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두면 쓸모 있는 우리말 맞춤법

외래어는 마음대로 적어도 되나

by 꿈강

"선생님, 케익이 맞죠?"

"아니야, 케이크라고 써야 돼."

"우리말이 아니고 외래어니까, 마음대로 써도 되지 않나요?"


세 학생의 티격태격이다. 저희들끼리 암만 이야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까, 국어 선생인 내게 쪼르르 온 모양이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국어 선생으로서 기특한 마음이 든다. 우리말을 바르게 적으려고 하는 마음이 읽혀서이다. 웬만한 학생들은 이런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이런 문제 아니라도 학생들은 충분히 바쁘니까. 또 국어 선생에게 이 문제를 가져온 점도 칭찬해 줄 만하다. 영어에 관한 문제이니 영어 선생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이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적는 문제나 우리말을 영어(정확히는 로마자)로 적는 문제는 엄연히 국어의 영역이다.


정식 작가가 아니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요즘, 외래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 보기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외래어라고 마음대로 적어서는 안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적어야 옳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려고 하면 골치깨나 아프다. 골자만 알아보자. '생존 외래어 표기법'쯤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모른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위 원칙 중 '제3항'과 '제4항'을 기억해 두면 좋다. 외래어 표기 시, 받침에 'ㄷ'을 쓰지 않기로 한 '제3항'의 규에 따라 'good morning'을 '굳모닝'이라 적지 않고 '굿모닝'이라 적게 된다. 파열음을 순우리말로 하면 '터짐소리'이다. [ㄱ], [ㄷ], [ㅂ]가 예사소리 파열음, [ㄲ], [ㄸ], [ㅃ]가 된소리 파열음, [ㅋ], [ㅌ], [ㅍ]가 거센소리 파열음이다. '제4항'의 규정에 따라 프랑스의 수도 Paris는 '빠리'가 아니라 '파리'라고 적는다.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보자. 영어에서 들어온 외래어가 많으므로, 영어 외래어를 기준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영어에서 들어온 외래어가 아닌 경우, 들어맞지 않을 수 있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또 외래어를 적을 때,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적'기로 한 사실을 꼭 기억하자. 무슨 말이냐고? '철자가 아니라 소리'에 따라 적기로 했다는 말이다.


[f] 소리는 'ㅍ'으로 적기로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면 유용할 터이다. 그래서 'coffee'는 '커피'로, 'fighting'은 '파이팅'이라 적어야 외래어 표기법에 들어맞는다. 'coffee'를 달리 적을 사람은 없겠지만 'fighting'을 '화이팅'으로 적는 경우는 흔하다. '화이팅'이라고 적는다고 무슨 큰일이 날 리야 없지만, 그래도 맞춤법에 맞게 적으면 더 좋지 않을까.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니까 말이다.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p], [t], [k])은 받침으로 적는다. 그래서 'lip', 'book', 'cat'은 각각 '립', '북', '캣'이라 적는다. 그럼 'cake'은 어떻게 적어야 할까? '케이크'가 올바른 표기이다. 'cake'는 '[keik]'라고 소리가 난다. 어말 무성 파열음 [k] 앞에 짧은 모음이 있는 게 아니라 [ei]라는 모음 두 개, 즉 이중 모음이 있다. 이런 경우는 받침으로 적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tape'도 '[teip]'라고 소리 나므로, '테입'이 아니라 '테이프'라고 적어야 한다. 반면 'robot', 'rocket'은 짧은 모음 다음에 어말 무성 파열음이 왔으므로, '로봇', '로켓'이라 적어야 한다.


어말과 모든 자음 앞에 오는 유성 파열음([b], [d], [g])은 ‘으’를 붙여 적는다. 그래서 'land'는 '랜드'로, 'zigzag'는 '지그재그'로 적는다. 문제는 lobster와 baobab이다.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맞게 적으려면 각각 '로브스터', '바오바브'라고 적어야 한다. 현실에서 실제로 쓰는 말과 괴리가 크다. '랍스터', '바오밥'이라고 적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듯하다. 특히 'lobster' 요리를 먹으러 가서, '로브스터' 달라고 하면 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십상일 터이다. 그래서인지 표준국어대사전을 뒤져 보니, '로브스터'와 '랍스터'가 모두 표제어로 올라와 있다. 그러니 'lobster'를 '로브스터'로 쓰든 '랍스터'로 쓰든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baobab'의 경우에는 '바오바브나무'만 표제어로 등록되어 있다. '바오밥나무'는 고려대 한국어사전에 '바오바브나무'의 비표준어로 올라와 있다. 언젠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을까 싶다.


중모음은 각 단모음의 음가를 살려서 적되, [ou]는 ‘오’로, [auə]는 ‘아워’로 적는다. 이 규정에 따라 'time'은 '타임'으로, 'house'는 '하우스'로, 'boat'는 '보트'로, 'hour'는 '아워'로 적어야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 표기가 된다. 그럼 'window', 'yellow'는 어떻게 적어야 옳을까? '윈도우', '옐로우'가 아니라 '윈도', '옐로'라고 적어야 옳다. [ou]는 ‘오’로 적기로 했으니까.


글을 쓸 때 외래어나 외국어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성싶다. 그런 경우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쓰면 훨씬 보기 좋은 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주 쓰이는 다음의 외래어나 외국어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의 대전제는 '철자'가 아니라 '소리'를 적는다는 점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터이다.


accessory ambulance badge

barbecue cardigan carol

chocolate concept frypan

indian jacket juice

ketchup leadership message

milk shake mystery navigation

nonsense pamphlet placard

repertory sandal service center

situation stapler symbol

workshop


위 단어들은 다음과 같이 써야 외래어 표기법에 딱 들어맞게 된다.


액세서리 / 앰뷸런스 / 배

바비큐 / 카디건 / 캐럴

초콜릿 / 콘셉트 / 프라이팬

인디언 / 재킷 / 주스

케첩 / 리더십 / 메시지

밀크셰이크 / 미스터리 / 내비게이션

난센스 / 팸플릿 / 플래카드

레퍼토리 / 샌들 / 서비스 센터

시추에이션 / 스테이플러 / 심벌

워크숍


끝으로 맞춤법이 헷갈릴 때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말 배움터'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말 배움터'라고 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로마자 변환기', '표준발음 변환기', '외래어↔한글표기 상호변환기' 등의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글 쓸 때 적극 활용해 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손 글씨 시 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