신 이름으로
저는 오래 살아왔습니다
성실과 인내가
말보다 먼저
몸에 새겨진 이름이었습니다
참 흔한 그 이름이 싫어
필명으로
문단에 나갔지만
제 삶을 끝까지 밀어온 것은
아버지께서 불러주시던
그 이름이었습니다
이루는 법을 배우고
버텨내는 법을 익히며
저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검색해도
아버지께서 주신 이름은
쉽게 나타나지 않아
상실과 성취라는
동전의 양면을 봅니다
이름은
불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 하지요
걸음이 느려지신 아버지
언젠가 당신의 그림자가
제 곁에서 사라지는 날이 와도
어진 마음과
견뎌낸 시간은
제 안에서 계속 흐를 것입니다
꽃처럼
별처럼
푸른 강처럼
저는 오늘도
아버지께서 주신 이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