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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42> 2025. 2. 19.(수)

by 꿈강

어제부터 내일까지 손녀딸을 등하원시켜야 한다. 방학 중인 딸내미가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학년 준비 기간이란다. 하여, 오늘 7시 30분쯤 아내와 함께 딸네 집으로 갔다. 손녀딸은 제 침대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딸내미는 이내 출근길에 올랐다.


우리 부부의 휴가가 끝나고 일상이 시작되었다. 좀 피곤하지만 매우 즐거운, 행복한 일상의 시작이다. 우리 예쁜 손녀딸과 함께하는 일상이다. 딸내미 이야기를 들으니, 안사돈이 손녀딸을 보며 많이 예뻐졌다고 했단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우리 손녀딸은 원래부터 예뻤기 때문에 '예뻐졌다'는 말은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건 그렇고, 손녀딸은 8시가 다 되었는데도 일어날 기척이 없다. 어린이집에 늦지 않으려면 이제는 일어나야 한다. 깨울 수밖에 없다. 딸내미 말로는, 손녀딸에게 '어린이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면 손녀딸이 벌떡 일어나곤 했단다. 8시 10분쯤, 곤히 잠들어 있는 손녀딸에게 가서 딸이 일러준 대로 말했다. 꼼짝도 않는다. 몇 번을 말해도 요지부동이다. 엄마와 할아버지의 차이인가?


하는 수 없이 이불로 돌돌 말아서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왔다. 미리 손녀딸이 좋아하는 '페파 피그'라는 애니메이션을 틀어 놓았다. 내 품에 안겨 거실로 나온 손녀딸은 눈을 반짝 뜨더니, "할아버지, 난 수지 십(sheep)이 좋아."라고 말한다. '페파 피그'에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그렇게 손녀딸은 강제로 일어났다. 다행히 짜증을 부리지 않고 잘 일어났다.


이제부터 스피드가 필요하다. 밥 먹이고 옷 입히고 감기약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병원에서 처방해 준 호흡기 치료도 해야 한다. 한동안 안 하다가 하려니 어째 모든 게 서툴다. 그래도 생각보다 손녀딸이 협조를 잘해 준다. 아내가 골라온 옷도 단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았다. 밥도 다른 때보다는 빨리 먹었다. 그래도 벌써 9시 10분이 넘었다. 아직 양치질을 하지 않았다.


아내가 부랴부랴 칫솔과 양칫물을 준비해서 거실로 왔다. 그때 손녀딸은 한창 청소 놀이 중이었다. 아내가, 어린이집에 늦었느니 빨리 양치질하자고 하자, 손녀딸은 "네, 할머니. 청소는 그만할게요."라며 순순히 양치질에 동참한다. 얼마나 신통방통한지!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9시 40분쯤 되었다. 주차장이 매우 혼잡하다. 이 시간에는 대개 주차장이 한산한 편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찌어찌 주차를 하고 손녀딸을 어린이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제 다섯 살이 된 우리 손녀딸은 의젓하게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갈 때 눈물바람하는 아이들도 종종 있는데, 우리 손녀딸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다음 주는 어린이집 방학이라 우리 부부의 손녀딸 돌보기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원래부터 예뻤던 우리 예쁜 손녀딸과 재미있게 지내보련다. 우리 손녀딸이 맑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데 우리 부부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 손녀딸과 즐겁게 지내다 보면 우리 부부가 조금은 천천히 늙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되기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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