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
강소이(한용운문학상 평론 대상 수상 시인)
어스름 저녁 노을을 보며
쌀을 오래 씻어 불에 올린다
물이 고요해질 즈음
보이지 않는 열이
먼저 와 있었다
들녘의 바람과 햇살과
지나간 비의 날들이
한 알 한 알 속을 채운다
불을 줄이고 뜸을 들이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밥은 스스로 익어 간다
뚜껑을 열자
흰 김이 먼저 오른다
오늘의 양식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음을
조용히 알게 된다
어느 들녁의 시간이 이미
식탁 위에 고요하게 차려져
같이 먹자고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