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경찰이 나선다면...
인터넷 기사에서 '학교마다 경찰이 상주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다. 처벌 위주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인한 학교 교육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글이었다. 글쓴이가 염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다. 글쓴이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에 대한 애정 또한 잘 읽혔다. '학교폭력'도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니 처벌보다는 교육으로 해결해야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주장이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성싶다.
교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이렇게 묻고 나니, 참 맥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답이 너무 뻔하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이다. 교사에게, 교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30년 넘게 지방 소도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나의 경험상, 교사에게는 수업보다 학교 행정 업무가 더 중요했다. 내가 교직 생활을 시작한 초기에는 수업을 펑크 내고 받는 질책의 강도보다 업무를 펑크 내고 받는 질책의 강도가 훨씬 더 강했다.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때쯤에는 업무를 펑크 내고 받는 질책의 강도가 전보다 덜해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수업이 업무보다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학교폭력' 업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 보자.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학교의 경우,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의 수업 시수를 경감해 준다. 가령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주당 수업 시수가 18시간이라면, 10시간은 시간 강사를 채용해서 수업을 하고 그 교사는 일주일에 8시간만 수업하게 된다. 이와 관련한 예산은 도교육청에서 해마다 내려준다. 그만큼 학교폭력 업무가 교사들에게 과중한 부담이라는 방증이다. 담당 교사의 수업 시수를 경감해 주는 인력을 채용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 보면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수업 시수를 경감해 주는 일은 학교가, 수업이 교사의 가장 본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웅변한다고 할 수 있다. 수업 시수를 경감해 줄 테니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학교폭력 업무를 충실히 처리하라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교무 부장을 맡는 교사의 수업 시수도 시간 강사를 채용해서 시수를 경감해 준다. 교무 부장 교사의 업무가 과중하니 수업 시수를 줄여 주겠다는 말이다. 수업 조금만 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업무를 빈틈없이 처리하란다.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수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어떡해서는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을 터이다. 발상을 전환하면 간단하지 않은가.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는 인력을 뽑는 대신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을 뽑으면 된다.
그 인력이 학교에 상주하며 학교폭력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교사는 학교폭력 업무를 보조하면 되지 않겠는가. 점차 학교에 상주하는 그 인력이 학교폭력 업무를 전담하고 교사는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단초가 되리라 생각한다. 30년 넘는 교직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상황과 분위기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수업과 관련 없는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수업 시수를 지원하기보다 업무를 지원해야 지극히 마땅하다. 가능하다면 학교폭력 업무 전담 인력을 확보하여 그 사람에게 학교폭력 업무를 온전히 담당하게 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학교폭력 업무 전담 인력의 전문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터이다.
앞서 이야기한 인터넷 기사에서, 학교마다 경찰이 상주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데 학교마다 경찰이 상주할 수만 있다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찰이야말로 폭력 문제의 전문가 아니겠는가. 수업에 관한 전문가인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것보다 훨씬 짜임새 있게 문제에 대처할 수 있을 터이다.
물론 인터넷 기사의 지적처럼 학교 교육의 문제의 사법화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이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법적 시각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려고 하지는 않은 것이다. 학교 밖 경찰이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상황과는 좀 다른 양상이 벌어지리라 생각한다.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이라면 학교와 소통할 시간과 공간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런 경찰이라면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처리하려 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할 수 있을 터이다.
바야흐로 전문가의 시대이다. 수업 전문가인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찰이 폭력 문제를 다루는 데 전문가라는 사실은 대체로 동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경찰이 교사보다 훨씬 더 유능할 것이다. 다만 경찰이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교육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