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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43> 2025. 03. 05.(수)

by 꿈강

어제부터 우리 부부의 손녀딸 돌보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맞은 딸내미가 출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벽 5시 20분쯤 일어냐야 하는데, 혹시 못 일어날까 걱정이 살짝 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휴대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깼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6시 30분쯤 딸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는데, 저 멀리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출근길에 나선 사위이다.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한 뒤, 딸네 집으로 올라갔다. 손녀딸은 제 방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고, 딸내미는 출근 준비를 다 마쳤다. 딸내미도 이내 출근길에 나섰다.


손녀딸이 일어날 때까지 1시간 30분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다. 아내는 딸네 집의 소소한 집안일을 하느라 좀 분주한데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거실 소파에 앉아 꼬박꼬박 존다. 가끔씩 드는 생각인데, 남자는 늙을수록 쓸모가 없어지는 듯하다. 얼마나 졸았을까. 문득 눈을 뜨니, 아내가 바닥 닦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잘 되었다 싶었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아내에게 밀걸레를 받아 들고 나는 바닥을 닦고 아내는 손녀딸 아침밥 준비를 했다.


바닥을 다 닦고 나니, 8시가 다 되었다. 손녀딸을 깨워야 할 시간이다. 손녀딸은 세상모르고 콜콜 자고 있다. "순돌아, 어린이집 가야지. 일어나야 해."라고 말하니, 손녀딸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도 벌떡 일어나 나에게 안긴다. 추울까 싶어 이불로 돌돌 말아 안고 거실로 나왔다. 참 신통방통하다. 어린이집 가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두 말 않고 벌떡 일어나다니! 이제 겨우 우리나라 나이로 다섯 살인데 말이다.


손녀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넘버 블록스)을 보면서 밥을 먹인다. 과일 한 접시(오늘은 사과, 바나나, 귤, 블루베리)와 소고기 뭇국에 만 밥이다. 소고기 뭇국에 만 밥을, 질리지도 않고 잘 먹는다. 이 또한 신통방통하다. 손녀딸이 직접 밥을 먹으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우리 부부가 떠먹여 준다. 좀 더 크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등원 준비가 한결 수월하다. 예전처럼 옷 투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체육복을 입는 날이라고 했더니 군말 없이 체육복을 입는다. 어제도 제 엄마와 골라 둔 옷을 아무 말 없이 입었다. 작년 이맘때와 견줘보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다만 오늘은 양치질하는데 약간 거부감을 보였다. 원래 양치질을 잘하는 아이였는데. 치약이 좀 매웠나 싶기도 한데,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래도 양치질까지 무사히 끝내고 손녀딸이 요즘 제일 좋아하는 빨간 구두를 신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아내와 손녀딸이 역할놀이 하는 소리가 차 안을 꽉 채운다.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예전에 손녀딸과 재미있게 놀던 친구를 만났는데, 웬일인지 손녀딸이 그 아이를 데면데면해 한다. 한동안 만나지 못해서 그런 듯싶다. 손녀딸은 어린이집 선생님 손을 잡고 어린이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어린이집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들이 종종 보이는데 우리 손녀딸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어린이집은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지 어떤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이 또한 그야말로 기특할 따름이다. 어린이집 앞에서 눈물바람을 하는 손녀딸을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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