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귀족

하루 귀족

2026. 1. 16

강소이(한용운문학상 평론 대상 수상)


백제를 이긴

김춘추와 김유신의 나라가

장충동 한복판

단청 지붕 아래

기와집으로 버티고 앉아

천 년을 버텼다


고려를 넘고

조선을 넘고

강점기와

6·25를 넘는 동안

귀족은 사라졌고

기억만 남았다


그 기억 위에

오늘 우리는 모인다


예약 이름 석 자를 들고

나는 오늘만은 귀족이라

허리를 세우고

뷔페 초대권 두 장을 쥔다


저녁 뷔페가

재킷 한 벌보다 비싸도

왕은 아니고

귀족쯤은 되겠다며

단청 아래서

신라를 떠올리고

접시 위에서는

살찌지 않을 것들을 고른다


천 년은 지나갔고

남은 건

하루짜리 귀족과

끼 짜리

살찌고 싶지 않은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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