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성찬〉
강소이(한용운문학상 평론 대상 수상)
Ⅰ. 멈춤 ― 과잉 속에서 주어진 은총
오늘은 뭘 먹지?
내가 움직여야만
식탁이 차려지는
세속의 하루로 돌아온 오늘
엊저녁 뷔페에서
담아다 놓고
남긴 접시 위의 말들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
기도 후 침묵처럼 머문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욕심으로 담아 온 음식들
내 주먹만 하다는
이 위장 하나에
신이 내린 갖가지 식량들을
다 담을 수 없어서
그때
당신께서 포크를 내려놓게 하셨다
이미 충분하다는
은총의 선언처럼
Ⅱ. 자각 ― 섭리를 알아보는 눈
오늘은 뭘 먹을까
남이 차려주지 않는
스스로 식탁을 차려야 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어젯밤
풍성히 차려진 자리에서
나는 담고
남겼다
접시는 비었으나
기억은 비워지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위장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주먹만 한 위장 안에
천지의 풍요를
가두려 했으나
담기지 않았다
그때
신께서 나를 멈추게 하셨다
이미 족하다는
침묵의 말씀으로
나는 알았다
보이지 않는 주름진 손들이
땅을 갈고
바다에 그물을 던져
내 배고픔을 대신 걸어왔음을
나는 클릭으로 농사를 짓고
그들은
등 굽은 허리로 식량을 집 앞에
대령한다
Ⅲ. 감사 ― 일상이 성찬이 될 때
오늘은 뭘 먹지
어제는 넘쳤고
오늘은 비어 있다
다 담을 수 없었던 접시
다 삼키지 못한 욕심
그 앞에서
신은
나를 멈추게 하셨다
포크를 내려놓는 일은
포기가 아니라
신뢰였다
오늘의 식탁에
많은 것은 필요 없다
보이지 않는 손들과
보이지 않는 당신의 섭리가
이미
이 하루를 먹여 왔음을
이제는 안다
주먹만 한 위장 하나
은총으로 채워도
하루는
충분히 산다
오늘은
감사만 먹는다
그것이 나의
일상의 성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