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2025. 01. 09.(목)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날씨 어플을 보니, 바깥의 기온은 영하 10도. 딸네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내는 손녀딸이 깨는 기척이 있어, 손녀딸 옆에 가서 누워 있다. 얼마 후, 손녀딸 잠이 완전히 깼는지 아내가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온다.
거실로 나온 손녀딸의 일성은 "시원해!"였다. 손녀딸은 내복바람이다. 나와 아내는 추운데, 손녀딸은 시원하단다. 추위를 타지 않는 우리 손녀딸이다. 그래도 추울까 싶어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겠다고 하자, 한사코 싫다고 한다. 그냥 둘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다 마치고, 이제 어린이집에 가자고 했더니 애니메이션을 마저 다 보고 가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더니, 이내 다른 애니메이션을 보겠다고 해서 원하는 애니메이션을 찾아 틀어 주었다. 그만 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은 다 되고 해서 내가 손녀딸에게 이제 늦었으니 텔레비전을 끄라고 했다. 손녀딸이 순순히 텔레비전을 껐다.
그런데 집을 나가기 전, 할아버지하고 쉬를 하고 가자고 했더니, 싫단다. 할머니하고 쉬를 하겠단다. 내가 텔레비전을 끄라고 했다고, 나에게 삐진 것이다. 나한테 삐지는 게 아내한테 삐지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래야 어린이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할머니와 역할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등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할머니한테 삐졌을 때, 할아버지하고 뒷좌석에 앉아 등원하겠다고 해서 아내가 운전하고 나하고 손녀딸이 뒷좌석에 앉아 등원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손녀딸은 그 좋아하는 역할 놀이도 하지 못하고 애착 인형 보노만 끌어안고 말없이 등원했었다.
할머니와 함께 뒷좌석에 앉은 손녀딸은, 역할 놀이를 시작했다. 오늘 역할 놀이의 하이라이트이다. 늘 그렇듯 손녀딸이 엄마, 아내가 아가다.
아가(아내): 엄마, 가위질하기 너무 무서워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엄마(손녀딸): 엄마가 알려줄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 가위 구멍에 한 손가락은 조금 집어넣고 한 손가락은 많이 집어넣은 다음, 두 손가락을 멀리 한 다음 다시 두 손가락을 가까이하면 돼.
이제 막 우리 나이로 다섯 살이 된 손녀딸이 가위질하기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신통방통하기도 하다. 아마 제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그대로 이야기하는 듯하다. 다섯 살쯤 되면 이 정도는 다 하는 건가? 아무튼 손녀딸은, 할머니와 즐겁게 역할 놀이를 하며 등원했다.
내일 손녀딸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1월 21일에 돌아올 예정이다. 우리 부부의 손녀딸 돌보기도 며칠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