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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40> 2025. 01. 06.(월)

by 꿈강

손녀딸이 2주 동안의 방학을 마치고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서 제법 긴 방학 기간이다. 애초에는 방학 동안에도 손녀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다. 방학 기간에도 어린이집이 아예 문을 닫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돌봄 신청을 해서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손녀딸이 하루 종일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노는 것보다 친구들하고 노는 게 더 재미있을 듯해서 돌봄 신청을 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또 손녀딸을 온종일 돌보는 데에 대한 두려움도 살짝 있었다. 방학 중 첫 등원 날, 손녀딸은 평소와 다름없이 명랑하게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원할 때 나 혼자 손녀딸을 데리러 갔다. 어린이집 현관 유리문 밖에서 손녀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내 손녀딸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런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손녀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매우 슬픈 표정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신발을 갈아 신기고 안아주려는데 손녀딸이 내 품에 안기며 '흑'하는 소리를 낸다. 곧 울음이 터질 듯 한 모양새다.


왜 그러느냐고 재차 물으니, 그제서야 "친구들이 다섯 명밖에 없었어."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얼마 없어서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렇게 슬픈 얼굴이었나 보다. "그럼, 내일부터 어린이집에 가지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놀까?"라고 물었더니 그러겠단다.


이렇게 해서 나머지 방학 기간 동안(정확한 일수는 6일)을 손녀딸은 우리 부부와 온종일 함께 지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손녀딸은 혼자서도 곧잘 놀고 낮잠도 푹 자고 먹기도 잘 먹었다. 좀 컸나 보다. 어느새 우리나라 나이로 다섯 살이 되었다. 우리와 영화관에 가서 애니메이션(모아나 2) 한 편 보고, 영어 키즈 카페에 한 번 간 것 말고는 주로 우리 집에서 지냈는데 손녀딸을 별로 지루해하지 않고 잘 지냈다.


그러다가 오늘 어린이집 개학을 맞아 등원한 것이다.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방학 전과 마찬가지로 아침밥 잘 먹고 옷 골라 입고 차 안에서 할머니와 역할 놀이하며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또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도 했다. 전에는 그렇게 인사를 하라고 해도 하지 않더니 말이다. 아, 게다가 오늘은 애착 인형 보노를 집에 두고 등원했다. 늘 차에까지 데리고 왔는데 말이다. 다섯 살 된 효과일까? 좀 더 두고 볼 일이기는 하다.


아무튼 이렇게 손녀딸이 개학을 하고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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