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보낸 한평생

왜 그래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몇 가지 일들

by 꿈강

지방 소도시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하다 퇴직했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대개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몇몇 건은 왜 그래야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2019년의 일이다. 한 학교 근무 연한인 5년이 다 되어, 지역 내 다른 고등학교로 옮겨 갔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3학년 부장을 맡긴다.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공식적인 업무 분장 발표 자리에서 공표를 하니 어쩔 도리가 없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일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지만, 이제 얘기하려는 일에 비하며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들어 보시라.


그해 4월쯤으로 기억한다. 교직원 회의에서 교무 부장 교사가, 이제부터 1, 2학년 교실 좌석 배치를 'ㄷ'자로 하라고 했다.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라고 했다. 교사들이 약간 웅성거렸다. 그러나 그러고 그만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손을 들고 말했다. 왜 갑자기 교실 좌석을 'ㄷ'자로 배치하냐고 물었다. 'ㄷ'자 배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의 교실 좌석 배치 형태였다. 그래서 또 물었다. 이제부터 우리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느냐고. 교무 부장 대답 왈, 당장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2학기부터 '실시할 수'도 있어서 좌석 배치부터 미리 해 보기로 결정했단다. '실시하는' 것도 아니고 '실시할 수'도 있는 것을 대비해 좌석 배치를 미리 해 보다니! 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는데, 대체 누가 결정했단 말인가. 이런 사안은, 교직원 전체 회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부장 회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억지 춘향으로 맡기는 했으나 나도 명색이 3학년 부장인데, 좌석 배치에 관한 이야기는 듣느니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교장, 교감, 교무 부장 세 사람이 알아서 결정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되는 일인가? 교직 사회의 상식에 비춰 볼 때, 매우 예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교직원 회의에서 좌석 배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나뿐이고, 나머지 다른 교사들은 웅얼거리기만 할 뿐 공식적으로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1, 2학년은 좌석을 'ㄷ'자로 배치하고 수업을 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아니라 강의식 일제 수업이 주로 이루어졌던 그 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고개가 사뭇 아팠으리라. 고개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려 칠판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학생들이 많았을 테니 말이다. 2학기부터 '실시할 수'도 있다던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실시되지 않았고, 이듬해 1, 2학년 교실의 좌석 배치는 원래로 돌아갔다.


같은 학교에서 8월쯤에 벌어진 일이다. 부장 교사 한 명이 9월 1일 자로 장학사로 발령이 났다. 꽤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인지라, 그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지라 이런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는 학교는 없을 터이다. 그래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하게 후임 부장 교사를 물색할 수 있다. 부장 교사나 담임 교사를 맡고 있지 않은, 경력이 꽤 되는 교사 중 한 명을 후임 부장 교사로 삼으면 될 일이다. 만일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부장 교사 중에서 비교적 업무 부담이 적은 사람이 그 업무를 겸임하거나 그것도 마뜩지 않으면 여러 부장 교사가 그 업무를 나누어 맡는 게 순리에 맞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장학사로 자리를 옮긴 부장 교사의 후임을 발표하는 교직원 회의 자리에서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또는 '콜럼버스의 달걀'에 버금간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제 교직 경력 4년 차에 접어든, 고등학교에는 처음 근무하는 교사를 공석이 된 그 자리의 후임 부장 교사로 임명한 것이다. 그것도 3학년 담임을 겸임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과 부장 교사를 겸임하는, 내가 아는 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3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나하고는 단 한 마디의 상의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이야기해 보았으나 별무신통이었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중에 그 3학년 담임 교사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 부장 교사 업무를 맡겠다고 했냐고. 그 교사 왈, 그 자리가 2학기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해서 맡았단다. 또 학교에서 그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도 했다. 하긴, 교직 경력 겨우 4년 차인 교사가 교무 부장, 교감, 교장의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그때 왜 그래야만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다른 학교에서 2023년에 일어난 일이다. 새 학기 시간표를 받아 보고, 고개가 저절로 갸웃해졌다. 수요일 오후 시간표가 사달이었다. '5교시 교과 수업, 6교시 동아리활동, 7교시 교과 수업'으로 짜여 있었다. 뭐가 문제냐고? 동아리활동 시간을 교과 수업 사이에 끼워 넣은 게 문제였다. 비교적 자유롭고 느슨하게 동아리활동을 하고 난 학생들은 7교시 교과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 하기 마련이다. 작년까지 학생들은 동아리활동이 끝나면 하교했다. 그런데 동아리활동이 끝나고 교과 수업을 하라니! 수요일 7교시 수업은 거의 죽은 수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30년 넘게 교직에 있었지만, 처음 마주하는 시간표였다. 몇몇 교사들이 구시렁거렸지만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담당 교사에게 그 까닭을 물어볼까도 했지만, 퇴직을 앞두고 있던 터였고 마침 수요일 7교시엔 내 수업도 없고 해서 그만두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짜여진 시간표대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6월쯤 서너 명이 함께한 저녁 술자리에서였다. 후배 부장 교사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 시간표로 수업을 진행한 지 한 달쯤 지나서 수요일 오후 시간표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교사들 사이에 좀 있었던 듯했다. 나는 이런 사정은 까맣게 몰랐다. 그래서 그 후배 부장 교사가 부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다른 부장 교사들도 시간표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체로 수긍하며 시간표를 작년처럼 바꾸자고 했단다. 그 자리에 참석한 교감도, 듣고 보니 그럴 만하다며 그렇게 하자고 했단다. 문제는 그 부장 회의에 교장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출장 중이었다고 한다. 학교의 모든 일은 교장의 허락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감이 교장에게 부장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교장이 승낙해야 비로소 시간표를 바꿀 수 있게 된다. 그 후배 부장 교사는 당연히 시간표가 바뀔 줄 알았다고 했다. 부장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의결한 사항을 교장이 거부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교감이 부장 교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단다. 교장이 노발대발하며 왜 시간표를 바꾸냐고, 그냥 그대로 진행하라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였단다. 그걸로 끝이었다. 부장 회의 의결 사항은 교장의 말 한마디로 간단히 일축되었다. 시간표를 바꾸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단 한 마디도 없었다는 게 문제이고, 부장 교사가 아닌 교사들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건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일들이 내가 근무한 학교에서만 일어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으리라 짐작한다. 왜냐하면 위 이야기에 등장한 교무 부장과 교장이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을 일삼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교사들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보통의 교사들보다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근무하지 않은 다른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이 왜 그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했는지. 위에서 결정하면 별말 없이 따르는 학교의 오랜 풍토가 만들어낸 산물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짐작만 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 한 발짝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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