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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강 Dec 09. 2024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37>  2024. 12. 09.(월)

월요일이다. 지난 금요일에 손녀딸과 딸네 부부가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간 이후 토요일과 일요일에 손녀딸을 보지 못한 지 이틀이 지난지라, 손녀딸 얼굴이 아른거린다. 여섯 시 반, 어김없이 딸네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녀딸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손녀딸 방에서 "할머니"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엄마를 부르지 않고 할머니를 부르며 일어났다. 자기가 일어나면 엄마는 출근하고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오늘은 손녀딸이 일찍 일어난 터라, 딸내미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아내가 손녀딸에게로 달려가 손녀딸을 이불에 감싸 안고 나왔다. 아직 출근하지 않은 제 엄마를 보는 손녀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렴풋이 번진다. 그러나 딸내미는 곧 출근길에 올라야 했다. 손녀딸은 순순히 제 엄마에게 바이바이를 했다. 엄마가 간다고 떼쓰며 울지 않는 손녀딸이 기특하기만 하다. 사위도 곧 출근길에 나섰다.


  손녀딸이 심심하다며 텔레비전을 보겠단다. 오늘 손녀딸의 선택은 '베이비 버스'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침을 먹는 게 손녀딸의 루틴이다. 오늘 아침은 딸기, 사과, 바나나와 소고기 뭇국에 만 밥이다. 손녀딸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그래, 잘 먹고 쑥쑥 커야지.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순조롭게 마쳤다. 아내가 처음 가지고 온 옷 말고, 다른 옷을 입고 싶다고 했지만 그 옷은 빨아야 한다고 했더니 순순히 아내가 가지고 온 옷을 입었다. 놀라운 발전이다. 예전 같으면 울고불고 그야말로 난리가 났을 터이다. 우리 손녀딸이 도담도담 잘 자라고 있는 징표이다. 


  손녀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내와 아점을 먹으려고 국숫집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딸내미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일찍 퇴근하니, 손녀딸 하원을 딸내미가 하겠단다. 오늘 손녀딸 첫 발레 수업이 있는 날이라, 손녀딸의 앙증맞은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일찍 퇴근하는 맛 또한 그에 만만치 않게 좋고, 손녀딸도 제 엄마나 아빠가 자기를 데리러 오는 걸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뜻하지 않은 조기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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