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남은 초 병
강소이(25년 한용운문학상 평론 대상 수상)
며칠 후면 설인데
전을 부쳐야 할 손이
상자 하나에 머문다
저녁마다 켰던 촛불
다 타고
그을음과 밀랍 찌꺼기만 남은
유리병들을 모아둔다
냄비에 병을 넣고
얕은 물 위에서 끓인다
녹은 밀랍이 떠오르고
검은 가루가 물 위에 번진다
뜨거운 병을 꺼내
휴지로 천천히 닦아낸다
입구 안쪽까지 손가락을 넣어
마른 심지를 빼내고
바닥에 붙은 것을 긁어낸다
투명해진 병에
새 심지와 밀랍을 붓고
창가에 말린다
저녁이 오면
나는 거기에 다시 불을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