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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46> 2025. 03. 14.(금)

by 꿈강

오늘 손녀딸은 기분이 매우 좋은 듯했다. 아마도 내일이 네 돌이 되는 생일이기 때문이리라. 오늘 저녁에는 손녀딸 친구들을 키즈 카페로 불러 생일 파티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손녀딸 생일인 내일에는 사돈 내외 분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일 저녁에는 우리 집에서 딸네 부부와 함께 조촐하게 손녀딸 생일을 축하하기로 했다.


어제저녁 손녀딸이 내게 생일 파티 때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보여주었다. 낱개로 포장된 사탕인 듯했다. 각각의 사탕에는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제 엄마와 함께 적었다고 했다. 그런데 손녀딸이 사탕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이건 누구 줄 거, 저건 누구 줄 거'라고 하는데 하나도 틀리지 않고 딱딱 맞았다. 순간, '벌써 글씨를 읽을 줄 아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포장 비닐의 색깔과 무늬를 보고 구별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손녀딸 포함해서 다섯이나 되는 사탕의 임자를 구별하는 걸 보면, 기억력이 좋은 편인 듯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립밤을 바른다. 손녀딸에게 있는, 세 개의 립밤을 모두 바른다. 립밤을 왜 세 개씩이나 바르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예쁘잖아. 입술이 빨개야 예쁘거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입술이 빨개야'라고 말할 때 '빨'을 약간 세고 길게 소리를 냈다. 마치 '할아버지는 그런 것도 몰라?'라는 듯이.


어린이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아내가 손녀딸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묻자, 손녀딸은 "생일, 생일"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며 폴짝폴짝 뛴다. 나는 별생각 없이, 생일은 내일인데 오늘 생일 파티를 하는 거라고 말해 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뒷자리에 아내 옆에 앉아 있던 손녀딸이 약간 풀 죽은 목소리로 좀 힘이 없다고 했다. 아내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손녀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할아버지, 왜 오늘이 생일 아니라고 해?"라고 한다. 내가, 생일이 아니라고 해서 기분이 나빠진 모양이었다. 계속 저렇게 기분이 나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할아버지가 잘못 말했다며 사과를 했다. 아내도, 할아버지가 사과했으니 이따가 친구들과 재미있게 생일 파티하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손녀딸은 곧 기분이 좋아졌다.


위기의 순간이 잘 지나갔다. 즉시 사과한 게 먹힌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과하기를 어려워하는 손녀딸이, 사과를 하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부지불식 간에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아내가 손녀딸에게 "어린이집 가지 말고 할머니랑 놀까?"라고 했더니 손녀딸은 "안 돼. 공부하러 가야 돼."라고 하며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갔다. 언젠가는 어린이집에 가서 돈 벌어야 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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