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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47> 2025. 03. 17.(월)

by 꿈강

어제 좀 일찍 잤다더니, 손녀딸은 7시 10분쯤 잠이 깼다. 손녀딸의 일어난 기척에 아내가 손녀딸 방으로 달려가 손녀딸에게 좀 더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말했는데, 잠시 후 손녀딸은 거실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늘 끼고 다니던 애착 인형 보노를 침대에 둔 채, 혼자 나왔다.


보노를 껴안고 있지 않은 우리 손녀딸의 모습은 매우 낯설다.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보노를 찾지 않았다. 작년에는 보노 없이는 어린이집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보노와 함께 차를 타고 가서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 보노와 작별했다. "보노야, 언니 어린이집 갔다 올게.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라고 하면서 말이다. 올해에는 차에 타기 전까지는 보노와 꼭 붙어 있었지만, 보노를 차에 데려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보노를 침대에 놓아두고 홀로 거실로 나온 것이다. 오늘만 그런 건지 앞으로 계속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내가 보기에 손녀딸이 한 뼘쯤 큰 것 같다. 손녀딸이 컸다는 징후는 손녀딸이 사용하는 어휘에서도 감지된다. 예전에는 '응가'라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꼭 '똥'이라고 한다. '응가 마려워.'라고 하지 않고 '똥 쌀래.'라고 말하는 식이다.


며칠 전 일이다. 쉬가 마렵다고 했다. 아,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직 '오줌'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쉬가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로 데려가 변기에 앉혔다. 그랬더니 "할아버지, 재미있는 얘기해 줄까?"라고 한다.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저번에 쉬를 하려고 하는데, 똥이 같이 나오지 뭐야. 쉬 줄기를 따라 똥이 줄줄 나오는 거야."라며 깔깔 웃는다. 쉬를 하려고 했는데 똥이 같이 나온 경험이 손녀딸 딴에는 재미있었나 보다. 어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놀라운 경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또 '쉬 줄기'라고 말한 것도 놀랍다. 어디에선가 '물줄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줄기'와 '쉬'를 결합한 것일까? 확실히 우리 손녀딸은 또래들보다 말이 빠른 듯하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실내화로 갈아 신을 때, 우리 손녀딸은 아주 재미난 광경을 연출하곤 한다. 실외화를 한 짝만 벗고 깨금발로 콩콩 신발장으로 다가가서 신발장을 열고 실내화를 꺼내려고 한다. 깨금발로는 아직 완벽하게 몸의 균형을 잡지는 못하는 터라 번번이 단 한 번에 실내화를 꺼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내나 내가 손녀딸을 붙잡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재미있나 보다. 거의 매번 그렇게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실내화를 꺼내고 싶은 걸까?


왜 그러는지 까닭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뭘 어떻게 해도 이 할아버지 눈에는 예쁘고 귀엽기만 한다. 이 세상 모든 할아버지의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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